"긴 눈으로 보면 결국 운이란 평등하고 공평한 것이다" - 보비 존스 (골프선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타고난 재능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 - 타이거 우즈 -


"특별한 비결은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했고, 운도 좋았다. 여러가지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 김연아 - 




출신배경, 신체적 조건, 재능 등 '운'(luck)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평등하게' 조정할 수 있을까? 운과 불운의 문제는 존 롤즈(John Rawls) 등 정의론을 연구한 수많은 정치(법)철학자들의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운/불운이 제대로 통제되어야 '정의로운 분배'가 가능할 수 있을테니까요. 정치철학에서는 재능, 불운, 유산 등 운에 의한 요소들로 인해 불이익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을 '운 평등주의(luck egalitarianism)라고 부릅니다. 롤즈의 정의론이 불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던 정의론의 대가 드워킨(Ronald Dworkin)이 대표적인 운평등주의자이죠.


보통 보비 존스나 타이거 우즈의 말이 명언이라며 감동적인 것으로 칭송받곤 합니다. "그래 우리도 운을 탓하지 말고, 보비 존스나 타이거 우즈 처럼 열심히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수험생들 앞에 놓고 연설을 할 때 써먹으면 딱 좋겠죠? 하지만, 정치철학적으로 본다면, 김연아의 말이 훨씬 더 정의(?)롭고, 또 솔직한 답이라고 봅니다. 어떤 뛰어난 성취에 '운'의 요소는 분명히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못치는 선수들은 죄다 타이거 우즈만큼 노력을 안해서일까요? 타이거 우즈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골프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없을까요? 김연아가  그나마 아이스링크가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스케이트를 타게 해준 부모님을 만나서 된 것은 김연아의 '노력'과 무관한 '운'일 뿐이겠죠. 그런 운이 없었다면 노력이고 뭐고 할 수조차 없었을 겁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성취를 거둔 사람들이 자신의 성취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곱씹어 보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건 겸손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문제입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배려'해서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 겸손함과, '정치철학적으로'(!) 나의 성공에 기여한 요소로, 재능과 운을 언급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죠. 김연아는 '타고난 재능'부터 먼저 언급하고, 그리고 나서야 '노력'을 얘기하고, '운'이라는 요소도 빼먹지 않습니다. 김연아가 그동안 사회봉사나 기부를 활발히 했던 것도 자신의 성공에 대한 그런 겸허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물론, 타이거 우즈도 자기 이름을 딴 재단도 있고 기부도 열심히 하고 그럽니다^^;;


개인적으로, 김연아의 올림픽 출전보다, 신인투수 한주성의 올시즌 활약 여부에 더 큰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만, 김연아의 이 인터뷰만큼은 약간 의미심장하게 들리는군요.


* 본문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댓글 참조 (2015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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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anspr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