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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법)_comments(law)

로스쿨/사시 문제에 관한 '단독설'

by transproms 2015. 12. 5.

<로스쿨/사시 문제에 관한 '단독설'>


로스쿨 문제에 관한한 줄곧 ‘단독설’의 입장을 견지해왔던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시존치론'은 사시와 로스쿨이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경쟁이 되려면 로스쿨이 로스쿨답게 돌아갈 수 있게 보장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이 되겠죠. 사시 존치를 할거면, 1) 로스쿨에 관한 각종 규제 철폐 (개혁과제가 수두룩하지만 핵심은 변시 자격시험화), 2) 사시존치와 연계된 로스쿨정원 및 변시합격자수 하향 조정 ‘절대’ 없음. 이 두 가지를 보장해줘야 ‘경쟁하자'는 얘기가 진정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변회가 얼마전 변시 ‘자격시험화’를 제안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 ‘자격’을 절대적으로 엄격하게 설정해 현재보다 합격자를 더 줄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사시존치방안에 대해 로스쿨 학생과 교수 모두 매우 강경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로스쿨의 위기를 가져올 진짜 문제는 뭘까? 사시 존치?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200명 정원 사시가 유지된다고 해서,매년 1,5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로스쿨이 위기에 봉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로스쿨이 허술한 제도임을 자인하는게 아닐런지요. 저는 로스쿨제도 자체는 사시 존치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맞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장점’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시가 유지되면 그들만의 카르텔이 공고화된다고 우려하던데, 전 좀 과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매년 사시에서 2백명, 로스쿨에서 1,500명씩 배출한다고 하면, 10년 뒤에는 변호사 총원이 3만7천명이고 이 중 로스쿨 출신이 2만1천명으로 과반을 훌쩍 넘깁니다 (자연감소 제외). 변회에서 사시 편드는게 불만이겠지만, 5년만 지나도 각종 변회 선거는 로스쿨 출신이 휩쓸겁니다. 로스쿨제도가 이상적으로 돌아간다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연차가 쌓일수록 실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 문제'는 사그라들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로스쿨체제가 계속된다면 정말 위기를 맞을지 모릅니다. 근데 그위기는 사시 존치 때문이 아니라, 합격률 하향과 성적 공개가 원인이 될겁니다. 합격률 50% 변시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로스쿨의 좋은 취지는 대부분 상실됩니다. 이미 합격률이 60%대에 접어들면서 좋은 취지가 많이 없어진 상태인데 말이죠. 이렇게 되면 사시와 경쟁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시가 존치되지 않아도 존폐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즉, 로스쿨이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하는건 ‘사시 존치’가 아니라 ‘합격율’이라는 겁니다. 로스쿨은 로스쿨다울 때 그 장점이 극대화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합격률 하향(과 성적 공개)은 로스쿨의 본질 자체를 파괴하는 ‘로스쿨을 로스쿨다울 수 없게 만드는’ 핵심 문제입니다. 반면, 사시 존치는 로스쿨제도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 정도까진 아니고, 기껏해야 로스쿨 정착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요. (예컨대, 사시가 존치되면, "사시는 3% 합격율인데, 변시는 왜 50%냐? 더 낮춰라!" 이런 황당한 주장이 힘을 얻게 되는 안 좋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죠.)


그런데 ‘합격률 하향화’은 이미 2010년부터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1기 로스쿨 때 이후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성적 공개’ 헌재 판결 때도 반응이 미지근해서 좀 의아했습니다. 저는 로스쿨제도 정착에 정말 치명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지금의 강경 대응에 이유가 있다고 보면서도, 이해가 안되는 건 이래서입니다. 이번에 간신히 사시 존치를 막아낸다고 해도, 50% 변시 합격률 시대의 로스쿨은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합격률의 로스쿨체제라면 차라리 사시로 일원화하는게 더 낫다고 볼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봅니다. 진짜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사시 존치'와 '변시 자격시험화' 중 하나를 굳이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시 존치를 용인하고 자격시험화를 얻는 것이 로스쿨의 미래를 위해 훨씬 좋다고 봅니다.


* 변시 성적 공개는 헌재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저는 채점 방식을 바꾸면 된다고 봅니다. 채점을 45점, 55점 이렇게 채점할 이유가 있나요? 점수로 채점 안한다고 헌재가 설마 위헌 결정하진 않겠죠....;; 저는 우수(5-10%), 합격, 불합격, 이렇게 세 등급으로 채점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 요건 순수한 제 아이디어. 저작권 있음! ^^;;).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합격만 목표로 공부할 수 있고, 변시 성적으로 ‘승부’를 걸고 싶은 학생들만 ‘우수’받는 과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또한 과목별로 불합격된 과목만 다시 시험볼 수 있게 하고요. 이건 당연히 ‘절대평가’와 ‘순수 자격시험화’을 전제한 것입니다. 변시 문제는 당연히 ‘변별력’에 구애받지 않고, 순전히 ‘최소 자격’을 측정하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를 내야 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