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 복무자 대학학점 인정제 도입-반대

실질적 보상 안 되고 형평성에도 위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대학생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 최대 6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복학생이 군에서 받은 교육훈련을 소속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포괄적 학점 인정제를 제안하고 최근 공청회도 열었지만 대학 자율성과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학계 및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다. 학점 인정제를 찬성하는 측은 병역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보상이 필요하며 병사 가운데 80% 이상이 대학 재학생임을 감안할 때 필요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군과 대학에서의 학습 성격이 확연히 달라 실효성이 없고 중고교만 졸업하고 입대한 장병이나 장애인과 여성 등에게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군 당국이 군 복무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군 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형평성에 어긋나고 원칙에 반하고 실효성도 없는 대책이 또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군 복무와 학점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군 복무경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대학이 추구하는 바와 군 복무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3학점 수업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강의하고 과제를 하고 복습하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지식의 상호작용을 생각해보자. 이것이 군 복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도 강의실 밖에서의 실습이나 산업체 근무 등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 스스로 그런 경험이 학점과 ‘등가성’이 있다고 개별적으로 판단해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일률적으로 군 복무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설사 대학들이 군 당국의 ‘제안’에 자발적으로 응한다고 해도 학점인정이 군 복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요즘 4년제 대학의 졸업학점이 보통 120~130학점이다. 매학기 18학점씩만 수강해도 한 학기가 통으로 남을 정도인데 6학점이 군 복무로 대체된다고 한들 대단한 혜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정상 학점인정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학점인정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될 수 없다. 대졸자를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듣고 120학점을 취득한 졸업생을 선호할까, 아니면 114학점을 수강하고 6학점은 군 복무로 대체한 졸업생을 선호할까. 더욱이 대학졸업자나 고졸자에게는 아예 해당사항이 없다. 군 복무 중인 대학 재학생은 78% 정도라고 하니 나머지 22%에 달하는 군 복무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책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단절문제 해소’를 도입 취지로 내세운 것만큼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살리려면 군 복무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보다는 군 복무 중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군 복무 중 자유시간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다행히 군 복무 중 원격강좌로 학점을 이수하는 훌륭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좋은 제도의 수혜자가 대학 재학 중 입대자의 불과 2.7% (2014년 기준)뿐이라는 점에 있다. 이들에게 학업단절의 문제를 해결해주려면 이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원격사이버수업은 이미 보편화됐으니 일과 후 자유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동영상 시청과 예습·복습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원격수업 수강이 가능해지면 21개월의 군 복무 기간 동안 12학점 정도 이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6학점을 군 복무경험으로 대체하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며 학업단절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면 대학 재학생이 아닌 전체 군 복무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문제는 학업단절이 아니라 경력단절이다. 휴식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사회복귀에 필요한 독서·자료검색·취업교육 등 경력단절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대에서의 가혹행위·자살 등의 문제의 원인은 대개 내무반 생활에 있다. 군인들이 충분한 휴식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학업·경력단절을 메우기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면 군 복무 만족도도 높아지고 각종 사고 발생률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군 복무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실질적 보상이다. 군 복무 중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충분한 임금을 받으며 일과 후 자유시간을 보장받으며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가장 원칙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틈만 나면 군 복무 학점인정제나 군가산점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이들 제도가 별다른 추가 비용도 없이 군 복무로 인한 문제를 군대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손쉬운 대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대책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의 군 복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 해소 문제에 관한 한 ‘손쉬운’ 해법은 없다. 

* 출처: 서울경제신문, 2016.3.24

http://www.sedaily.com/News/NewsView/NewsPrint?Nid=1KTVXEXE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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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학점 인정 미봉책이다

[ 아침을 열며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국방부가 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대학생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보편적인 보상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취업자에게만 혜택이 한정된 군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이 제도 역시 대학생만을 위한 것이며 15%에 달하는 고졸 군복무자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대학생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인지 의문이다. 군복무로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21개월의 군복무에 대한 보상치고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러 학점을 더 듣고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는 마당에 사실상 9학점을 면제시켜 주는 것이 과연 ‘보상’일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으로는 군가산점제에서 학점인정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나타난 접근방법을 지적하고 싶다. 첫번째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군복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보상은 군복무자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월 10만원 남짓한 현재의 군장병 월급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은 돼야겠지만 최소한 정치권에서 이미 논의된 대로 30만~50만원 수준까지는 지체없이 인상돼야 한다. 내무반 시설 등 기본적인 병영생활의 의식주 문제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모두 돈 드는 일이다. 의무복무니까 고충이 있어도 감수하라는 식이 아니라 의무복무니까 더욱 최대한의 보상과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예산을 마련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대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군 내부에서 찾지 않고 군 외부에 떠넘기려고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군가산점제나 학점인정제는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 군 외부에서 떠맡아야 하는 일이다. 이들 기관들의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시행될 수 없는 사안이다. 예컨대 대학의 총이수학점은 대학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설정한 것이고, 수업 외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그 활동이 수업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군복무 경험이 과연 일정 학점 취득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한 대학과 사회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군복무경험이 대학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복무 경력을 학점이나 점수로 인정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 군복무가 가치 있는 경험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자연스럽게 대학과 사회가 여기에 반응하는 것이 순서다.


군복무로 인한 경력단절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군복무기간을 최소화하고 근무 외 휴식시간을 보장해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이라면 원격강좌를 통해 군복무기간 동안 10학점 정도는 학점 취득이 가능하다. 고졸자들도 다양한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원격강좌를 수강하는 군장병은 1% 남짓이다. IT강국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리 없다. 일과 후 충분한 자기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병영문화가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해 이 좋은 제도를 잘 시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까, 아니면 군복무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해 달라고 군 외부에 요구해야 할까?


열악한 병영현실을 그대로 놔둔 채 외부기관에 군복무를 가산점이나 학점으로 인정받게 해달라는 건 효과도 미미하지만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여성 장애인 고졸자 등과의 차별과 형평성 문제 등 불필요한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안락한 병영시설에서 좋은 상관·동료들과 함께 지내면서 세상살이도 배우고, 건전하고 민주적인 조직문화도 익히고, 정당한 임금을 받아 저축도 하고, 일과 후에는 취미생활을 하고 공부도 하면서 18개월 이내로 군복무를 한다면 어떨까? 군복무 보상의 열쇠는 여전히 국가와 군대가 쥐고 있다. 충분한 비용을 들일 용의도 없고 병영문화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의지도 없으면서 제시되는 모든 대책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출처: 한국일보, 2014.6.10


http://www.hankookilbo.com/v/eccefc6fa4ab4ab6be2aa1114b3865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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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기에 적합한 텍스트


대통령 대리인이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하네요 @.@ 이건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 권유'할 때 적절한 텍스트인데 말이죠.


박근혜를 소크라테스/예수와 비유하다니 참 흥미로운 논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매우 기발한' 발상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이 소크라테스/예수 급이냐?"는 반론으로 직행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너무 싱겁게 논쟁이 종료되니까요.


다만 소크라테스/예수가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하게 된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들은, 탈옥을 할 수도 있었고, 자신의 무고함을 설파할 기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교의 길'을 택했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소크라테스/예수의 '흉내'라도 내고자 한다면, 지금 아무리 억울해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겠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죽음의 길을 택했고,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졌으니까요.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봅시다. 이미 탄핵의결이 된 상황에서 탄핵심판이 늘어져서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진다면, 국익 손실이 너무 큽니다. 만에 하나 기각이 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겁니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여 나머지 기간을 채운다고한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가?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억울해도'(물론 과연 억울한지 의문이지만;;) 자리에서 내려오는게 맞습니다. 닉슨 대통령도 그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중도사퇴를 단행했었죠. 소크라테스나 예수가 박 대통령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일단 사퇴함으로써 오히려 무고함을 호소했을 겁니다. 요컨대,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으니, 대통령께서도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지금 사퇴하셔야 합니다"라고 눈몰로 호소할 때 말이죠.


또 한 가지, 대중민주주의의 위험과 사법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대통령 변호인을 맡았다면 당연히 주장해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국민 다수가 원해도 헌재가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이죠. 그런데 이런 논법을 구사하려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보다는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 문헌들을 참고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토크빌의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정치적 문제가 결국 사법적 판단에 의해 해결된다”는 말을 원용하며, 미국 건국 초기에게 헌법을 셋팅할 때 벌어진 논쟁들을 소개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거라는거죠.


아무튼 애꿎은 소크라테스/예수를 원용하여 박근혜 탄핵 반대 근거를 내세우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 소크라테스 재판 관련하여,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여 잘못 인용되는 경우도 많죠. 실제로 '악법도 법이다'를 명시적으로 얘기한 사람은 베르그봄(Karl Magnus Bergbohm) 입니다. 정작 소크라테스는 명시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소크라테스 재판 역시 '악법준수론'이라고 보기에는 복잡한 텍스트인데, 항상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고 인용하는 사람들이 많죠. 베르그봄을 잘 모르거나, 소크라테스가 베르그봄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권위에 호소'하기에 좋기 때문이겠지만요.


* 참고자료

박홍규,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 - 반민주주의자에 대한 민주주의 재판, 필맥, 2005

권창은, 강정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5

박원순, 세기의 재판 - 역사를 움직인 10번의 결정적 순간, 한겨레출판, 2016 (1장이 소크라테스 재판, 2장이 예수 재판)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1, 한길사, 2002.

로버트 달,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6 (최장집의 한국어판 해설도 굿)

조지형, 미국헌법의 탄생, 서해문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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