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_comments

적절한 책상 높이에 대한 일고찰

by transproms 2013. 8. 22.

이번 방학 때 그동안 쓰던 가구를 교체했는데,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그 중 하나가 '책상 높이'에 관한 것입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적당한 책상높이에 대하여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목재의 세계와 인테리어의 세계에 대해서도 눈을 좀 뜨게 되었는데, 그거야 뭐 전문가가 워낙 많고, 좋은 블로그도 많아서 제가 굳이 글까지 쓸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책상 높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제가 한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책상 높이의 기준은 글쓰고 책읽을 때에 맞춰진 것
시판되는 책상 높이는 대개 73~75cm 입니다. 키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지 않는 한 대개 적당한 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높이는 책상에서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을 때를 기준으로 적당한 높이라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사진1 (출처 링크)




이 사진에서 보면 팔꿈치 높이보다 책상 높이가 다소 높은데요. 73~75cm의 책상높이라면 대개 저런 모습이 됩니다. 키가 보통인 경우라면 말이죠. 그래서 표준 책상 높이가 그렇게 설정된 것입니다. 



현대인은 책상에서 키보드 작업을 주로 한다는 것이 문제


그런데 문제는 요즘은 책상에서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기보다는 키보드를 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다들 그러시지 않은가요? 저만 해도 책상 위에서 하는 작업 중 70% 이상이 키보드를 치는 것입니다. 키보드를 칠 때는 팔꿈치 각도가 90가 되어야 팔을 편안하게 키보드에 내릴려 놓을 수 있어서 가장 편한 자세가 된다고 합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사진2 (출처 링크) 



팔꿈치 각도를 90도로 맞추기 위해, 위의 사진처럼 키보드 트레이를 설치해두거나, 아니면 아예 책상높이를 낮게 조절해야 합니다. 실제로, PC 전용 책상의 높이가 대개 그렇게 되어 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도 키보드 높이를 60-70cm 정도로 맞추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링크).



책상 높이가 조절되면 좋으련만....


문제는 현대인들은 책상 위에서 책도 읽고 메모도 하고 키보드도 치기 때문에 적절한 책상 높이를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높이가 자유자래로 조절되면 좋을텐데, 그런 책상이 있긴해도 수시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큰 책상은 기술적으로 높이조절장치를 달기가 어렵다고 하고요.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입니다!! 여하튼 가구업체들이 현대인들이 주로 책상에서 컴퓨터 작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책상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의자는 인체공학기술을 적용했니 뭐니 하면서 꽤나 신경써서 만들던데, 책상 높이의 문제는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무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일반 사무책상(높이 73-75cm)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권고기준(키보드 높이 60-70cm)에는 맞지 않는 셈입니다. 요즘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무직 노동자 중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책상 높이도 원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여하튼 책상에서 일할 때 뭔가 불편하다 싶으신 분들 중에 키보드 작업을 위주로 하신다면 책상 높이를 좀 낮춰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상을 바꾸기 어렵다면, 키보드 작업 시 가능한 한 몸을 세워서 작업을 하시면 좋을 겁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게 해도 책상 높이가 73cm 이상이라면 팔꿈치가 직각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장신이거나 앉은 키가 유난히 크신 분들은 예외!! 키보드 작업은 별도의 PC전용책상에서 하는 것도 좋겠고요. 그것도 아니라면 기존 책상에 부착하는 '키보드 트레이'를 사용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존 책상을 컴퓨터전용책상처럼 만드는 것인데, 아래 그림과 같은 모양의 트레이를 기존 책상의 하단부에 장착하는 겁니다. 기존 책상에 나사를 박아서 부착해야한다는 점이 약간 부담스럽긴 합니다.



사진3 (출처 링크)


키보드 트레이는 키보드와 모니터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고, 또 책이나 서류를 옆에 두고 쓰기도 불편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을 보완하려면 아래 그림과 같은 스타일도 괜찮아 보여요. 다만, 상판이 좀 더 넓직하면 좋겠네요.



사진4 (출처 링크) 



하여간, 저는 이번에 책상을 주문하면서, 71cm로 맞췄습니다. 아무래도 키보드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책상에 비해 1~4cm 정도 낮췄는데, 그렇다고 너무 낮추면 책읽기에 불편하니까 나름대로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뭘 해도 불편한 높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상과 식탁 높이 등에 대해서는 일룸가구에서 작성한 자료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링크). 참고로 일룸가구의 높이기준은 다른 업체들하고 조금 다릅니다. 책상 높이 기준이 72cm로 타 업체보다 2-3cm 정도 낮고, 패밀리테이블 높이를 70cm로 맞추기도 하거든요. 암튼 일룸의 설명은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첨언: 모니터받침대의 중요성


책상 높이가 낮을수록 모니터받침대가 필요합니다. 대략 모니터 상단이 눈높이와 맞아야 하는데(모니터를 살짝 내려보는 분위기), 책상 높이가 73cm 이하면 모니터가 너무 아래 쪽에 배치될 거에요. 그런 점에서 위의 사진2는 키보드 높이는 좋은데, 모니터 높이가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죠. 저 사진에 "컴퓨터 작업 올바른 자세"라는 제목을 붙이다니...ㅠㅠ 저렇게 하고 컴퓨터 작업하면 목에 큰 무리가 갑니다. 아주 높은 모니터 받침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첨언: 책상 높이의 변천


과거에는 책상 높이의 표준이 70cm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아버지가 쓰시던 책상을 가져다가 쓰고 있는데, 한 20년 쯤 된 책상입니다. 높이를 측정해보니, 71.5cm 입니다. 요즘 시판되는 책상의 표준 높이(73~75cm)는 한국인의 신체치수가 향상된 점을 감안되었을 겁니다. 근데 왜 현대인이 책상에서 주로 하는 일은 컴퓨터 작업이라는 점은 반영 안하냐고요!!!!



첨언: 적절한 식탁 높이는?


식탁 높이가 책상보다 낮아야 한다는 '책상우위설'과 높아야 한다는 '식탁우위설이 있습니다. (학설의 이름은 제가 세계최초로 작명한 것!) '책상우위설'에 따르면 팔꿈치가 직각이 되어야 식사하기가 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상 높이에 비해 식탁높이가 낮춰서 팔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에 따르면, 책상 75cm, 식탁 73cm가 표준이 됩니다. 팔의 편안함을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팔 중시설'이라고도 불립니다. 정반대로, 식탁 높이가 책상 높이보다 높아야 한다는 '식탁우위설'도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책상 73cm, 식탁 75cm가 표준이 됩니다. 식탁우위설의 입장은 한국음식을 먹을 때는 서양처럼 양손에 칼과 나이프를 쥐고 먹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팔꿈치가 직각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밥과 국을 먹을 때는 입과 식탁이 좀 더 가까운 것이 먹기에 편리하다고 하죠. 그래서 '입 중시설'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식탁높이가 2cm 더 높으면, 밥을 입에 넣는 시간을 0.3초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여하튼 시판되는 식탁 높이는 대개 72cm에서 75cm 정도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식탁 높이는 아무래도 큰 불편이 없더라고요. 책상에서처럼 식탁에서는 몇 시간씩 줄창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밥 먹는 자세가 안좋아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시는 분들도 없을테고요. 심지어 높이가 80cm 가 넘는 식탁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식사하는게 유행이기도 하잖아요. 아일랜드식 식탁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오래 앉아서 먹기에 편한 모양새는 아니죠. 여하튼 식탁 높이는 그닥 중요하지 않고요.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책상 높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