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던은 금기시되어야 하나?>


요즘, 빠던(빠따 던지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개인적으로 야구'문화'나 '불문율'(unwritten rules)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건 법(규칙)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제 전공하고도 관련이 있기도 하고요. 영국 와서도 축구는 안보고 야구 책(불문율, 역사 관련) 몇 권 사서 보고 그랬네요 ㅋ


하여간 저는 빠던 가지고 뭐라고 하는건 잘 이해가 안갑니다. 어떤 스포츠에도 세레모니가 금기시되어 있진 않습니다. 축구에서는 골 들어가면 얼싸안고 덤블링에 슬라이딩까지 합니다. 야구였다면 영구제명감인가요? ^^;; 홈런치고 돌다가 덤블링 한번 하고 홈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면 좀 그렇긴 하겠습니다만...ㅎㅎ 배구는 운좋게 블로킹 한 번 걸렸다고 만세부르고 아주 난리가 납니다. 물론 여기에도 금기는 있죠. 배구에서는 반드시 돌아서서 자기 편을 향해 세레모니를 합니다. 상대편을 향해 '직접' 놀리는 것은 어느 스포츠에서나 금기인 것이죠. 


근데 '빠던'은 전혀 다릅니다. 일단 미학적으로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자연스러운 스윙동작이 이어지면서, 공과 반대 방향으로 빠따를 날리는 모습은 야구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박병호의 빠던이 가장 자연스럽고 완벽하다고 봅니다. 홈런을 워낙 많이 치니까 빠던 동작도 부드러운것 같아요 ㅋ 야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 동영상을 보시면, "아름답다"고 느끼실겁니다. 아니면 말고요 ^^;;


빠던 동영상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aqvJWrgNG_0


무엇보다 빠던은 상대방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니고, 팔로우스윙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입니다. 투수와 수비수를 향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수나 야수는 날라가는 걸 봐애 하기 때문에, 배트가 날라가는 것은 잘 보기도 힘듭니다. 심지어 배트를 멋지게 던져놓고 플라이아웃될 수도 있어요. 다만, 홈런을 맞으면 투수가 많이 힘들긴 하니까, 그라운드는 그냥 묵묵히 도는게 좀 더 좋아보이긴 합니다만.... 더욱이 한국야구에서는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면서, 코치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거나, 박수를 치면서 도는 정도까지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2005년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양준혁 선수는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치고 '어퍼컷 세레모니'까지 했었죠 (요건 저의 아픈 기억이라 특별히 기억에 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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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보시다시피


저런 어퍼컷 같은 것은 정말 상대편 입장에서 기분 나쁘겠죠. 하지만 뭐 축구나 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향해서 하지 않는다면 그러려니 하는거죠. 야구선수라고 해서 더 불쾌할 이유는 없습니다. 암튼, 이런 세레모니까지 한국야구에서는 다 수용되어 왔는데, 이제 와서 갑지가 "빠던'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요컨대, 홈런치고 상대편 벤치나 투수를 향해 세레모니를 하지 않는 한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미국야구에서는 빠던이 금기라고 하지만, (예전에 7회 이후 도루 금지와 사구 보복에 대해서 글을 썼을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미국야구의 불문율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봐요.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종주국이니까 존중하고 참고해야겠지만요. 미국야구의 역사를 보면, 초창기에는 완전 전쟁터였다고 하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상대를 조금이라도 자극하면 바로 보복구가 날라들고.... 뭐 그런 역사 때문에 미국야구는 전체적으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오재원의 빠던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LwxsD7v_Ro


오히려 오재원이 일본과의 준결승전(2015년)에서 잘못한 것은 '빠던'이 아니라, 1루타 치고 나가면서 일본 벤치를 향해 환호를 보낸 겁니다. 이건 야구가 아니라 어떤 스포츠에서도 용납되기 어려운 비신사적 행동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한국 입장에서 속이 시원했더라도 말이죠. 그건 욕먹어도 싼 건데, 빠던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건 저로서는 좀....;;


오재원의 일본벤치를 보며 한 세레모니: https://www.youtube.com/watch?v=13z2S9or_wA


대만기자가 황재균에게 "왜  빠던 안하냐?"고 아주 무례한 질문을 해서 우물쭈물 했다던데, 저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상대를 직접 자극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게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의 야구인들도 대개 그렇게 봅니다. 제 팬들도 무지 좋아해요^^ 대만이나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던지고, 도미니카에서는 아주 신나게 던지더군요. 국제대회라도 공통의 문화(불문율)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역사와 배경이 다른 나라의 야구문화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자제해 주세요~ 물론 저는 내년에 메이저리그 진출 예정인데요. 메이저리거로서는 리그 전통을 존중해서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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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esn74 2016.05.28 1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수가 설령 공을 따라서 고개가 뒤로 돌아간더라고 하더라도, 빠던은 상대를 향해서 하는 행동입니다

    언급하신 배구코트의 예처럼. 배구에선 돌아서서 세레모니를 합니다. 근데 그건 상대한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 진영을 향해서 하지 않는것 뿐입니다.
    배구에서 득점 이후 상대편이 다 뒤돌아서 이쪽을 보지 않는다고 상대편 진영을 향해서 세레모니를 한다면? 그건 상대편을 직접 놀리는 행위입니다.

    야구에서 투수를 비롯한 수비측은 홈 플레이트 방향으로 보고 서있고, 타자는 반대방향에서 상대하죠.
    그게 야구에서의 수비와 공격측의 진영인건데, 상대편의 방향을 보고 하는 세레모니는 직접 놀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질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빠던하는걸 좋게 보는 투수는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다들 안좋게봅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는 야구판이 서른몇개 고교만 설명하면 될정도로 극도로 좁은판이라 빈볼 날리는걸 자제하고 있을 뿐이죠. 빠던이 용인된 때는 2010년대의 일이고, 그 이전에는 요즘처럼 흔하지 않았으니 KBO리그의 전통이라 보기에는 빠던이 행해진 기간이 짧습니다. 그리고 빠던을 보고 빈볼을 날리는 선수가 없지도 않구요.

    개인적으로는 KBO리그에서 빠던을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 상대 기분이 나쁘건 말건 개의치 않고 하는 행위니까요. 차라리 빈볼이나 벤치클리어링을 각오하고서라도 배트를 던지는 메이저리그의 선수들이 나아보입니다. 그쪽은 자신들이 책임을 지기라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