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_comments

기본소득에 대한 단상

by transproms 2015. 12. 8.

핀란드 덕분에 기본소득 논의가 뜨거워서 상당히 흥미롭네요. 저는 이 분야에 직접적인 전문지식은 없지만, 법철학/사회학적 관점에서, 기존의 선별복지가 시민의 자유에 어떤 부작용을 주는지, 반대로 보편복지(기본소득제 포함)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기본소득제 도입에 따른 '하나의 측면'을 본 것이지 전체적으로 조망한 것은 아니고요. 그래서 기본소득제를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하고도 거리가 있습니다. 깔대기로 링크를 걸어 봅니다.


홍성수, “복지국가에서 법에 의한 자유의 보장과 박탈: 하버마스의 비판과 대안”, 『법철학연구』, 제18권 제1호, 2015, 157-186쪽.

http://transproms.tistory.com/157


흔히 기본소득제를 비롯한 보편복지의 장점으로 인간존엄과 사회통합에 유리하고, 비용이 적게 들고, 사회적 낙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언급되는데, 저는 추가적으로 보편복지체제 하에서는 (선별복지와는 달리) 국가/법에 의해 삶이 인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는다(생활세계의 식민화)는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기본소득제를 한다니까, '현급지급'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던데, 현금지급은 이미 기존의 복지제도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어 왔던 겁니다. 특히 기본소득제가 '대체'하려고 하는 기초생활보장제, 실업급여, 노령연금, 기타 수당 (가장 강력하게는 국민연금) 등은 현재도 하나같이 '현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이 점은 기본소득제로 대체된다고 해서 달라질게 전혀 없습니다.기본소득제의 차별점은 '심사 없이, '무조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보편적'으로 지급된다는 것에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하는 핵심 논거이기도 합니다.


한국형 기본소득제는 월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다양한 버전이 있고, 나름대로 재원 마련 방법까지 제안하는 견해가 있지만, 그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더군요.


여하간 저도 기본소득제를 오래전부터 뒤적거려보긴 했지만 섣불리 판단은 안섭니다. 핀란드가 앞장서서 '실험대상'이 되어주시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죠^^


* 기본소득제 논의를 보면, 항상 재원 마련의 '비현실성'에 대한 반론이 나옵니다. 만약 당장 기본소득제를 하자는 '안'이 제출되어 찬반을 묻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주 중요한 비판이라고 봅니다. 제가 그 당부를 따질만한 능력은 안되지만요. 다만, '당면한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제와 '이념'으로서의 기본소득제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기본소득제는 노동/소득, 국가/개인, 복지 등의 함의에 대한 '관점 전환'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철학 등을 하는 분들은 이 함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죠. 저도 그런 맥락을 흥미롭게 보고 있고요. 이것는 '재원마련의 비현실성'이라는 비판에 태클이 걸릴 필요 없이, 그 자체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주제입니다. 우리 삶과 사회의 질서를 어떻게 짤 것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논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