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수 자녀 입학 문제는 사실인가?


'로스쿨 교수 자녀 입학 정보공개하라'는 요구를 보고...

진짜 문제는 자녀입학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로스쿨 교수는 아닌 제 입장에서 말씀드려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지인이나 친인척이 지원했을 때는 심사위원에서 배제됩니다. 교수들은 서로 그렇게 친하지 않습니다. 옆방 교수랑 1년 내내 밥 한번 안먹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화장실은 같이 씁니다. ‘한솥밥’을 먹었다고 하긴 어렵고 ‘한 변기’를 쓴 사이 정도는 됩니다. 친하다고 해도 자식 대소사까지 상세히 교환할 정도로 친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료교수 자식의 합격을 ‘알아서', '아무런 댓가 없이' , '인생을 걸고' 챙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청탁’을 해야 합니다. “우리 딸이 이번에 우리 학교를 지원한는데 말이야....” 근데 이 부탁을 누구한테 해야할지가 애매합니다. 3인 1조로 채점하는 구조상 1명에게만 부탁해서는 쉽지 않고, 2명에게 동시에 부탁해야 하고, 또한 자기 자식에게 어느 심사위원이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방금, 한상희 교수님이 건대는 5인 1조로 채점하고, 최저/최고점수를 뺀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피겨스케이트 채점하듯이 한다는거군요). 50명 뽑는 전형이라면 대략 10조 이상, 30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배치됩니다. 어느 교수가 자기 자식 조에 들어가서 채점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콕 집어서 부탁을 해야 하는거죠. 그렇게 친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반대급부'라도 있어야 뭘 들어주고 말고 할텐데, 그럼 돈을 준다? 누가 심사위원이 될지도 모르는데, 돈을 미리 줄 수도 없고, '나중에 돈 줄테니 일단 합격시켜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로스쿨 입시는 본부 입학처가 관리를 맡기 때문에 미리 심사위원을 알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학장과 입학처 직원들 십수명이 합세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음모론은 공범이 많을수록 가능성이 낮아지죠. 게다가 대학은 그렇게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모래알 같은 조직이죠;; 제가 ‘없다’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있더라도 정말 드문 경우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그런 비리를 저질렀다가는, 본인도 처벌을 받겠지만, 해당 로스쿨, 아니 전체 로스쿨제도가 흔들릴 겁니다.

아예 ‘부모가 근무하는 로스쿨 지원 금지 조치’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은 한국현실에서 과도한 권리침해가 될 가능성도 있어 쉽지만은 않고요. 또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도, 교수 자녀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니 근본적인 해법도 아닙니다. 결국 이건 신뢰가 쌓이고 윤리의식이 높아짐으로써 ‘제도의 빈틈’을 채울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시간이 흐르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건지 .. 저도 답답하네요. 하여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생각처럼 그렇게 노골적인 ‘청탁’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만큼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저는 사태가 이리되어 ‘실제’보다 문제가 더 큰 것처럼 보여지게 된데에는 로스쿨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외관'을 만드는 노력도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여기에 정리했습니다.http://transproms.tistory.com/131


하여간 교수자녀가 입학했다고 해서 그것이 비리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는 거죠. 오히려 제가 보는 더 큰 문제는 교수나 법조인 및 상위엘리트 계층의 자녀에게 서류전형이나 면접이 ‘사실상’ 유리하다는 겁니다. 로스쿨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경력을 관리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투자가 필요하면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력도 있죠. 그래서 실제 비리보다는 ‘결과적’으로 그런 자녀들이 로스쿨에 많이 입성할 기회가 많아진다는게 제가 더 주목하는 문제이니다. 그런데 로스쿨은 그런 결과를 ‘제어’할 수도 있는 제도입니다. 물론 사시도 (로스쿨만큼은 아니지만) 정보와 경제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사시는 그로 인한 결과를 보정할 수 없습니다. ‘누구 자식이건 시험을 잘 봤는데 어쩌란 말이냐?’로 게임 끝이죠. 하지만 로스쿨은 그런 경향이 있다면 적극 제어에 나설 수 있고 나서야 하는 제도입니다. 소위 ‘있는 집 자식’만이 유리하지 않도록 서류전형이나 면접 평가 방법을 조정할 수도 있고, 알바하느라 학부 성적 외에는 마땅히 낼게 없는 학생들이 저평가되지 않도록 적절한 평가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이미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에 대한 특별전형도 두고 있는거고요.


로스쿨은 공들여 바꿀 수 있는게 많은 제도고, 그래서 참 운영하기 어려운 제도인 거 같습니다. ‘로스쿨 도입’ 당시, 제도 자체의 좋은 점만 보고, ‘실제 운영하기가 얼마나 힘든 제도인지’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Posted by transprom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