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법)_comments(law)

로스쿨 자소서의 문제와 아주 쉬운 개선방안

by transproms 2015. 12. 11.

<로스쿨 자소서의 문제와 아주 쉬운 개선방안>


로스쿨 입시에서 ‘정성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입니다. 그런데 일부 로스쿨은 자기소개서란이 너무 짧고, 쓸데없이 항목이 나눠져 있어요. 예컨대,

1. 성장 배경 (300자). 2. 지원 동기 (300자) 3. A로스쿨 지망 이유 (250자) 4. 경력/활동 (250자) 5. 관심분야 및 성격상 장단점 (400자) 6. 학업계획 및 졸업후 계획 (500자)


일단 250자 300자로는 쓸게 마땅치 않습니다. 워드로 5-6줄입니다. 분량 맞춰서 쓰기가 힘들고 쓰고 나도 뭔가 찜찜합니다. 1. 성장 배경 같은 건 쓸 얘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무지 많아요. 지원자 입장에서는 참 애매한 항목입니다. 2. 지원동기. 아니 로스쿨에 지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텐데 그걸 5줄로 쓰나요? 지원동기는 정말 중요한데, 이걸 300자 이내로 쓰라는 로스쿨도 적지 않습니다. 분량이 적으면 아주 추상적인 얘기나 뻔한 얘기를 쓰게 됩니다. 3. A로스쿨 지망 이유. 솔직히 무슨 특별한 지망 이유가 있나요? 요즘은 특성화도 의미도 없어졌고.. 교수님은 왜 A로스쿨에서 근무하시나요? ^^;; 결국 마음에도 없는 A로스쿨 찬양을 늘어놓곤 합니다. “글로벌 인재의 요람으로서 세계적인 교수진을 보유한 A로스쿨에 진학하겠다는 마음은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이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과장 좀 해 봤습니다^^;;) 4. 경력/활동이 많은 사람은 250자 내로 쓸 수가 없어요 ㅠ. 5. 성격상 장단점? 단점은 “단점 같지 않은 단점”을 쓰는게 자소서계의 정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거에만 너무 몰두하는게 단점입니다”.. @.@ 대부분의 지원자에게 별 의미 없는 항목이 아닐가 합니다. 6. 학업계획과 졸업후 계획은 중요하지만 이것도 사실 500자라고 해봐야 10줄 정도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성요소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자소서 양식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 입장에서 뭔가 자신의 잠재력와 역량을 충분히 과시했다는 생각이 안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뭔가 찜찜한거죠. 그랬는데 하필이면 1차에서 뚝 떨어집니다. 정량도 괜찮았는데.... 이유가 뭘까? 유력인사 자제 붙여주느라 내가 떨어진거 아닐까? 아무런 근거 없는 이런 생각이 싹트게 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자소서는 그냥 미국처럼 하나의 에세이(personal statement, personal essay)로 주욱 쓰게 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미국은 보통 2장 쓰게 하고, 심지어 콜럼비아로스쿨처럼 아예 분량 제한이 없는 경우도 있죠. 에세이를 통으로 써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지원동기가 절절한 사연이 있는 사람은 그걸 많이 쓰고, 경력이 화려하면 그걸 자세히 쓰고 그렇게 자율성을 부여하는게 낫다는 겁니다. 그렇게 써놨는데, '성격 단점'을 안썼다고 평가하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런 작은거 하나하나가 투명성을 높이고 불합격해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죠. 선발하는 입장에서는 저렇게 양식을 만들어놔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변화는 아주 쉽습니다. 지원서류에 자소서 세부 항목란을 없애면 됩니다. 끝.


항상 말씀드리지만, 로스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한 제도입니다. 당장 내년 초에 로스쿨 신입생들 모아 놓고, '지원자로서의 불만사항'만 잘 청취하고 개선해도 좋은 아이디어 무지 나올겁니다. 저는 사실 지원자들을 도와준 경험은 많지만, '당사자'는 아니었어서 한계가 있고요.


* 몇몇 로스쿨은 자소서 항목이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분량도 넉넉하고, 항목 구분도 나름 합리적으로 잘 분류된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