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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법)_comments(law)

세월호 조사/청문회, 왜 수사/재판보다 더 중요한가?

by transproms 2015. 12. 17.

세월호 조사/청문회, 왜 수사/재판보다 더 중요한가?



법사회학 연구자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꼭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수사와 처벌로 종결되면 안된다"였습니다. 제가 꾸준히 밀고 있는 테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법'은 '만능'이 아니라 사회에서 '부분적인 기능'만 수행한다. 

2)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는 (사)법이 '만능'이라고 생각하고 과부하를 거는 경향이 있다. 

3) 결과적으로 (사)법은 (사)법대로 기능장애가 생기고,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수사가 시작되면 흔히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를 비판하는 것이 주를 이루지면, 저의 관심사는 설사 검찰이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하고, 법원이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른 재판을 했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검찰과 법원이 무능하거나 양심적이지 않거나 독립적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사법 '고유의 한계'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흔히 한국사회에서는 검찰과 법원이 '진상'을 규명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사법은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누구에게 죄책이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고, 오로지 이와 관련되어 있는 부분적인 진상만 다룰 뿐이죠. 그런데 세월호 같은 대형참사에는 '죄책과 무관한 문제', 다시 말해, 특정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여러 정치/사회적 요인들이 응축되어 나타난 문제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핵심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것이 수사와 재판과는 별개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을 '대체'하는 특검보다, 검찰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특조위가 더 핵심이라고 얘기했었죠. 


우여곡절 끝에 특조위 청문회가 진행 중입니다. 수사와 재판과정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정인의 '처벌'을 놓고 공방을 벌여야하는 재판과는 달리, 이 자리는 무엇이 근본적 문제였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철저하게 논해야 하는 자링입니다. 특조위가 여러 어려움 속에 고생하고 있지만, 다행히 청문회에서는 적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수사와 처벌로 종결되었다면 묻혀버렸을 그런 문제들 말입니다. 


방대한 작업이라 엄두가 잘 안나지만, 저도 이 사건을 통해 '수사'와 '조사'의 기능적 역할 분담,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사법'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의 한계에 대해서도 한 번 다뤄보고 싶습니다.


다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 말합니다. 4.16인권선언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기초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이 목표라면, 이제 막 시작한거나 다름 없습니다. 


4.16 특조위 활동과 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관심이 시들시들합니다. 공중파에서 중계방송도 안하고 뉴스에서도 작게 다뤄진다고 하더군요. 사고났을 때만 해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인지 오래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돌렸고, 시민들의 관심도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말입니다. 4.16 특조위 활동과 청문회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 링크는 그런 문제의식이 담긴 작년 7월 자유인문캠프 강연 동영상

"인간의 존엄과 안전 – 법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나?" 

https://vimeo.com/100404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