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법)_comments(law)

탄핵소추의결, 정치적으로는 빠른게 낫고 사법적으로는 신중한게 낫다.

by transproms 2016. 11. 22.

탄핵소추의결, 

정치적으로는 빠른게 낫고

사법적으로는 신중한게 낫다. 

결론적으로는 빠른게 낫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풀리는게 좀 더 바람직하다(하야)는게 제 생각이었지만, 결국 탄핵소추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탄핵소추 의결을 전제한 상황에서 최적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문제는 의회가 언제 의결하는게 적절한가 하는 점입니다. 결론은, "정치적으로 보면 빠른게 좋고, 사법적으로는 신중한게 좋다"입니다.


일단 정치적으로는 빠른게 유리해 보입니다. 지금의 분위기가 수 개월 넘게 지속되긴 쉽지 않습니다.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밀어붙여야죠. 앞으로 최소 두 세 달 정도는 국회청문회와 특검 수사로 분위기가 더 이어질 수 있을겁니다. 헌재 결정도 그 즈음에 내려지면 가장 좋겠죠. 박한철 소장이 1월, 이정미 재판관이 3월 퇴임이 예정되어 있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빠를수록 좋습니다 (당분간 후임 인선은 어려울 겁니다. 국회가 신임 재판관 동의를 안해줄테니까요). 실제로 사법행태주의 이론에 따르면, '조직의 보호'가 판결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헌재가 기각 결정을 한다면, 아마 헌재 폐지 논의(정확하게는 미국식처럼 대법원으로 통합/흡수)가 불거질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헌재의 탄핵심판권 박탈' 논의는 나올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기각결정을 한다는 것은 '조직 보호'를 위해서라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탄핵절차를 빨리 진행한다면, 기각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의 분위기가 헌재 결정이 날 때까지 이어진다면, 기각 결정의 역풍은 그리 겁낼 일이 아닙니다. 노무현 탄핵 사건 때는 국민 다수가 원치 않는 탄핵을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이 밀어붙였다가, 헌재가 기각을 하니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이 역풍을 맞은 것이고요. 이번에는 국민 다수가 원하는 탄핵이기 때문에 헌재의 기각결정은 국민 절대 다수 의사(+국회)에 반하는 결정이 됩니다. 탄핵추진세력인 국민이 역풍을 맞는게 아니라, 헌재가 역풍을 맞게된다는 겁니다.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게 될 겁니다. 여전히 헌재재판관의 보수적 성향, 재판관의 임기 종료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습니다만, 기각 후 역풍 문제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그렇게 보면, 탄핵소추의결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의결에 가담하는 국회의원 숫자가 3분의 2를 훌쩍 넘기면 더 좋겠지만, 저는 의결에 가담한 국회의원 숫자보다 대중 열기가 남아 있을 때 빨리 처리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의회가 일체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가능하다는 학설도 있습니다만, 정치적으로 용인되기 어렵고, 의회가 어차피 동의를 안해줄 겁니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는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총리 문제는 괜히 협조하는 모양새 취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게 나아 보입니다. 총리 문제로 시간 끌 여유가 없습니다. 차라리 총리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방법이겠죠. 총리 탄핵은 국회 과반수로 가능하니 더욱 쉽습니다. (다만, 총리 탄핵소추는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대통령보다는 높긴 합니다. 그래도 일단 직무 정지는 가능)


반면, 헌재가 정치적이긴 하지만 '사법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소추의결은 신중하게 하는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겁니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증거가 없다'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 수사는 불공정하다 -> 특검 수사도 엉터리다 -> 1심 법원이 여론에 굴복했다 -> 2심 법원은 신뢰를 잃었다." 이런 식으로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은 다 거짓입니다!"로 일관할 겁니다. 예를 들어, "최순실이 국정운영에 개입한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 탄핵의 이유가 될텐데, 박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내놔라" 이렇게 나온다는 것이죠. 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헌재재판관들이 '증거재판' 요구를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헌재가 직접 증거입증을 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기각되지는 않더라도 심리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검찰 수사결과를 넘어, 최소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와야 헌재로서도 부담없이 인용결정을 내릴 수 있을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탄핵을 서두르는 것은 사법적으로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거꾸로 탄핵소추의결이 너무 늦어지면, 헌재로서는 여론압박에서 점점 자유로워질 것이고, 기각결정을 내리는 (여론) 부담이 줄어듭니다. 또한 검찰과 특검이 '뇌물죄' 혐의를 추가한다면 인용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뇌물죄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직권남용 정도하고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범죄입니다. 법정형(10년 이상)도 훨씬 높고요. 하지만 뇌물죄가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이 역시 탄핵소추의결에 시간이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탄핵소추의결은 빨리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탄핵소추의결을 미뤄도 기각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 없다면, 대중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 모든 법절차를 끝내는게 나아 보입니다. 그것이 기각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만에 하나 기각이 되더라도 역풍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이 모든 절차를 최대한 늦추려고 모든 방법을 다 쓸 겁니다. 특검법 거부권 행사, 특검 임명 지연, 특검 수사 비협조, 국정조사 비협조, 관계자 형사재판 지연, 탄핵심판절차 지연 등등... 하지만 이 역시도 시민들의 분노와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탄핵심판이 노무현 탄핵 때 두 달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지만, 권한대행체제의 혼란 등에 대한 여론 압박이 심해지면 헌재가 좀 더 빠르게 결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 딱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안나오

는게 있는데, 바로 탄핵소추위원이 권성동(법사위원장)이 된다는 것. 이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양반이 친박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과연 적극적으로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해줄지... 엑스맨이 되는건 아닌지....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위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할지는 가늠이 잘 안됩니다. 노무현 탄핵 때 탄핵소추위원 김기춘은 열심히 역할을 잘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