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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_publications

[논문] 로펌의 성장과 변호사윤리의 변화: 개인윤리에서 조직윤리로, 공익활동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by transproms 2012. 1. 30.
홍성수, "로펌의 성장과 변호사윤리의 변화: 개인윤리에서 조직윤리로, 공익활동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법과사회, 41호, 2011, 145-172쪽.


I. 들어가며

장면1: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로펌 재직 시절 거액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낙마했고,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역시 로펌에서 받은 보수가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뤘다. 최근 법무부장관 인선에서는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장관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를 지내면서 거액을 벌었다"면서 이른바 로펌 출신들은 불가피하게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제외되었음을 밝혔다.

장면2: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월급액수도 모른 채 취업해야 하고, 법정 휴가나 육아휴가 등의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변호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장면3: 로펌의 변호사 입사지원서에는 거의 예외 없이 혼인여부, 가족사항(가족의 직업, 나이) 등 업무와 무관한 항목들을 기재되어 있다. 대한변협과 지방변회의 홈페이지에서는 로펌의 직원 채용 공고에는 ‘용모단정한’ ‘20대 중반’의 ‘여’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변호사 사무실뿐만 아니라, 중견 로펌의 채용공고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장면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로펌’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로펌은 본래 거액의 연봉을 받는 엘리트변호사들이 일하는 곳이자, 법률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하고 선진적인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면1은 언제부턴가 로펌이 비윤리적인 행태의 온상이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로펌은 국내외 거대자본과의 결탁, 거대기업의 부도덕한 경영행태에 대한 비윤리적 변호, 공직자 회전문 인사의 중심, 전관예우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로펌이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계약을 맺은 것까지도 부도덕한 일로 몰아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 생략) 어느틈엔가 한국사회의 사회문제의 상당수는 로펌을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변호사윤리의 문제가 ‘개인 문제’에서 로펌이라는 ‘집단 문제’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인 전관예우는 전직 법관이나 검사가 자신의 최종 퇴임지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변호사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태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당수의 고위 법관이나 검사들은 개인사무실을 내는 대신, 로펌 (주 생략)행을 택한다. 이들이 로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보수를 받는지에 대해서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로펌에서는 상당한 숫자의 전직 법관/검사들이 ‘공직 퇴임→로펌 취업→공직 재취임→로펌 재취업’이라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한다. 섣부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전관예우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서 로펌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변호사 윤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 윤리 문제로 다뤄지는 대부분의 문제들, 예컨대, 변호사-의뢰인 관계, 성실한 업무수행, 법률과오책임, 비밀유지의무 등 변호사의 기본의무, 이익충돌회피의무, 광고, 보수, 공익활동 등은 변호사가 로펌에 속한 이상 변호사 개인이 아닌 로펌 차원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장면2와 장면3은 로펌이 단순히 복수의 변호사가 모여 있는 합동사무실이 아니라, 일정한 조직을 갖춘 ‘회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 생략) 로펌이 회사라면, 일반회사와 관련된 법적, 윤리적 쟁점들이 로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말한다. 다른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각종 문제로부터 로펌은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는 상법, 노동법 상에서 요구되는 법적인 문제도 있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각종 기업윤리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니까, 장면2처럼 소속변호사의 ’노동권‘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고, 장면3처럼 채용차별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본다면, 로펌은 아주 ’후진적‘인 모습의 회사다. 기본적인 재무정보조차 공개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소속변호사가 누구인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변호사를 사실상 ’근로자‘로 채용하면서, 그에 준하는 계약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변호사 채용 서류를 보면, 혼인 여부나 부모 직업을 묻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미 대기업은 물론이고 웬만한 규모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로펌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로펌에서 동일한 관행이 일반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로펌에서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자문해줬을 사안들이다.

이 세 가지 장면을 통해 우리는 변호사의 윤리 문제가 로펌이라는 회사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동안 변호사 개개인의 윤리문제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로펌이라고 하는 조직적 형태의 윤리문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윤리문제가 어떤 ‘질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본 논문의 주장이다. 이러한 점을 포착하지 못한다면, 현대사회에서의 변호사 윤리 문제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하게 되고 적절한 대안도 제시될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아래는 다음과 같이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 먼저, 변호사 윤리에 대한 일반적 논의를 살펴보면서, 변호사윤리에서 ‘로펌’이 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II).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비추어 로펌의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자리매김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III).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서 로펌의 사회적 책임론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현실을 조망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도록 하겠다. 

(* 이하 본문은 pdf 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