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에 올렸던 내용을 다시 편집해서 정리했습니다.

1. 정봉주 사건과 표현의 자유
어제 트위터 타임라인이 ‘초토화’되는 걸 보면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문약한 먹물인지라 험한 토론을 잘 견디질 못합니다...;;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고 논문이나 쓰는 게 체질에 맞는 듯 합니다^^;; 그래도 (본의 아니게) 제가 벌인 일이니 정리는 해야겠죠. 판결의 논리 중 두 가지만 문제 삼아 보겠습니다. 트위터에 잘 안어울리는 방식이지만, 길어도 양해 바랍니다. 판결문 어려우시죠? 전공자인 저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따져봐야죠. 먼저 ‘허위사실’에 대한 판결문의 일부입니다.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할 수 없다. 검사가 그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검사의 입증책임을 확인한 부분이죠. 그런데 이어서 좀 다른 내용이 나옵니다. 

 
“의혹제기자는 사실에 대한 소명자료 제시의 부담을 지고, 검사는 그것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증명할 수 있다. 허위성이 증명되면 허위사실공표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일견 모순되는 내용이고 판결문의 입장이 불분명하지만,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게 ‘원칙’이고, 그 ‘구체적 방법’은 의혹제기자가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가 그것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정도로 저는 해석합니다. 아무튼 대법원은 입증책임을 사실상 정봉주에게 돌려 버렸고. 따라서, 정봉주가 소명자료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검찰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탄핵되었다고 봅니다. 결국 정봉주의 발언은 ‘허위’라는 것이 인정되어 버린거죠.

그런데, 이렇게 입증책임을 의혹제기자가 지게 되면 자유로운 의혹제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아직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확증되지 않은 발언이 검증되는 과정이 민주주의고 선거이구요. 판결문처럼 의혹제기자가 소명하라고 해버리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입증책임을 의혹제기자에게 돌리면, 우리는 검증되기 전까진 아무 말도 못하고, 국가기관이 결정한 ‘팩트’에 도전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결론입니다.


-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가 져야 하고, 검사가 여기에 실패하면 무죄판결하는게 맞다
- 따라서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돌리는 법원의 입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 논점입니다. 설사 정봉주 발언이 ‘허위’라고 해도 무조건 처벌되는 건 아닙니다. 법원의 판결문부터 보시죠.

"근거없는 의혹제기여도 진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엔 허용된다. 심지어 나중에 그 의혹이 허위로 밝혀져도 벌할 수 없다."

아주 원칙적이고,적절한 입장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정봉주의 발언이 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죠. 즉, 정봉주의 발언은 ‘진실인 것으로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 발언이 허위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거구요.

그런데 과연 정봉주씨는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얘기한 것일까요? 1심, 2심, 3심 판결문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검토합니다. 사실상 '허위임을 알았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복잡한 사실관계는 직접 확인해 보시구요. 아무튼 저는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가 다 맞다고 해도, 그걸 가지고 그가 허위임일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게다가 정봉주씨가 발언할 당시에는 특검도 하기 전이었습니다. 국회가 특검 왜 했죠?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어서 아니었던가요? 국회도 검찰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특검하기로 의결했는데, 국회의원 정봉주는 검찰 수사 못믿겠다고 의혹제기하면 안되나요? 국회가 공식적으로 의혹제기하면 괜찮고, 정봉주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감옥행? 이런 상황을 두고 "정봉주는 허위일 가능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허위를 말했다"고 할 수 있나요? 오히려 정봉주는 사실임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판결이 이런 상식적인 논리에 배치되니까 황당한 겁니다.

다른 논점도 있습니다만, 일단 BBK 실체에 대해선 굳이 따질 필요 없다고 봅니다. 확실한 물증 나오면 그 때 또 얘기하면 됩니다. 정봉주 구금 건은 철저하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점으로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봉주 유죄판결은 한국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문제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법원이 매우 퇴행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봅니다. 이 정도 발언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밖에 안됩니다. 악의적인 허위사실유포가 아닌 이상, 사회의 자정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저번 선거 때 박원순에 대한 허무맹랑한 문제제기가 어떻게 되었나 보세요? 웬만한 의혹 다 걸러졌고 선거에서도 이기지 않았습니까?

참고로, 진중권 선생이 유죄 판결 자체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는 것은 조금 유감입니다. 이번 판결은 진 선생의 평소 자유주의적 지향에 비춰 봤을 때 대단히 문제가 많은 판결이거든요. 진 선생은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한나라당이 또라이를 내세워 문재인을 같은 수준으로 물고 늘어진다면, 과연 그걸 용납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정봉주 문제제기와 같은 수준이라면 법정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진영논리’가 아니라, 이런 류의 사안을 ‘법정’에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좌파건 우파건 다 마찬가지구요. 저는 그가 나꼼수 팬덤 현상 등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다 보니, 일종의 '막대 구부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역할이 있다고 보구요. 나중에 '정상적인 상황'(?)에서 다시 얘기나누면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튼, 정봉주 사건이 법정에 갔다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보구요. 마찬가지로, 정봉주·주진우가 나경원을 맞고소한 것에도 비판적입니다. 박근혜 고소한 것도 소 취하를 권하고 싶구요. 정치문제를 자꾸 법으로 가져가면 정치영역이 좁아지고, 법에도 과부하가 걸립니다.  괘씸하고 화도 나겠지만, 법에 기대지 말고 정치적으로 싸워야지, 상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해서 되겠습니까? 특히,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은 형사처벌하지 않는게 맞구요. 필요하면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 물리면 충분합니다. 그게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제기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인권활동가/학자들이 모여서 ‘표현의 자유 보고서’를 발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저도 참여하고 있구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쟁점을 망라한 종합 보고서가 곧 나옵니다. ‘표현의 자유 보고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나중에 꼭 읽어주십시오. 경제, 복지, 환경 다 중요한 이슈지만,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에선 다 언강생심입니다. 

2. 정봉주 판결은 정치판결인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징역 1년형에 대한 분석입니다. 왜 그렇게 높은 징역형을 그것도 시간 질질 끌다가 절묘한 타이밍에 내렸을까? 제가 법사회학 연구자로서 파고들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법원은 왜?”

김어준 총수는 “이상훈 대법관이 윗선에 약점을 잡혔거나 위선에 줄을 대려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은 총선/대선에 영향을 미칠 나꼼수 출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적절한 '가설'일까요?

이상훈 대법관은 PD수첩과 삼성 재판에서 합리적인 입장을 취했었고, 전수안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많이 내 독수리5형제라고 불렸던 (노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입니다. 양창수 대법관은 학자 출신으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중도보수성향 입니다. 특히 이상훈대법관은 노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제청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하긴 했지만, 임기가 5년 남은 대법관이 정권에 줄을 댔을까요? 암튼 이 판결은 이 3명의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내렸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시각으론 답이 없습니다. 그럼, PD수첩 무죄판결을 한 법관들은 민주당에 줄을 댄 사람들인가요? 정연주 무죄판결을 한 법관들은 진보당이랑 결탁한 건가요? 판사의 정치편향이 문제일 수 있지만, 조심스레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나꼼수의 ‘가설’도 중요하고 더 추적해 봐야겠구요. 저도 감히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는 못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다지 그럴듯한 가설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면 왜 법관들은 정봉주에게 유죄를 선고했을까요? 저는 법관들의 정치편향이 아니라, 법관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의 문제라고 봅니다. 법관의 논리와 사회의 논리가 좀 다른 것이죠. 법관들은 일반적으로 세상일에 되도록 많이 간섭하고 싶어합니다.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직업적 속성입니다. 엘리트주의라고도 볼 수 있구요. 누가 법관이 되어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국의 사법문화에서는 문제가 더 크구요.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니 법원이 간섭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모든 문제의 최종심급이다” “사회문제를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관이 해결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식의 생각이 사법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죠. 

유죄판결한 대법관들은 아마 정봉주식 문제제기가 사회악이라고 봤을 겁니다. 법관들은 ‘증거’로 먹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대선이라는 중요한 자리에서 함부로 문제제기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겠죠. 더욱이 국회의원이 그렇게 무책임하고 경솔하게 문제제기 하는 것은 법으로 ‘단죄’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했겠죠. 징역 1년이라는 강력한 형벌로 처벌해서 선거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법관의 책무라고 확신했을 겁니다. 게다가 정봉주에게 1년형을 선고한 1심, 2심 법원의 법관들은 그 중에서도 더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고 판단됩니다 (양형은 대법원에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으니, 1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1심,2심 법관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편을 들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법관의 이러한 결정이 일반인의 상식과 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우리 편이 이기면 좋은 판결, 우피 편이 지면 나쁜 판결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법부의 정치중립성의 문제와도 거리가 좀 있습니다. 저는 요즘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국민으로부터도 동시에 독립했다’는 테제를 학문적으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법을 찾고 있구요. 정봉주 판결에서도 동일한 생각을 적용해 봅니다.

진영논리로 우리 쪽에 유리한 결정이 나오면, ‘개념판사’니 뭐니 해서 열광하고, 상대편에 유리한 결정이 나오면, ‘정치판사’니 뭐니 해서 신상 털고...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이러한 정치적 공방을 법원으로 가져가서 해결하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사법부/검찰이 우리 삶과 정치의 너무 많은 부분을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것은 되도록 많은 사회분쟁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하는 사법부와 검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과 정치를 자꾸 사법분쟁화하는 것은 여야와 좌우를 가리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적 공방/검증을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풀려고 하지 말고 시민사회와 정치의 건강한 흐름에 맡겨야 합니다. 정봉주가 억울하게 당했다고 나경원과 박근혜를 고소하는 것은 불리한 게임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의 문제와 연결시켜야 합니다. 명백하고 악의적인 해악을 발생하지 않는 한 ‘표현’ 그 자체는 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SNS심의규제,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 명예훼손죄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문제는 "그래도 1년 징역형은 너무 과하지 않은가?" "판결 시기 문제는?" 계속됩니다.

3. 정봉주는 왜 징역 1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나?
정봉주 징역 1년형은 한마디로 너무 과합니다. 저는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국제기준에서 봐도, 명예훼손 류의 (이 경우에는 선거 허위사실유포죄지만) 행위에 징역형을 내리는 것은 후진적인 행태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범죄 자체는 성립한다고 해도 벌금형 정도고, 천 번 양보해도 집행유예 정도지, 무슨 중범죄라고 1년 징역? ‘윗선엔 줄을 대기 위한 것’(김어준), ‘나꼼수 출연을 막기 위한 것’(정봉주)이라는 분노를 저는 200% 이해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률적용의 오류만을 따지는 법률심이라 ‘형량’이 과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다. 그래서 형량이 과하다는 문제는 대법원보다는 1심과 2심 법원에게 묻는게 합당하다고 봅니다. 그럼 1심, 2심 법원 판사들은 왜 그랬을까? 1심과 2심은 2008년 선고되었습니다. 그 때 그 판사들이 2011년 나꼼수가 이명박 정권의 최대 위협이 될거라 예측하고, 미리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관이 무슨 예언가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닙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은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정봉주가 아닌 “2008년의 정봉주에게 징역형을 내려서 이명박 정권에게 줄을 댔다”는 가정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게다가 법원 인사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당시는 노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구요. 물론 법관들도 승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른바 ‘줄’에 관심이 있겠죠. 하지만 현재 정치권력에 누구냐에 따라 기민하게 왔다갔다하는 집단은 아닙니다. 요약하면, 저는 판결에 문제가 많다고 보지만, “정봉주의 행위를 강한 형벌로 단죄해야 한다”는 법원의 잘못된 생각이 문제인 것이지, ‘정치외압’ 때문이라고 보는 것에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4. 정봉주 판결은 왜 미뤄졌나?
먼저, 공직선거법: "선거범에 대한 판결선고는 1심에서 공소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2,3심은 전심의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다." 2심 선고가 2008.12.11이니 2009.3.11.까지 선고가 되었어야죠. 선고기한은 되도록 그 안에 선고하라는 뜻의 훈시규정이지만, 그래도 너무 늦어졌습니다.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게다가 선고일이 2011년 8월로 확정되었다가 연기되어, 2011년 12월에 선고되었죠. 의혹을 사기 충분한 정황입니다. 저도 알만한 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해보고 이리저리 짱구도 굴려봤지만,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는 정도? 그래도 추론을 해봐야죠. 이번에는 저의 ‘소설’이 좀 있습니다. 나꼼수처럼요^^;; 

이 사건은 대법원 2부에 배정되었구요. 2부는 원래 양승태(현 대법원장), 김지형(퇴임), 전수안, 양창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구요. 양승태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오다가, 작년 2월에 이상훈 대법관으로 주심이 바뀌었습니다. 선고시기는 주심이 1차적으로 조율한다고 본다면, 선고가 늦어진 것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주심이었던 양승태 대법관에게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치적인 눈치를 본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들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확증은 없지만 이런 사건이 이렇게 느리게 진행된데에는 뭔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나하는 강한 의심이 들 수 있구요. 양승태 대법관은 대법원장 임명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정봉주 사건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추정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장 인사에서 고려되는 사항은 매우 많구요. "양승태 대법관이 정봉주 사건의 늑장 처리로 청와대의 환심을 사서, 결국 대법원장이 되는데 성공하였다"고까지 생각하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때는 한번 물어볼만한 내용일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승태 대법관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는 바람에) 이번 유죄 선고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즉, 대법원 선고가 2년 넘게 소요된 것과 1년형 판결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판결이 늦어진데 책임이 있는 사람(양승태 당시 대법관)이 유죄 판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니까요. 참고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대법원장-대법관 관계는 대통령-장관의 관계하고 완전히 다릅니다. 대법원장이 대법원 2부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구요. 대법관이 판결내용을 놓고 대법원장 눈치를 볼 일은 없습니다. 아무튼 작년 2월부터 주심은 이상훈 대법관이구요. 2011년 8월 선고가 갑자기 미뤄진 것은 주심인 이상훈 대법관의 책임일 겁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상훈, 전수안, 양창수 대법관이 정치외압을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권 말기에 2017년 퇴임하는 이상훈 대법관이 나꼼수를 탄압해서 청와대를 기쁘게 하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소수의견으로 존경받던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 앞두고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오점을 남길 이유가 있을까요? 정봉주 전 의원에게 1년형을 선고한 대법원 2부는 며칠 전 정연주 KBS 전 사장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정치외압이 있었다면, 정연주도 유죄였겠죠. 나꼼수는 정권에게 무서운 존재여서 유죄, 정연주는 만만하니까 무죄? 상식적으로 그건 좀 아니겠죠....^^;;

그렇다면 선고 연기는 외압보다는 다른 이유일 듯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소설’입니다. 올 여름 이미 2부 대법관들은 1년형으로 합의를 한 상태. 그런데 당시 나꼼수가 막 뜨고 있었죠. 아무리 양심에 따라 결정했어도 후폭풍이 걱정될 수 있습니다. 후폭풍이 걱정된 대법관들은 일단 선고를 연기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자”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심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 이제 더 결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에라 모르겠다”, 12월에 선고를 해버린거죠. 소설은 그냥 재미로 흘려들으시구요^^;; 아무튼 선고 시기는 ‘의혹을 사기 충분’했지만, 다른 외압근거가 입증되지 않는 한 그냥 의혹일 뿐입니다. 다른 외압근거가 없다면,  선고 연기는 유죄 판결과 무관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처사는 잘못된 겁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선고시기를 늦춰서 의혹을 키운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부분입니다. 결정이 내려졌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선고를 했어야지요. 여기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의혹은 있으니까, 만약 다른 정황이나 증거가 발견된다면, 정치외압론이 입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추론으로는 아무리 찾아도 더 이상의 정황이나 증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정봉주 판결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대법관이 청와대에 예쁨받으려고, 또는 나꼼수를 탄압하려고 그렇게 판결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대법관들이 정치권력에 양심을 판 게 아니고, 그들이 시민들과 다른 양심을 가지고 있다는거구요.

5. 정봉주는 유죄인데, 김현미는 왜 무죄인가?
정봉주는 징역 1년인데, 김현미, 박근혜는 왜 무죄냐는 말씀이 있는데요. 그건 정봉주 의원이 훨씬 더 사실인 것처럼 말했고, 허위임을 인식했을거라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 의원의 문제제기가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봉주는 1년형, 김현미는 무죄는 너무 차이가 큽니다. 아무리 정봉주 건이 상대적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해도 “징역 1년 vs 무죄” 정도의 큰 차이를 둘 정도로 판결을 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봅니다. 판결문을 읽어봐도 과연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외압 문제는 아닙니다. 정봉주는 (미래에 나꼼수의 주역이 될) 정권에 위협적 인물이어서 1년형이고, 대변인까지 역임했던 김현미는 만만하니까 무죄를 준다? 상식적으로 2008년의 정봉주와 김현미를 그렇게 구별할 이유는 없습니다. 인간이 판결을 하는 이상 어떤 판사 만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양형은 더욱 그렇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 정도는 너무 심하죠. 근데 이 문제는 정봉주판결에서만 있는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주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유무죄판단, 양형판단에서 법원이 형평성을 훼손한 것은 사실이구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치외압설을 입증할 근거는 현재로선 없구요. 이건 정봉주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사법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6. 사법부를 옹호(?)한 이유 
본의 아니게 제가 사법부를 옹호한 것처럼 비춰진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법원이 나꼼수를 탄압해서 청와대에 줄을 댔다"고 생각하셨는데, 제가 사법부는 청와대의 사주를 받거나 눈치를 본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니 그런 오해를 받을 수밖에요. 물론 사법부가 정치외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서 보듯이 어떤 국면에서, 특정한 상황에 따라 정치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화시켜서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사법부는 '검찰'과는 달리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상당히 독립해 있습니다.  

저는 사법개혁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지적할 때는 상대방을 아프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뀌겠죠. 예를 들어, 1심, 2심 법원 법관들이나 이상훈 대법관한테 "이명박 정권에 줄 댄거 아니오?"라고 물으면 그들은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겁니다. 사실하고 다르니까요. 그냥 억울하거나 화가 나겠죠. 반성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제 논리대로라면, "당신의 양심이 국민의 양심과 다른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시오"라고 물어야죠. 저는 이렇게 물어야 비로소 법원이 아플거구요. 그래야 '반성'과 '성찰'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것이 제가 긴 글을 올린 이유입니다. 

자, 다시 문제는 사법개혁입니다. 사법권력도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사법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이 주권을 행사해야죠. 법관임용절차, 대법관 임명절차에 시민들이 적극 감시, 참여, 통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정봉주가 안나옵니다. 저는 의혹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결단코 아닙니다. 그런 의혹을 살 수밖에 없도록, 그동안 시민들과 괴리되었던 사법부가 문제구요. 다만 그런 사법부를 바꾸려면, 문제의 논점을 정확히 잡고 들어가야 한다는게 중요합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형사처벌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사법부가 문제가 많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봉주 판결의 ‘정치외압설’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구요.

7. 추천 사이트, 추천 도서 
사법부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 일이 있을 거구요. 그래도 '길잡이'는 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사법부에 관해서는 관련 시민사회단체도 많지 않고, 관련 서적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추천사이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새사회연대

* 추천도서
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 법조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두식, “헌법의 풍경” - (사)법문제에 대한 국민교양서!
민주적사법개혁실현을위한국민연대, "온 국민이 함께 하는 민주적 사법개혁의 길" - 사법개혁 과제 집대성!
김도현, "한국의 소송과 법조"  - 사법문제에 대한 법사회학적 접근과 사법개혁 제안! 
문준영, "법원과 검찰의 탄생: 사법의 역사로 읽는 대한민국" - 사법의 역사를 통해 본 사법문제!
신평, "한국의 사법 개혁 :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 판사가 쓴 사법개혁 제안!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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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측 2013.05.13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법관 사이에 1년합의된건 맞다고 봅니다. 나꼼수 절정일때 수감시키긴 부담이 있었고 또하나는 8월에 들어가면 대선 전에 나오니. 대선전 또 무슨 짓을 할 지 어케 압니까. 차라리 출소 시점을 고려하자. 여차저차 해서 12월로.....

    • sungsooh@gmail.com 2013.06.20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거야말로 추정일 뿐이겠죠....;; 대법원이 부담스러운 시기를 피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아무 짓도 못하도록 대선 기간에 투옥이 되도록 구금시기를 조정해 보자.'라고까지 고려했다고 보기는 것은 ... 저는 좀 과도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