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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_comments

런던시장 선거 단상

by transproms 2012. 5. 8.

1. 지난주 영국 지방선거는 노동당이 승리했으나 런던시장 선거에서 켄 리빙스턴은 낙선. 그는 “빨갱이 켄”(red Ken)이라고 불리던 노동당내 좌파였죠. 지방정부 차원에서 좌파정책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물이었구요.


2. 켄 리빙스턴은 1980년대 런던시장을 역임했으나, 대처에 의해 퇴출되었고, 90년대 말 토니 블레어와 대립하여 노동당에서 제명되었으나, 2000년 무소속으로 런던시장에 당선되었고, 다시 노동당에 입당합니다. 200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8년, 2012년 런던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하고 맙니다.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받던 그가 2008년 3선에 실패한 이유는 이라크전 이후 노동당의 추락 때문이었다는 것이 당시 언론의 분석이었습니다. 부수적인 이유로는 총 10년이 넘는 긴 재임기간으로 인해 신선함이 떨어졌고, 이는 당시 40대 초반의 보수당 후보 보리스 존슨과 대조를 이뤘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런던시정책이 지지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도저히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2012년 낙선 이유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료를 찾고 있는 중인데, 2008년 이후에 제가 귀국을 해서 계속 모니터하지는 못했어요...;;)


3. 켄 리빙스턴은 런던시장 재임 시절, 영국/미국의 대중동정책(이라크전)을 강하게 비판하고, 차베스대통령과 협력하기도 했고, "부시는 인간 중 가장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 가운데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었구요. 켄 리빙스턴은 이렇게 이념적 좌파이기도 했지만, 지방정부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내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의 런던시정은 민간기업 공기업화/협동조합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도시개발계획, 대중교통요금 인하, 도심혼잡통행료 징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공공탁아시설 확대, 획기적인 환경정책 등으로 성공한 ‘좌파지방정부’의 한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일전에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가 켄 리빙스턴의 런던시 정책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었고, 최근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그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사인 기사) 박원순 시장은 켄 리빙스턴이 한 일에 대해 잘 알고, 또 그가 왜 성공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서울성곽을 둘러본 후 “켄 리빙스턴 시장이 세운 런던플랜에 관한 자료를 확인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었죠. (한겨레 기사)


5. 켄 리빙스턴이 런던시장일 때, 저는 런던의 이주학생이었습니다.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죠. 그의 대중교통정책과 외국인정책 덕에 이주자인 저도 혜택을 본 셈이었구요. 현실정치에서 (누가 되어도 큰 차이 없다고 항상 생각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길 간절히 바랬던 적이 거의 없는데, 2008년 런던시장 선거에서는 정말 켄 리빙스턴이 당선되길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투표권조차 없는 이주민 신세였지만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정치라는게 동물과 같아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그는 이렇게 은퇴하지 않을까 합니다. 


부록1: 1980년대 켄 리빙스턴이 이끌던 “런던 광역시의회(GLC)”의 급진적 정치실험에 대한 전문적인 학술서도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 서영표 , <런던코뮌 : 지방사회주의의 실험과 좌파 정치의 재구성> - 서점 링크


부록2: 켄 리빙스턴의 "런던플랜"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발간한 "런던플랜-런던의 공간발전전략: 공공·평등·생태의 서울을 꿈꾸며"(2006)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자료실 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