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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_comments

영어학습론2: 어학연수를 가야 할까?

by transproms 2013. 2. 7.

영어학습론2: 어학연수를 가야 할까?


1편에 이어서 계속갑니다. 제가 상담을 하면서 아주 자주 듣는 질문이 이겁니다.


“어학연수를 가야 하나요?”

“이번 겨울방학에 영어학원 다니려고 해요?”


제가 우리 학교에 온지 이제 5년차 들어가는데요. 볼 때 마다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으니,


1) ‘휴학’씩이나 하고 어학연수를 갔는데 별 소득 없이 돌아오는 학생들

2) 방학 때만 되면 영어학원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영어실력은 그대로인 학생들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학연수 비용이 얼마나 비싸요? 또 방학이나 휴학을 해서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기회비용을 생각하면...ㅠㅠ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 이유를 짧게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1편에서 영어학습에서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일정한 ‘시간’ 투자 없이는 언어실력이 늘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학연수나 영어학원을 다녀도 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학연수 가고 영어학원을 다녀도 영어학습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학연수의 현실

자, 어학연수부터 따져 봅시다. 어학연수 가면 하루 종일 영어공부만 하다 오는 줄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천만에요. 어학연수 가봐야, 하루에 수업시간이 3~4시간 정도 됩니다. 이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아니에요. 한국에서 영어학원 종합반 다녀도 하루에 강의시간이 3~4시간이잖아요. 그렇다면 어학연수학원에서 뭔가 대단한 비법을 가르쳐주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어학연수학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여러 학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괜찮은 곳은 괜찮고 별로인 곳은 별로입니다. 어학연수학원에서 쓰는 교재도 한국에서도 다 쓰는 교재고요. 선생님들도 한국의 영어학원 선생님들보다 특별히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원어민 선생님들이 계신 학원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어학연수학원’이란 한국의 영어학원이 영어권 나라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더 후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업 시간 내내 원어민 선생님과 1:1로 대화를 하는게 아니죠. 선생님이 샬라샬라 설명해 주고 학생들끼리 대화를 하도록 시키기도 하죠. 영어 잘 하지도 못하는 학생들 끼리 되도 않은 얘기 주고받고... 수업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또 출결관리가 허술한 학원도 많아요. 그러면 한 1-2개월 열심히 다니다가, 설렁설렁 나가는 학생도 생기죠. 반면에 한국에 있는 영어학원 중에 정말 타이트하게 출결관리, 복습관리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게 시키는 학원도 있잖아요.


외국친구를 사귈 수 있다?

어학연수를 가서 외국친구를 사귄다? 이것은 뭐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어학연수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당연하게도 원어민이 아닙니다. 영어 네이티브가 어학연수학원을 다닐리 없잖아요....;; 결국 어학원 친구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비영어권 학생들입니다. 영어를 잘하면 어학연수를 갔을 리가 업죠. 물론 그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대단한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한국친구들과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 정도의 메리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뻔뻔함과 자신감은 확실히 향상된다!

어학연수 갔다 와서 확실히 느는 것이 있습니다. “뻔뻔함”이 늘어납니다. 잘 안들려도 들은 척 하는 요령은 확실히 늘어나고, 문법도 다 틀린 말로 대충 말해도 상대방이 다 알아듣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배우러 거기까지 비싼 돈 주고 간 것은 아닙니다. “자신감”도 늘어납니다. 외국생활이라는 것이 사실 별거 아닙니다. 어학연수룰 하면서 고생 좀 하면, 어느 나라에 가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얼마든지 서바이벌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걸 얻으려고 그 시간과 돈을 들여 어학연수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어학연수는 좋은 스펙?

그러면 어학연수가 좋은 스펙일 수 있을까요? 오래전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오버스펙이 바로 어학연수 경력입니다.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채용기관에서도 너무 잘 압니다. 어학연수 경력은 거의 평가받지 못합니다. 더욱이 한학기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차라리 여행이 낫다

외국에서의 경험은 물론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휴학하고, 6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학생이 있다면 대찬성입니다. 대개의 경우 그만큼의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최소한 어학연수보다 훨씬 나은 경험일 겁니다. 외국생활을 하며 시야를 넓히겠다는 목적이라면, 어학연수보다 여행을 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어학연수 가서 영어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시야도 넓히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요? 글쎄요. 제가 볼 때는 두 마리 다 놓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래도 어학연수를 가야하겠다면... : 어학연수 활용법

그래도 어학연수를 가야겠다면, 이렇게 해보시면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학연수 학원 열심히 다니고, 그 외의 시간도 영어에 노출시키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적극적인 공부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어학연수학원을 다니기로 했으면 열심히 다녀야죠. 선생님과도 빨리 친해지시고요. 집중해서 수업 듣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습도 철저히 하고요. 언어공부도 ‘휘발성’이 있어서 복습을 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학원 다녀 왔으면, 나머지 시간에도 현지 TV도 보고, 현지 라디오도 듣고 하면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받아쓰기도 해보고, 쉐도우 스피킹도 해보고, 혼자 벽 보고 중얼 거려 보기도 하고, 라이팅 연습도 해보고.... 그렇게 공부하는 겁니다. (근데 이렇게 열심히 혼자 공부 할 수 있으면 외국에 왜 나가죠? ^^;;)


한국말 하는 시간은 최대한 줄여야겠죠. 한국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고, 인터넷에서 한국 사이트 검색하는 것도 웬만하면 끊는 것이 좋겠고요. 스마트폰으로 카톡으로 한국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금물. 뭐 이렇게 할 수 있는 거 다 해봐야 합니다.


현지 원어민에게 1:1 교습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국 돈으로 대략 1~2만원 정도면 1시간 정도 공부시켜줄 원어민 (대학생도 좋음) 구하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마 5만원은 줘야 할 거에요. 어학연수학원 선생님들도 알바를 뛰시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분들은 교육자니까 양질의 개인지도를 해주시겠지만, 그만큼 시간당 페이는 더 비쌉니다. 어쨌든 어학연수학원에서 생각보다 자신의 말과 글을 원어민에게 맨투맨으로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1:1 교습도 생각해 보십시오.


대학부설 어학원이 좀 더 낫다

학원 중에는 대학부설 어학원이나 고급학원(비싼 곳)이 낫습니다. 이들 어학원에 아무래도 학생들 중에 어중이 떠중이가 없죠.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많고요.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쌀수록 학원의 질이 좋다는 것은 시장원리상 당연한 것인데, 사실 현지에 가기 전에는 그걸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원이 별로 마음에 안들 때는 바로 환불받고 학원을 옮겨야 하는데, 그것이 용이한지도 알아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비싸면 비쌀수록 효율은 떨어지겠죠? 한국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알차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면 말이죠.


알바를 하면 좀 더 도움이 될까?

알바는 나라마다 정책이 다른데요. 영국처럼 ‘알바’가 가능한 나라에 갔다면, 일자리를 얻으면 아무래도 영어가 늘기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도 일 나름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비슷한 대화를 백날 해봐야 영어가 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복잡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일을 얻기는 힘들죠. 여하튼 알바를 하면 좀 더 낫긴 한데, 큰 기대를 하진 마십시오. 


말 나온 김에 워킹홀리데이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구하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영어도 향상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 걸리면 하루 종일 옥수수밭에서 ‘영어 한마디 안하고 묵묵히’ 옥수수만 따고, 저녁에는 너무 힘들어서 바로 잠들어 버리는 일상이 되풀이되기도 합니다.


원어민과 교류하라

원어민을 친해지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공원 가서, 산책 나온 어른신들한테 말 걸어보세요. 운 좋으면 2차 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무용담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권 나라들은 대개 연금생활하는 어르신들이 공원에 많이 계십니다. 한국 학생이 말 걸어주면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방법이야 한국에서도 가능합니다. 다만, 어학연수 가면 좀 더 용이할 뿐입니다. 이왕 그 멀리까지 갔으면 이거라도 제대로 해봅시다.


요약

어학연수를 가면 한국에서 보다 영어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 더 좋아하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위해 황금 같은 시간과 거금을 투자하기에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어학연수 가지 말라는 것이고, 그래도 가야겠다면 ‘가성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최선을 다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는 다시, “그런 의지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은거죠.


차라리, “나는 어쨌든 외국생활을 길게 한번 해보고 싶다”, “원어민은 아니더라도 외국친구를 사귀어 보고 싶다”, “한국에선 공부가 너무 안된다. 외국 나가서 공부하면 아무래도 환경이 유리하지 않겠나?” 뭐 이런 이유라면 경우에 따라 어학연수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무조건 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요. “어학연수가 과연 휴학까지 하면서 갈 가치가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10번 물어보고 그래도 가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면 가십시오. 그리고 가게되면 제 말씀대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오시고요.


부디 아까운 시간 잘 활용해서 알찬 대학생활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영어학원’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세줄 요약

1. 어학연수 가면 공부여건이 조금 더 좋아지긴 한다.

2. 어학연수가 제공하는 여건을 잘 활용해서 열심히 영어공부하면 영어실력이 향상된다. 

3.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한 것은, 한국에서도 열심히 하면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보충: 교환학생은 어떨까?

어학연수에 비하면 교환학생은 대체로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어학연수보다는 좋은 경력이 될거고요. 무엇보다 외국 나가서 현지학생들과 ‘정규수업’을 함께 듣는 것 자체가 어학연수보다는 훨씬 더 의미있는 경험입니다. 현지 대학생활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있고요. 설렁설렁 다닐 수도 없죠. 학점을 따야 하니까, 귀 쫑긋 세우고 수업 들어야 하고,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시험지 채우려면 라이팅도 열심히 연습해야 하고... 현지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 해 가며 정보도 얻어야 하고, 교수 찾아가서 면담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어학연수보다는 ‘효용’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