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혐오표현은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는가?"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김치녀부터 무슬림혐오, 동성애혐오, 강남역여성살인사건까지.... 혐오표현의 개념, 문제, 대안을 15분 강연에 담았습니다.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단행본도 곧 출판됩니다. 


[15분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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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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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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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Bites라고 아주 유명한 철학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영국 Open University의 Nigel Warburton 교수가 당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만나, 철학의 주요 개념이나 주요 사상가와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요. 영미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입니다. 팟캐스트 답게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내용이라, 오며가며 듣기에 괜찮은 (라고 하기에는 머리가 좀 아프죠 ㅎㅎ) 컨텐츠 입니다. 스키너하고 <군주론>에 대해 얘기하고, 피터싱어랑 <윤리학>과 동물 문제를 논하고, 킴리카에게 소수자권리에 관해서 묻는 그런 식입니다. 총 325개 컨텐츠가 있고요. iTunes에서 Philosophy Bites 라고 치시고 다운받아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컨텐츠 소개 사이트는 여기를 클릭 해보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게 책으로도 있는데, 인터뷰 스크립은 아니고요.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금 수정가필하여 책으로 낸겁니다. 총 3권이 있습니다.




1. Philosophy Bites, OUP, 2012 - 정치학, 윤리학, 미학 등의 주제 (링크)

2. Philosophy Bites Back, OUP, 2014 - 플라톤, 칸트, 롤즈 등 철학자 (링크)

3. Philosophy Bites Again, OUP, 2015 - 즐거움/고통, 도덕성, 이주, 처벌, 정치 등의 주제 (링크)


이 중 1권과 2권은 한국말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1. 철학 한입, 열린책들, 2012 (링크)

2. 철학 한입 더, 열린책들, 2014 (링크)




3권도 번역 예정인지 모르겠는데, 3권에서도 형사책임은 니콜라 레이시가 혐오표현은 레이 랭턴이 인터뷰한 것이 특별히 인상적입니다. 이 두 주제는 제가 요약해서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언제라고는 말씀 못드림 ^^;;)


암튼 영어 듣기가 되는 사람은 팟캐스트로, 영어 읽기가 되는 사람은 영어책으로, 한국말 읽기가 되는 사람은 한국어 책으로 철학의 기초를 맛볼 수 없으니, 이런 좋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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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작 되면 말을 묘하게 돌릴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네요.

"오해할 만한 소지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얘기다. 제가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 이 사람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는 것은 안된다는 얘기다. 차별을 받지 않도록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지지한 것이다. .... 다른 특정한 행위를 인정하는건 아니다." (2017.1.24 반기문 답변) (링크)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 오늘,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당신들 편에 함께 서라고 요청합니다." (2012.3.7 반기문 유엔 총회 연설) (링크)


- 성소수자를 지지를 한다는게 아니다 / 한국 대선후보 반기문 (2017.24)
- 성소수자 "편에 선다"(stand with) /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2012.3.7)

이건 뭐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존재에 대해서 지지하냐 마냐는 것을 논하는 자체가 ('흑인 지지', '외국인노동자 지지'가 말이 안되는 것처럼) 부적절하죠. "특정한 행위를 인정하는건 아니다" 이건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그럼 동성애 행위를 인정하지는 않는데,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숭고한 의사를 표명한 것인가요? 나 원 참.... 반면에 그가 유엔사무총장 시절 말했던 "그들 편에 서서 함께 하겠다" 이건 참 적절한 표현이죠. 유엔 차원에서 그들의 투쟁에 동지적 연대를 표시(앨라이선언)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를 표시할 때 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아는 전직 유엔사무총장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면, 바로 이러한 여처구니 없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면담에 참여한 이용규 목사는 반기문의 말에 동감한다면서,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은 안되지만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 ... 반 전 총장에게도 그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링크)

치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뭐라고 덧붙였을까요? 유엔 사무총장이었다면, "아 제 말을 그렇게 해석하시면 안됩니다. 치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차별적인 것입니다"라고 했겠지만, 대선 후보 반기문은 아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겠죠? 지금 발언을 하나하나 모아서 유엔에 '신고'라도 해야겠습니다. 퇴임 후 한 달도 안되서 저런 말을 하고 다닌다고.. 정말 나라 망신 수준이 심각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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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유엔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것>


아래의 내용은 반기문이라는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절대 아니고(!?),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에 대한 '일반론'임을 밝힙니다.


1. 당연한 얘기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자리가 아니죠.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나서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게 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얻게 된 지식,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얻게된 기밀정보도 있는데 이걸 특정국가를 위해 사용한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공직 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유엔 결의문"(전문과 해설기사 링크)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4-(b)항.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들의 비밀을 다루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공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s,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n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 


2. 반기문 측에서는 "결의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나선 모양인데, 이건 정말 전 유엔사무총장이 해서는 안될 말입니다. 결의안 뿐만 아니라, 유엔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회원국들이 유엔의 결정에 따르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바로 유엔사무총장이죠. 여태 그 일을 하다가, 자기가 당사자가 되니까, "구속력이 없다?" .... @.@ "구속력이 없다"는 팩트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안되는겁니다. 그럼,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특정 국가에서 공직에 취임하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여 징역형을 살게 하는 규정이라도 만들까요? 그런 강제성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취지에 맞게 준수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래도 유엔이 지금껏 운영되어 왔던겁니다. 근데 유엔사무총장 출신이 유엔 결의문을 '구속력'이 없다고 하면, 그건 유엔의 존립근거와 본인이 했던 일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3. 심지어, "결의문"에 '적어도 퇴임 직후'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기 때문에 "직후"는 아니지 않냐는 주장도 있더군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퇴임일이 2016년 12월 31일이었고요. 귀국하면서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게 2017년 1월 12일이었습니다. (재직 중에도 이런저런 사전작업을 했다는 '의심'은, 증거가 없으니 일단 접어 둡니다) 이게 즉시가 아니면 뭡니까? 게다가 탄핵결정이 내려지면, 대선 후보로 2-3월에 나가야 하고, 4-5월이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결의안"에 저런 표현을 쓴 것은 사무총장 재임 후 정부 자리를 '영원히' 맡지 말라는 얘기까지는 아니라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사무총장 재직 이후 어느 정도 '단절'의 시간이 있었다면 괜찮다는 뜻이지, 반기문처럼 퇴직 후 기다렸다는듯이 출마하는 것은 안된다는 뜻입니다.


4. "결의안"에 '회원국'이 'governmental position'(정부직)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기 때문에, 문구 그대로 해석하여, 어떤 '임명직' 취임이 제한되는 것이지 선출직인 대통령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기밀정보가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결의안의 취지로 보면, 임명직이건 선출직이건 마찬가집니다. 선출직에게도 적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5. 꼭 결의문이 아니어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는 '후임자'에게도 아주 나쁜 선례를 남깁니다. 당장 구테흐스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출신국인 포르투칼에 조금이라도 유리해 보이는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당신, 반기문처럼 포르투칼에서 정치하려는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전관예우를 누리는 퇴직 공직자들에게 후배 현직 공직자들에 폐를 끼치게 되는 것하고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6. 또한 유엔사무총장은 퇴임 후에 할 일이 무지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유엔 설립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게 바로 '도덕적 책무'죠.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투신할 수도 있고, 난민을 위한 세계연대를 조직할 수도 있고, 세계 유수기업들 손목을 비틀어서(?) 공익 재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퇴직자가 본인의 도덕적 지도력을 활용해서 부자들 돈 받아내서 재단 만드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박근혜/최순실과는 다른 사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강연도 다녀야죠. 정말 할 일이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그걸 다 제쳐두고, 겨우 특정국가의 대통령이 된다? 이건 정말 유엔의 설립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실제로,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쌓은, 세계지도자로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는 정말 어마어마한 겁니다. 그런 자리는 10년 마다 한 명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퇴임 후에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엔의 설립 취지'에 맞게, 즉,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써야 마땅합니다. 결의안이고 나발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세계지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이자, '양심'인 것이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퇴임 직후 가나 대통령 직을 제안받았습니다만, 그는 일국의 대통령 대신 '세계'를 위한 일에 투신합니다.

- 2007년에는 더 공정하고 더 평화로는 세계를 위한 공익재단, "코피 아난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 전개중
- 2007년 케냐선거에서 폭력사태가 발발하자, 코피아난이 중재자로 나섰고, 양 정치세력이 연합정부협정을 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 수행
- 2012년 코피 아난은 시라아 내전이 발발하자, 유엔-아랍연맹 공동 시리아 특사로 파견되어 휴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여 특사 직을 사퇴 ㅠ)
- 그 외에도 아프리카녹색혁명연합 결성 주도, 세계인도주의 포럼 의장, 세계 퇴직 지도자들의 인권/평화를 위한 모임 The Elders 의장, 아프리카진보패널, 가나대학 (명예)총장, 싱가폴국립대학 교수, 다원주의 글로벌센터 의장 등 자신의 유엔사무총장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수많은 활동 수행 중.


퇴임 후 이런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는 10년마다 딱 한 명의 지구인에게만 주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에 출마하는 거지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국가'의 대통령에 출마하는거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쓰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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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기에 적합한 텍스트


대통령 대리인이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하네요 @.@ 이건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 권유'할 때 적절한 텍스트인데 말이죠.


박근혜를 소크라테스/예수와 비유하다니 참 흥미로운 논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매우 기발한' 발상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이 소크라테스/예수 급이냐?"는 반론으로 직행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너무 싱겁게 논쟁이 종료되니까요.


다만 소크라테스/예수가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하게 된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들은, 탈옥을 할 수도 있었고, 자신의 무고함을 설파할 기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교의 길'을 택했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소크라테스/예수의 '흉내'라도 내고자 한다면, 지금 아무리 억울해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겠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죽음의 길을 택했고,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졌으니까요.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봅시다. 이미 탄핵의결이 된 상황에서 탄핵심판이 늘어져서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진다면, 국익 손실이 너무 큽니다. 만에 하나 기각이 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겁니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여 나머지 기간을 채운다고한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가?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억울해도'(물론 과연 억울한지 의문이지만;;) 자리에서 내려오는게 맞습니다. 닉슨 대통령도 그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중도사퇴를 단행했었죠. 소크라테스나 예수가 박 대통령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일단 사퇴함으로써 오히려 무고함을 호소했을 겁니다. 요컨대,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으니, 대통령께서도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지금 사퇴하셔야 합니다"라고 눈몰로 호소할 때 말이죠.


또 한 가지, 대중민주주의의 위험과 사법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대통령 변호인을 맡았다면 당연히 주장해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국민 다수가 원해도 헌재가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이죠. 그런데 이런 논법을 구사하려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보다는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 문헌들을 참고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토크빌의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정치적 문제가 결국 사법적 판단에 의해 해결된다”는 말을 원용하며, 미국 건국 초기에게 헌법을 셋팅할 때 벌어진 논쟁들을 소개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거라는거죠.


아무튼 애꿎은 소크라테스/예수를 원용하여 박근혜 탄핵 반대 근거를 내세우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 소크라테스 재판 관련하여,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여 잘못 인용되는 경우도 많죠. 실제로 '악법도 법이다'를 명시적으로 얘기한 사람은 베르그봄(Karl Magnus Bergbohm) 입니다. 정작 소크라테스는 명시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소크라테스 재판 역시 '악법준수론'이라고 보기에는 복잡한 텍스트인데, 항상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고 인용하는 사람들이 많죠. 베르그봄을 잘 모르거나, 소크라테스가 베르그봄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권위에 호소'하기에 좋기 때문이겠지만요.


* 참고자료

박홍규,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 - 반민주주의자에 대한 민주주의 재판, 필맥, 2005

권창은, 강정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5

박원순, 세기의 재판 - 역사를 움직인 10번의 결정적 순간, 한겨레출판, 2016 (1장이 소크라테스 재판, 2장이 예수 재판)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1, 한길사, 2002.

로버트 달,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6 (최장집의 한국어판 해설도 굿)

조지형, 미국헌법의 탄생, 서해문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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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죄가 없다. 개헌 논의에 휘말리는 순간 게임 끝.>


박 대통령이 "개헌"이라고 콕 찝어서 말하지 않았을 뿐, 결국 개헌하라는 거죠.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도 결국 개헌하라는 얘기. 여야 대표회담에서 "대통령은 내일 퇴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라고 하면 내일 퇴진할건가요? 그게 아니라, 여야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임기단축에 합의하면 그에 따르겠다는 뜻이겠죠.


"이 헌법 공포 당시 대통령은 이 헌법 시행과 동시에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본다”을 부칙에 넣는, 오로지 임기단축만을 위한 '원포인트개헌'을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건 모양새도 그렇고 쉽지 않겠죠. 그냥 대통령이 내려오면 되는건데, 굳이 결과가 뻔한 국민투표를 하는 의미도 없고 투표비용만 아깝습니다. 그보다는 '통치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일 겁니다.


통치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라면 어떠한 경우의 수를 봐도 새누리당에 유리합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퇴임 후 보장'을 위해서, 계속 버티다가 야당에 정권을 내주기보다는, 조기 퇴임하되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하도록 하는게 훨씬 낫겠죠. 어차피 임기 채우는건 물건너간 것이라고 보고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통치구조 개편은 무조건 남는 장사입니다. 예를 들어, 내각제로 개헌하여 내년 5월에 내각제 정부를 출범한다고 하면, 대통령도 중도퇴진해야 겠지만 의회도 해산해야 합니다. 마땅한 '인물'이 없는 여당 입장에서는 내각제가 나쁠게 없죠. 안그래도 여소야대 국회인데, 국회 해산하면 땡큐고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한다고 해도, 현재 국회가 이원집정부제를 전제로 선출된게 아니기 때문에 현 국회를 해산하는게 맞겠죠. 이원집정부제에서도 다수당 대표가 내각책임총리가 되는거니까요.


개헌을 하면 '대통령' 포기 선언을 한 김무성은 (대통령과 다름 없는) 총리를 꿈꿀 수 있게 됩니다. '대통령' 안하겠다고 했지, '총리' 안하겠다고 하진 않았거든요. 개헌 추진과정에서 문재인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눈이 멀어 시대적 과제인 개헌에 반대하는 인물'로 낙인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통치구조를 개편하는 개헌과정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개헌도 어차피 여야 합의 없이 불가능한데 논의과정이 쉬울리가 없습니다. 여당, 야3당 모두 동상이몽일텐데요. 일단 통치구조만 바꿀거냐, 선거제도, 기본권장전 등도 다 바꿀거냐만 해도 엄청나게 복잡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헌 정국으로 가면, 박근혜 퇴진으로 촛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 논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금번 사태는 박근혜가 잘못한거지 헌법은 죄가 없습니다. 애궂은 우리 헌법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 헌법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30년간 잘 굴러왔고, 지금도 잘 활용하면 몇 년 정도는 더 쓸만한 녀석입니다^^ 차기 대선은 무조건 현재 헌법 체제 하에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통령 담화에도 불구하고, (개헌과 무관한) 퇴진, 탄핵, 특검, 국정조사로 모아진 현재 흐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특히 쓸데 없이 '개헌'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헌에 기웃거리는 순간, 게임 끝입니다. 


물론 개헌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과제고요. 그것이 마무리된 후에 개헌을 해도 하는 것이지, 개헌 논의를 끌고 들어와서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고 정략적 이익을 챙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개헌은, 일단 현재 헌법으로 대선을 치루고, 대선 후보들이 개헌 방향을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는게 합당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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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 당선을 보며, 저의 전공분야의 관점에서 가장 걱정되는건, 차별과 혐오의 득세. 최소한 공공영역에서는 차별적 혐오표현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고, 그래서 '우린 유럽의 혐오표현금지법 따윈 필요 없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미국. 하지만 이제는 여성, 이주자 등에게 거리낌없이 혐오표현을 퍼붓는 자가 대통령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는 입조심을 하겠지만, 오바마처럼 혐오와 차별에 맞서 일관된 메세지를 전하진 않겠죠. 이제 감히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부담없이 막말을 해댈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 겁니다. 단순히 '막말'의 문제는 아닙니다. 함부로 말할 수 있으면, 함부로 행동(차별과 폭력)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시대에도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혐오표현에 대한 가장 좋은 복수는 더 많은 표현으로 맞받아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미국이 그토록 자랑하는 '자유'가 위협받게 되는거죠.


반이민주의의 영향으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영국은 지금 어떨까? 우려했던대로 차별과 혐오가 노골화되고 있고, 얼마전에는 브렉시트 이후 증오범죄가 41%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비이민자국가 중에서 보기 드물게 다문화주의를 주창하던 영국과 이민자국가로서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렸던 미국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 변동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시민사회가 이 모든 불안 요소를 제어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돌파구를 찾아야겠죠. 정말 세계가 기로에 놓인 것 같습니다.


2. 실제로, 트럼프 집권 이후,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폭력 증대 가능성...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트럼프 후보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런 조짐이 여러 차례 보고되었었죠. 이제 더욱 본격화될 것 같습니다 ㅠ 십자가 태우기, 나치, 증오범죄... 인터넷에서는 벌써 이민자/소수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도... 곧 KKK단도 활개를 치게 될 듯...


페북에 댓글 달아주신 현지 한국인 말씀: "인디애나 거주자입니다. 어제 선거날 저녁( 트럼프 인디애나주 승리 결과 후) 에 산책하던 중 젊은 백인 남자가 저한테 다가와서 계속 소리지르더군요. 오늘은 우리의 날이다! 블라블라 너무 무서워서 다른 말은 들리지도 않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americas/us-elections/donald-trump-wins-racist-racism-race-hate-immigrants-nigel-farage-ukip-brexit-post-referendum-a7407951.html

https://trofire.com/2016/11/09/trumps-fascist-hate-already-spreading-cross-burning-nazi-vandalism-hate-crimes/


3. 트럼프가 선거운동 동안 이민자/무슬림 공격에 집중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언급된 부분이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도 퇴행적이죠. 트럼프가 직접 막말을 퍼부은 적은 없지만, 부통령 당선자 펜스는 좀 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요. 나치 사례에서도 그러했듯이 표적소수자집단을 하나 찍긴 하지만(트럼프->이민자/무슬림, 나치->유태인), 그 혐오/차별은 다른 소수자에게도 쉽게 옮아갑니다. 미국 시민사회는 이런 퇴행적 흐름을 늘 요란스럽고 재기발랄하게 저지해 왔었죠.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그런 역할을 한 보기 드문 인물이었고요. 그게 미국의 힘이었는데, 이번에는 맞서 싸워야할 상대가 아예 대통령이 된 겁니다.


http://mobile.nytimes.com/2016/11/11/us/politics/trump-victory-alarms-gay-and-transgender-groups.html


4.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KKK단이 거리 행진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휴...


http://www.telegraph.co.uk/news/2016/11/10/ku-klux-klan-group-plans-north-carolina-rally-to-celebrate-donal/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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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을 통한 사회변동은 가능할 것인가?


0. 법을 통한 사회변동은 제 전공 주제 중에 하나고, 이에 대한 일반론을 쓴 적도 있습니다. 홍성수, "법을 통한 사회변동", <법사회학>, 다산출판사, 2013. 김영란법은 '법을 통한 사회변동'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많은 법입니다. 한마디로, 사회변동에 실패할 요소들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위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게 문제라는 것이고요.


1. 법이 사회를 규율하려면 법이 명확하고 일관되게 집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원래 초안이 이상하게 보완되면서 더더욱) 모호한 규정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법을 보고, 법시행령을 보고, 200쪽이 넘는 권익위 해설집을 봐도 이해가 안가는 것 투성이입니다. 임의법도 아니고, 형벌/행정벌적 요소가 다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 이렇게 모호하다니요....


2. 이 법이 모호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대상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입니다. 김영란법에 반발하는 몇몇 언론 기사들 보니까, 오히려 '기자는 꼭 대상으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적용범위를 포괄적으로 넓히면 엉뚱한 대상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소규모 인터넷언론사의 기자도 아닌 행정직원에게도 법이 적용된다는 것은 참 황당한 일입니다.


3. 법이 모호하고 대상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전문용어로 '집행결손'이 불가피해집니다. 적용대상자가 400만명이라고 합니다. 적용행위 자체가 적발이 매우 힘든 유형입니다. 구체적으로 누가 돈을 냈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음식값이 얼마인지... 적발해내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결국 집행기관은 온전한 법집행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법이 대상행위를 언제나 물샐틈 없이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집행기관이 그런 '의지'는 보여줘야죠. 예를 들어, 절도범을 다 잡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집행기관에서는 절도를 막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는 신뢰는 있습니다. 최소한 '손 놓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온전한 법집행을 포기하는 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불명확하여 일관된 집행이 어렵다는 얘기는 곧,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자의적 집행은 전문용어로, '선별적(selective)' 소추/집행을 야기합니다. 그 선별이 '더 나쁜 놈'으로 향한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맘에 안드는 놈'이 찍힐 수가 있습니다. 대상범위는 넓고 행위 적발은 힘들고 그래서 어차피 다 집행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집행안할 수는 없으니, 자의적으로 선택된 '일부만 규제되는 것이고죠. 물론 이것은 집행기관이 믿음직한 기관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권익위와 경찰/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 법을 집행할거라고 믿으시나요? 신뢰하신다면, 4번은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5. 설사 집행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더라도, 온갖 투서, 신고, 고발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것만으로도 당사자는 위축되고 고통받을 수 있겠죠. 집행기관이 아니라, 같이 밥 먹은 사람에 의해서도 자의적인 운용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입니다.


6. 자의적 집행이 만연하면 법이 대한 신뢰가 뚝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재수없으면 걸리는 법'이 되는 겁니다. 어차피 물샐틈 없이 규제하지 않으니, 조금만 꼼수를 쓰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습니다. 아주 재수없는게 아니라면, 걸리지도 않습니다. 음식값을 더치패이 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결재하는 방법? 지금 저의 머리 속에는 12가지의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집행기관이 맘 먹고 달려들면 뭔들 못잡겠습니다. 근데 400만명의 모든 행위를 규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7. 이런 법을 '상징입법'이라고 합니다. 보통 위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입법'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국가공동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언적' 차원에서 집행되기 힘든 법을 제정하는 것이죠. 저는 이런 유형의 입법은 매우 예외적이고 웬만하면 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그 상징입법이 상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살리는 구체적인 조치들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의 상징입법이라면 저는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저는 혐오표현규제법도 이런 조건 하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혐오규제법이 그 자체의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혐오와 차별을 몰아내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는 것이죠. 홍성수, “혐오표현의 규제”, 『법과사회』, 50호, 2015 참조).


8. 저는 어차피 김영란법은 상징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권익위 직원 숫자가 그렇게 많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징입법이 의미가 있으려면, 김영란법의 본래 목표인,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달성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추동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법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던가, 부패의 원인인 '재량'을 합리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들이 모색되는 계기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흐름들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김영란법은 상징입법이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부패는 안줄고, 집행기관의 자의성은 늘어나고, 시민들은 법을 우습게 알고..... 이건 김영란법이 목표로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9.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런 특수하고 또 위험요소가 많은 법의 제정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법의 모습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정말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실제로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기자와 사립교원 적용은 생각도 못했다며) 적용범위를 좁게 시작해서 서서히 늘려가려는 것이 본래 의도였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상징입법이 될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예컨대, 좁은 범위의 공무원으로 적용대상을 좁히고, 직무 관련 여부 없이 100만원 이상 수수 금지 같은 것에 집중하고, 부정청탁 유형을 좀 더 좁고 명확하게 하는 식으로 했다면 말이죠. 사실 김영란 법에는 집행결손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입법해서 어떻게든 집행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범위가 넓어지면서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고, 법은 어쨌든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잘 집행되고 좋은 파급효과를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이고 저도 그런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보입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한국인의 '주관적' 의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쉽지도 않아 보입니다.


10. 어차피 실패할 법이라고 비아냥거릴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거꾸로, 이 법이 상징입법에 그치지 않고 진정 법이 목표로 했던 '사회변동'을 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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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로그인] ‘성적 농담’과 성희롱 / 박경은 대중문화부 차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72050025&code=990100


<성희롱을 막기 위해 성적 농담은 모두 포기되어야 하나?>


결론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성적 농담의 유희를 포기하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냥 성적인 애기는 안하는게 낫다는 것이죠. 이건 상호간 비교형량을 해보면 당연한 결론입니다. 발화자의 입장에서는 성적 농담을 아예 포기해도 농담의 한 유형을 못하는 것일 뿐이고, 위 칼럼의 제안처럼 다른 유형의 농담 - 이 칼럼에서 제안된 것처럼 유재석식 농담 - 을 추구하면 됩니다. 근데 듣는 입장에서는 성적 농담이 실패하면 그게 곧 성희롱이고 성차별이고 그 해악이 결코 작지 않죠. 게다가 한국사회에서는 그 실패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성적 농담을 원천금지당하는 발화자의 손해보다, 성적 농담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청자의 손해가, 윤리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난 그래도 꾸준히 해보겠다'고 우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발화자 본인이야 성공하면 좋고 실패도 그만이지만, 실패할 경우 그 손해는 피해자가 다 뒤집어 쓰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실패할 경우 발화자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성있는 노력을 다할까요? 글쎄요. 저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사회의 수준에서는 결국 '포기'가 답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자신 없으면 하지 말라"가 아니라, "그냥 아예 하지 말라"가 지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관련 지침에서는 "성적 농담은 아예 그냥 다 하지 말아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결론적으로 그런 지침이 나올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칼럼에 잘 설명되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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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 "나는 페미니스트다">


앤디 머리가 윔블던 4강에 진출했습니다. 저의 예상대로, 무난히 결승에 진출해 페더러와 결승에서 맞붙어 우승하게 될 듯 합니다.


머리의 4강 진출을 기념하여, 지난 해 앤디 머리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머리는 모레스모(Amélie Mauresmo)라는 여성 코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메이저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였고, 79년생 젊은 코치입니다. 이건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 여성 엘리트 선수들도 대부분 남성 코치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세계 최정상급 선수였던 남성 스포츠 스타가 여성 코치를 선임한 것이니까요. 그 전 코치가 세계적인 선수 출신 코치 이반 렌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레스모 코치는 지난 2015년 만삭의 몸으로 코트에서 머리를 지도하는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 만삭의 몸으로 머리를 지도하는 모레스코 코치 (사진 출처: http://www.amicnews.com/andy-murray-links-up-with-amelie-mauresmo-again-before-australian-open.html)


하지만 모레스모 코치의 선임 후 머리가 조금만 부진하면, 즉각 코치에게 화살이 돌아갔습니다. 그 전에는 남성 코치일 때는 전혀 없었던 일이고, 실제로 모레스모 코치 선임 이후 세계 11위에서 2위로 올라갔으니, 매우 부당한 일이죠. 누가봐도 '성차별'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앤디 머리는 자신의 코치에 대한 부당한 성차별에 항의하며 이런 글을 남깁니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음... 만약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이 여성이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 '예'라고 답하겠다. 난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본다."


이로써 올해 윔블던 결승은 테니스 황제 페더러와, 페미니스트 앤디 머리가 맞붙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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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린Ryn 2016.07.08 2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레이 너무 멋있는 남자네요. 진정한 남자..
    머레이 경기를 보다가...어디선가 나타난 앤디 머레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