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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_mass media61

[기고] 세월호 사건, 사법처리가 전부인가? 세월호 사건, 사법처리가 전부인가?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세월호 실종자 숫자는 29명에서 멈춰있다. 상대적으로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 속도는 빠르게 느껴진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선장과 승무원은 물론이고, 선사와 계열사의 임직원, 유병언 전 세모회장 일가, 해양 관련 관료들, 한국선급, 인천운항관리실, 선적, 고박, 증축업체 등을 상대로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선장과 주요 승무원에 대해서는 도주 선박죄 외에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해경의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문제 해결의 향방을 ‘수사’와 ‘법적 처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사를 통해 .. 2014. 6. 27.
[기고] 위험사회와 인권, 민주주의 위험사회와 인권, 민주주의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천주교인권위원) 세월호 참사 등 계속되는 대형사고를 두고 ‘위험사회’라는 담론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논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의 통찰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근대시민혁명을 통해 성립된 근대국가의 제 1목표는 시민의 안전이었다. 한편으로는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재해 등의 위험요소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한편 근대시민혁명을 경유하면서 국가는 시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떠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고, 국가가 안전보장에 실패한다면 국가와 시민이 맺은 사회계약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사회론이 빛나는 이유는 근대사회에서.. 2014. 6. 27.
[칼럼]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십수 년 전 서울의 영국문화원에서의 일이다. 영국인 강사는 첫 수업시간의 20분을 '안전교육'에 할애했다. 자신은 이 교실의 안전책임자이며, 유사시 수강생 전원이 건물을 빠져나갔음을 확인할 때까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수강생들과 함께 비상구를 통해 탈출해 보는 모의훈련까지 했다. 참고로, '영어' 수업이었다. 영국의 대학기숙사에 머물 때 일이다. 화재경보기가 워낙 예민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빵만 태워도 경보가 울리곤 했는데, 소방관이 출동해서 이상 없음을 확인해줄 때까지 기숙사생 전원은 무조건 기숙사 밖에 나가 대기해야 했다. 그때마다 기숙사 층마다 배치된 부사감(층장)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방마다 사정없이 문을 두드려 기숙.. 2014. 4. 30.
[칼럼] '황제 노역'과 자유의 가치 [아침을 열며/4월 9일] '황제 노역'과 자유의 가치 벌금 249억원을 몸으로 때우겠다고 나선 사람이 나타났다. 이른바 '황제 노역'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법원 국회 검찰 등 관계기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자유'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서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의 단면을 드러내는 징후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국가에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형벌은 자유형(징역 등), 재산형(벌금 등), 자격형(자격정지 등) 뿐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사형을 형벌에서 배제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가장 .. 201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