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실천시민연대 웹진 [사람소리] 34호, 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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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살펴본 인권

서평 : 스기하라/석인선 역, <인권의 역사>(한울, 1995)
         차병직, <인권의 역사적 맥락과 오늘의 의미>(지산, 2003)

홍 성 수

1. 인권사에서 시작해 보는 인권공부

인권이 21세기의 시대적 화두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며,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인권/인간다움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정작 인권을 ‘공부’해보겠다는 나선다면, 상황이 그다지 만만치는 않다. ‘인권’을 제목으로 담고 있는 책은 수없이 많지만, 인권공부를 위한 입문서로 쓸만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권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면, ‘인권사’에서부터 출발해 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 어떤 분야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인권’은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인권의 역사에 대해서는 좋은 입문서가 나와 있다.

2. 스기하라의 <인권의 역사>

먼저 소개할 책은 <인권의 역사>라는 책이다. 일본의 진보적 법학자 스기하라가 저술하고 석인선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10년 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좋은 인권사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인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인권은 처절한 민중의 투쟁 속에서 쟁취되어온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먼저 근대시민혁명을 통해서, 근대적 인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혁명이 인권보장의 특색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프랑스혁명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근대적 인권이 인류에 던져준 ‘빛’으로, 국가통치에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 그럼으로써 봉건체제와 결별할 수 있게 해 준 점, 자본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학, 예술, 과학에서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근대적 인권의 ‘빛’과 함께 ‘그림자’도 동시에 조명한다. 그 ‘그림자’란 ‘자유’의 보장이 가져온 부작용이었다. ‘노동계약의 자유’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오히려 약화시켰고, ‘경제활동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오히려 악화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계급은 근대시민혁명 이후에도 끊임없이 인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싸웠고, 이러한 투쟁의 성과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헌법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사회복지국가가 새로운 국가의 지도이념이 되었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권’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참정권이나 강화되고, 기존의 자유권이나 청구권적 기본권도 더욱 강력하게 보장된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진보적 법학자답게 인권보장의 전면적 장해물로서 전쟁과 군비확장을 경계한다. 그리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실질적 인권의 보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권보장의 과제로 민주주의의 강화, 사인간의 인권보장, 외국인의 인권보장, 여성의 인권, 어린이의 인권문제, 국제적 인권보장 등을 거론하고 있고, 소위 ‘새로운 인권’(제3세대인권)의 과제로 평화적 생존권, 환경권, 알 권리, 프라이버시권, 교육의 자유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이 1992년에 집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제들은 우리에게 전혀 ‘낡은 과제’가 아니다.

3. 차병직의 <인권의 역사적 맥락과 오늘의 의미>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차병직 변호사의 <인권의 역사적 맥락과 오늘의 의미>라는 책이다. 불과 126쪽 짜리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는 만만치 않다. 책의 앞부분은 인권의 어원부터 시작해서, 인권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권에 대한 현대적 의미와 과제, 그리고 해결방안을 정리하고 있다. 내용면에서 학술적인 엄밀함은 부족하지만, 입문서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이다. 짧지만 담을 것은 다 담았고, 저자가 결론으로 제시한 인권의 과제도 중요한 논점을 잘 정리해 놓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책의 절반이 ‘부록’인데, 부록에서는 세계의 주요 인권선언을 번역해 놓았다. 마그나 카르타, 권리청원, 인신보호법, 권리장전, 버지니아 권리선언, 미국독립선언,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세계인권선언까지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주요 인권선언을 총 망라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인권선언을 단순히 ‘문서’가 아니라, 민중들의 처절한 투쟁 속에서 나온 ‘역사적 산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앞서 소개한 <인권의 역사>를 읽으면서, 해당 역사적 문서들을 함께 읽어 간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4. 나가며

이 두 권의 책은 워낙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 인권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기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분량도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는 인권의 역사를 좀더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룬 연구서가 없다는 점이다. 이 두 책으로 입문한 독자들이 좀더 읽을 만한 인권사 책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것이 없다. 인권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수십 권의 서양서적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인권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듯 하다. 그래도 인권사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노명식 교수의 <프랑스혁명에서 파리꼬뮨까지>(까치, 1994)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사를 다룬 역사책이지만, 근대시민혁명 자체가 인권보장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미국에서의 인권보장에 대해서는 장호순 교수의 <미국헌법과 인권의 역사>(개마고원, 1998)가 읽을 만 하다. 이 책은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에서 나타난 인권관련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요약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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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ansproms

  인권실천시민연대 웹진 [사람소리] 24호, 200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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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적 인권보장과 여성주의의 도전
서평 : 조국, 형사법의 성편향 (박영사, 2판, 2004)

 홍 성 수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vs 여성주의

 근대적 인권은 국가권력에 맞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인권’하면 피의자나 수형자의 인권이 떠오르고, 인권을 ‘국가의 지배’에 맞선 ‘인간의 권리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죄형법정주의, 법익보호원칙, 비례성원칙, 형사절차의 정형화 등이 ‘민주적 법치국가’의 핵심이념으로 자리 잡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념을 바탕으로 성립된 근대 (형사)법체계는 ― 인권보장이라는 나름대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 남성 편향적이고 여성 차별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강간, 성희롱, 아내 구타,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여성의 보호 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여성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된 바 있다. 그래서 여성주의운동진영에서는 강간죄객체규정의 확대, 강간죄 성립요건의 재구성,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자 보호 강화, 매 맞는 여성에 대한 보호 강화, 성희롱의 범죄와, 비동의간음의 범죄와, 반여성적인 포르노그래피 규제 등을 주장해 왔고, 그 중 일부는 법체계 내에서 수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법치국가에서 이러한 여성주의의 주장이 전적으로 수용될 수만은 없다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여성 주의적 관점‘만’을 전적으로 수용하다보면,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국가 원리가 불가피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간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고,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법치국가의 인권보장체계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상,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성인권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근대시민혁명의 성과인 법치국가적 인권보장체계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치국가원칙을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서 여성의 경험과 느낌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며, 반대로 여성 주의적 관점만을 강조하여 법치국가원칙의 침해가능성에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논의는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편에서는 여성의 경험과 느낌을 무시하고, 그것을 ‘중립성’이나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왔다. 이 입장은 ‘중립’이 여성에게는 ‘차별’과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철저히 눈감아 왔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적 인권보장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이 입장은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사형제도가 선고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는가 하면,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자 보호가 피고인의 소송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지 못했다.

여성주의와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 절충? 타협?

 <형사법의 성편향>은 바로 이렇게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형사법의 남성편향을 치밀하게 비판하면서도,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원칙을 침해할 위험에 눈감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한편으로 강간죄문제(제1장, 제2장),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의 보호의 문제(제2장), 매 맞는 아내의 문제(제3장, 제4장)에서, 남성 편향적 형사법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함으로써, 진정한 여성인권의 회복을 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동의간음의 범죄화, 간통죄 존속, 성매매에 관한 단선적 범죄화,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개진한다.(제5장) 저자는 한편으로 여성주의의 입장을 형사법체계에 내에 상당 부분 수용하려고 하지만, “모든 반여성적 행위를 일률적으로 범죄 화하려는 여성주의의 요구”(290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컨대, 저자는 여성주의의 문제제기가 법치국가의 인권보장체계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에 대해, ‘어설픈 절충’ 내지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입장이 여성주의진영과 법조계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치국가 형사법의 원칙과 여성주의의 문제제기 중 어느 하나를 배제하지 않는 한, ‘좋은 의미의 절충과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또한 여성주의의 관점은 ‘국가형벌권’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법적 수단으로는 ― 형벌 외에도 ― 민사제재, 행정제제, 제3의 대안(중재, 조정 등)이 있으며, 법 이전에 교육적·사회문화적 해결방안도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이러한 해결방안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법치국가원칙과 여성주의의 입장을 조절하고 절충하다 보면,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여성 주의적 관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안의 ‘형사법에 의한 해결’에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형사법 이외의 다른 해결방안의 모색을 제안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증이 ‘정치적 타협’이나 ‘어설픈 절충’과 명백히 구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의의와 전망

 마지막으로,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읽기 쉽다’는 점에 있다. 전문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정돈된 논리를 유려한 문체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법학자는 물론이고 비법학전공자나 일반시민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연구서로서의 품격을 전혀 잃지 않고 있으니, 이런 류의 연구서로서는 가히 모범적이라고 할 만 하다. 또한 이 책은 국내외의 연구 성과를 성실하게 인용하고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점은 이 책의 학문적인 가치를 더해 줌은 물론이고, 관련 분야를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여성주의의 도전과 관련한 ‘형사법’의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 형사법 이외의 다양한 법적·제도적 대안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이 점은 <‘형사법’의 성편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의 불가피한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아쉬운 일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법체계 전반의 성편향과 (형사법 이외의) 여러 법적·제도적 대안에 대한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이 책은 그러한 후속연구를 위한 훌륭한 발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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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ansproms
이태리 피렌체의 두모오 성당. 제가 찍은 것입니다!!
엽서 사진 같이 잘 나왔습니다^^
(카메라 하나 둘러 메고, 여행 다니던 때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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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anspr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