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혐오표현은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는가?"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김치녀부터 무슬림혐오, 동성애혐오, 강남역여성살인사건까지.... 혐오표현의 개념, 문제, 대안을 15분 강연에 담았습니다.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단행본도 곧 출판됩니다. 


[15분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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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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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Jeremy Waldron, 홍성수/이소영 역, 이후, 2017 

(원제: The Harm In Hate Speech, 2012)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책인데, 저의 게으름으로 인해 출간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혐오표현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시의성을 놓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혐오표현 규제옹호론을 대표하는 책입니다. 규제에 찬성하건 안하건 이 책을 언급하지 않고 논쟁에 참여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책을 번역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 책이 한국에서 혐오표현 문제가 공론화되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목차> 

1장 혐오표현에 접근하다 

2장 앤서니 루이스의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3장 혐오표현을 집단 명예훼손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 

4장 혐오의 외양  

5장 존엄성을 보호할 것인가, 불쾌감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6장 에드윈 베이커와 자율성 논거  

7장 로널드 드워킨과 정당성 논거 

8장 관용과 중상  


<출판사 책소개>


<언론보도: 서평/책소개>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금지’의 갈림길에서 - 한겨레신문 (클릭)

막말의 시대…‘말할 권리’에 맞서 ‘막을 권리’를 말하다 - 경향신문 (클릭) 

“말할 권리 위해 싸우겠다”던 볼테르의 말 사실일까 - 한국일보 (클릭) 

혐오 표현을 불허하라 - 서울신문 (클릭) 

"외국인 입국 심사 강화…" 이 발언도 혐오표현이다 - 조선일보 (클릭)

우리에겐 혐오 발언을 증오할 권리 있다 - 서울경제 (클릭)

“독 있는 꽃 만발하게 둘 것인가” 규제냐, 교육 통한 해결이냐 ‘혐오표현’ 사회적 담론 촉구 - 세계일보 (클릭) 

우리에겐 혐오 발언을 증오할 권리 있다 - 서울경제 (클릭) 

"누구나 혐오 표현을 혐오할 권리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클릭)

혐오표현 어쩌나…"독이 든 꽃이라도 내버려둬야 하는가" - 연합뉴스 (클릭)

"표현의 자유·혐오 발언의 갈림길에 서다" - 경기신문 (클릭)

"혐오표현, 인정해야 하나 막아야 하나..." - 경기일보 (클릭)

"혐오 표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 영남일보 (클릭)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1위,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클릭)

서평전문기자가 뽑은 이 주의 책 1위,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클릭)



<인터넷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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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정미 재판관이 읽은 것은 '선고 요지'인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알아 듣기 쉬운 언어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참 좋았습니다. 한 시간 넘게 읽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덕분에 수업시간에 딱 맞춰서 지켜볼 수도 있었고요^^


방금 결정문 전문을 입수해서 읽어봤는데, 총 89쪽. 선고요지보다는 훨씬 길고 자세합니다. 


결정문 전문 파일 다운로드 링크


다음은 선고요지에서 언급되지 않은 결정문 내용 중 몇가지 중요한 포인트.


1) 선고일시가 "2017.3.10. 11:21"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선고요지를 21분 내로 읽을 것을 예정하고, 분까지 특정해서 적어놓은걸까요? 그렇다면 이정미 재판관은 전날 스톱워치 켜놓고 읽는 연습을 했을지도.. 아침에도 시간 맞춰 읽기 연습을 하다가 헤어롤을 꼽고 나오신게 아닐지 ^^;; 암튼 이번 결정은 정확히 언제부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는지 그 시점이 매우 중요했던 결정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2) 뇌물죄 여부가 형사재판에서 다퉈질텐데,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대통령의 기업경영 개입이, "특정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한 것",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구속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3) 세월호 참사가 탄핵소추사유에서 배제된 것을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시는데, 김이수/이진성 재판과의 '보충의견'을 보니, 대략 사정이 짐작이 됩니다. 추측컨데, 이 두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를 탄핵소추사유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을 듯 합니다.그런데 그걸 밀어붙이면 '전원일치'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 부분을 다수 의견에 양보하여 '전원일치 결정'을 만든 뒤, '보충의견'으로 대통령의 의무 위반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신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충의견은 비록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명백하다는 사실을 무려 17쪽에 걸쳐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파면사유가 아니라고 해서 잘했다는 뜻인 것은 아니고, 헌재 결정문은 대통령의 대처가 적절했음을 인정한 것도 전혀 아닙니다. 보충의견을 읽으면서, 세월호 부분이 기각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습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이제 또 시작입니다.


4)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일종의 개헌론을 15쪽이나 썼는데, 이 부분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런 행위를 한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었고, 그래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인데요. 탄핵 결정을 내리는데, 피청구인 행위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나요? 특히 탄핵결정을 계기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자는 거창한 제안까지 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탄핵결정문에 들어가는게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5) 김이수/이진성 재판과의 보충의견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아주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습니다. 다만, 헌법/법률의 중대한 위반을 '사법절차'로 판단하는 탄핵제도를 두고 있는 이상, 박근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지언정, 헌법재판소가 탄핵이라고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사정이 있음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고 박근혜를 직접 조사하게 되어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점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을 남겨놨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아무튼 보충의견 중 특별히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있어 옮겨옵니다. 이런 구절을 '결정문'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흐르는 눈물을 참아가며 꾹꾹 눌러 썼을 것 같은 구절입니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이 진정한 지도자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국가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형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 등 국가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날에 해당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어느 때보다도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도력이라도 발휘해 국민 보호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여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되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 구조를 지원하기 위하여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은 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400명이 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그 순간에 피청구인은 8시간 동안이나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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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차별금지법 포기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왜 성소수자들은 '절차를 무시해가며' 따져 물었어야 했나?


이론적으로나 (국제인권)실무에서 자유권에 관한한 어떠한 유보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여건이 미성숙되었다거나 사회적 합의가 덜 되었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개별 국가의 현실에서는 자유권을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연성은 궁극적으로 자유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정당화된다기보다는 그냥 그런 현실이 있다고 보는게 맞겠지만요) 또한 이러한 전략이 핑계가 되어 기약없이 유보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전략적 후퇴/유연성에는 늘 엄격한 비판과 감시가 뒤따라야 하고, 그걸 추진하는 자는 그 비판/감시를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면 (저는 원래 선의 해석을 좋아하는 착한 사람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차별금지 조항을 최대한 강화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가 보자" 정도가 될 겁니다. 사실 차별금지법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의 확대/강화인 것은 맞고, 입법기술적으로 인권위법을 강화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물론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 설립을 위한) 조직법이고 그 조직의 권한으로 차별금지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는건데, 차별금지의 내용은 별도의 법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죠. 실질면에서 그렇지만, 단일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고요. 그래서 참여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던 겁니다.


2017년 현재 문재인 후보는 일종의 '우회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이 우회전략이 정당화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 입장 선회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합니다. 분명히 참여정부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적극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입장을 폐기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두루뭉실 넘어간다면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입니다. 더욱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계승자 아닙니까?


두번째 조건. 우회전략을 활용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이해를 구해야 할까요? 누구의 신뢰를 얻어야 할까요? 차별금지법에 관한한 당연히 '차별받는 소수자'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포기하되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 사실 믿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시겠다면, 소수자들에게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없이 차별없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가며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법을 제정하라! 우린 못믿는다"라는 반론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비판하실만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저를 믿어주십시오"라면서 돌파해야 합니다. 근데 문재인 후보가 이런 식으로 책임있게 '전략적 우회'를 얘기한 것인가요? 아니면 무책임하게 느닷없이 '차별금지법 제정 없음'을 천명한 것인가요? 더욱이 <여성정책포럼> 이전에, 최초로 차별금지법 포기 선언을 한 것은 바로 기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의 자리였습니다. 과거의 (참여정부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하던) 동지들은 안중에도 없는 거죠. 그 상황에서 그들이 느낄 수밖에 없었던 좌절감과 분노가 이제는 이해가 좀 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은 이미 여러 차례 입법발의되었던 것이고, 특히 참여정부의 법무부도 입법발의한 적이 있는 법안입니다. 이걸 폐기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후퇴'입니다. 새로 추진을 하지 않는 것과 기왕에 추진하던 것을 되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이게 사회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차별주의자들에게는 "우리 주장이 계속 먹히고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고, 소수자들에게는 국가/정치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주게 됩니다.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내는 것을 매우 중시합니다. 공식적으로 소수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증오범죄 장례식에 가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직접 선창했던 것이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재직 시절에는) "나는 소수자의 편이다"를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은 다 그런 이윱니다. 문재인 후보가 설사 '전략적 후퇴'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기하더라도, "나는 소수자의 편이다"를 분명한 신뢰를 주는 것은 결코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가 "차별에는 반대하지만..."는 말 정도로 형성되는 건 아닙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은 그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말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없이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을 믿으라고요? 이 정도에 '안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권정책을 기대하면 되는 건가요? 요즘 유행하는(?) '선의'를 믿으면 되는 문제인가요?


사실, 문재인 후보는 매우 어려운 로드맵을 제시한 것입니다. 정책 난이도로 보면 차라리 차별금지법 제정을 밀어붙이는게 쉬워보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 유연한 전략으로 차별을 일소하는 것,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 후보가 이걸 하겠다는걸 믿기는 어렵습니다. 수차례 확약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도 믿을까 말까인데, 확약도 없고 프로그램은 전무합니다. 저는 유연한 전략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유연하게 그러나 최종목표를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정치'의 본질을 결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을 욕하면서도 존중합니다. 정치인이란 그런 직업이고, 저 같은 책상물림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차별금지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도저히 존중되거나 신뢰될 수 없습니다. '당선도 중요하니까', '보수기독교계 눈치도 봐야 하니까'라는 식으로 선해할 여지조차 없다는 것이죠.


이상이 문재인 후보의 차별금지법 포기 발언에 그토록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문제의 그 자리에서 '절차를 무시해가며' 회의장에서 항의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합니다. 소수자 정책, 만만하게 보면 안됩니다. 현실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눈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난에 맞서 수십년을 싸워왔습니다. 그 엄중한 역사 앞에 어떤 입장을 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차별금지 문제를 새롭게 의제화하는 계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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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Bites라고 아주 유명한 철학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영국 Open University의 Nigel Warburton 교수가 당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만나, 철학의 주요 개념이나 주요 사상가와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요. 영미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입니다. 팟캐스트 답게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내용이라, 오며가며 듣기에 괜찮은 (라고 하기에는 머리가 좀 아프죠 ㅎㅎ) 컨텐츠 입니다. 스키너하고 <군주론>에 대해 얘기하고, 피터싱어랑 <윤리학>과 동물 문제를 논하고, 킴리카에게 소수자권리에 관해서 묻는 그런 식입니다. 총 325개 컨텐츠가 있고요. iTunes에서 Philosophy Bites 라고 치시고 다운받아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컨텐츠 소개 사이트는 여기를 클릭 해보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게 책으로도 있는데, 인터뷰 스크립은 아니고요.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금 수정가필하여 책으로 낸겁니다. 총 3권이 있습니다.




1. Philosophy Bites, OUP, 2012 - 정치학, 윤리학, 미학 등의 주제 (링크)

2. Philosophy Bites Back, OUP, 2014 - 플라톤, 칸트, 롤즈 등 철학자 (링크)

3. Philosophy Bites Again, OUP, 2015 - 즐거움/고통, 도덕성, 이주, 처벌, 정치 등의 주제 (링크)


이 중 1권과 2권은 한국말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1. 철학 한입, 열린책들, 2012 (링크)

2. 철학 한입 더, 열린책들, 2014 (링크)




3권도 번역 예정인지 모르겠는데, 3권에서도 형사책임은 니콜라 레이시가 혐오표현은 레이 랭턴이 인터뷰한 것이 특별히 인상적입니다. 이 두 주제는 제가 요약해서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언제라고는 말씀 못드림 ^^;;)


암튼 영어 듣기가 되는 사람은 팟캐스트로, 영어 읽기가 되는 사람은 영어책으로, 한국말 읽기가 되는 사람은 한국어 책으로 철학의 기초를 맛볼 수 없으니, 이런 좋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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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작 되면 말을 묘하게 돌릴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네요.

"오해할 만한 소지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얘기다. 제가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 이 사람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는 것은 안된다는 얘기다. 차별을 받지 않도록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지지한 것이다. .... 다른 특정한 행위를 인정하는건 아니다." (2017.1.24 반기문 답변) (링크)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 오늘,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당신들 편에 함께 서라고 요청합니다." (2012.3.7 반기문 유엔 총회 연설) (링크)


- 성소수자를 지지를 한다는게 아니다 / 한국 대선후보 반기문 (2017.24)
- 성소수자 "편에 선다"(stand with) /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2012.3.7)

이건 뭐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존재에 대해서 지지하냐 마냐는 것을 논하는 자체가 ('흑인 지지', '외국인노동자 지지'가 말이 안되는 것처럼) 부적절하죠. "특정한 행위를 인정하는건 아니다" 이건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그럼 동성애 행위를 인정하지는 않는데,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숭고한 의사를 표명한 것인가요? 나 원 참.... 반면에 그가 유엔사무총장 시절 말했던 "그들 편에 서서 함께 하겠다" 이건 참 적절한 표현이죠. 유엔 차원에서 그들의 투쟁에 동지적 연대를 표시(앨라이선언)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연대를 표시할 때 적절한 표현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아는 전직 유엔사무총장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되면, 바로 이러한 여처구니 없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면담에 참여한 이용규 목사는 반기문의 말에 동감한다면서,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은 안되지만 반드시 치유해야 한다 ... 반 전 총장에게도 그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링크)

치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뭐라고 덧붙였을까요? 유엔 사무총장이었다면, "아 제 말을 그렇게 해석하시면 안됩니다. 치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차별적인 것입니다"라고 했겠지만, 대선 후보 반기문은 아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겠죠? 지금 발언을 하나하나 모아서 유엔에 '신고'라도 해야겠습니다. 퇴임 후 한 달도 안되서 저런 말을 하고 다닌다고.. 정말 나라 망신 수준이 심각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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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유엔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것>


아래의 내용은 반기문이라는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절대 아니고(!?),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에 대한 '일반론'임을 밝힙니다.


1. 당연한 얘기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자리가 아니죠.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나서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게 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얻게 된 지식,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얻게된 기밀정보도 있는데 이걸 특정국가를 위해 사용한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공직 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유엔 결의문"(전문과 해설기사 링크)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4-(b)항.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들의 비밀을 다루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공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s,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n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 


2. 반기문 측에서는 "결의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나선 모양인데, 이건 정말 전 유엔사무총장이 해서는 안될 말입니다. 결의안 뿐만 아니라, 유엔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회원국들이 유엔의 결정에 따르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바로 유엔사무총장이죠. 여태 그 일을 하다가, 자기가 당사자가 되니까, "구속력이 없다?" .... @.@ "구속력이 없다"는 팩트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안되는겁니다. 그럼,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특정 국가에서 공직에 취임하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여 징역형을 살게 하는 규정이라도 만들까요? 그런 강제성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취지에 맞게 준수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래도 유엔이 지금껏 운영되어 왔던겁니다. 근데 유엔사무총장 출신이 유엔 결의문을 '구속력'이 없다고 하면, 그건 유엔의 존립근거와 본인이 했던 일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3. 심지어, "결의문"에 '적어도 퇴임 직후'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기 때문에 "직후"는 아니지 않냐는 주장도 있더군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퇴임일이 2016년 12월 31일이었고요. 귀국하면서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게 2017년 1월 12일이었습니다. (재직 중에도 이런저런 사전작업을 했다는 '의심'은, 증거가 없으니 일단 접어 둡니다) 이게 즉시가 아니면 뭡니까? 게다가 탄핵결정이 내려지면, 대선 후보로 2-3월에 나가야 하고, 4-5월이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결의안"에 저런 표현을 쓴 것은 사무총장 재임 후 정부 자리를 '영원히' 맡지 말라는 얘기까지는 아니라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사무총장 재직 이후 어느 정도 '단절'의 시간이 있었다면 괜찮다는 뜻이지, 반기문처럼 퇴직 후 기다렸다는듯이 출마하는 것은 안된다는 뜻입니다.


4. "결의안"에 '회원국'이 'governmental position'(정부직)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기 때문에, 문구 그대로 해석하여, 어떤 '임명직' 취임이 제한되는 것이지 선출직인 대통령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기밀정보가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결의안의 취지로 보면, 임명직이건 선출직이건 마찬가집니다. 선출직에게도 적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5. 꼭 결의문이 아니어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는 '후임자'에게도 아주 나쁜 선례를 남깁니다. 당장 구테흐스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출신국인 포르투칼에 조금이라도 유리해 보이는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당신, 반기문처럼 포르투칼에서 정치하려는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전관예우를 누리는 퇴직 공직자들에게 후배 현직 공직자들에 폐를 끼치게 되는 것하고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6. 또한 유엔사무총장은 퇴임 후에 할 일이 무지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유엔 설립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게 바로 '도덕적 책무'죠.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투신할 수도 있고, 난민을 위한 세계연대를 조직할 수도 있고, 세계 유수기업들 손목을 비틀어서(?) 공익 재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퇴직자가 본인의 도덕적 지도력을 활용해서 부자들 돈 받아내서 재단 만드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박근혜/최순실과는 다른 사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강연도 다녀야죠. 정말 할 일이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그걸 다 제쳐두고, 겨우 특정국가의 대통령이 된다? 이건 정말 유엔의 설립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실제로,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쌓은, 세계지도자로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는 정말 어마어마한 겁니다. 그런 자리는 10년 마다 한 명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퇴임 후에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엔의 설립 취지'에 맞게, 즉,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써야 마땅합니다. 결의안이고 나발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세계지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이자, '양심'인 것이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퇴임 직후 가나 대통령 직을 제안받았습니다만, 그는 일국의 대통령 대신 '세계'를 위한 일에 투신합니다.

- 2007년에는 더 공정하고 더 평화로는 세계를 위한 공익재단, "코피 아난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 전개중
- 2007년 케냐선거에서 폭력사태가 발발하자, 코피아난이 중재자로 나섰고, 양 정치세력이 연합정부협정을 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 수행
- 2012년 코피 아난은 시라아 내전이 발발하자, 유엔-아랍연맹 공동 시리아 특사로 파견되어 휴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여 특사 직을 사퇴 ㅠ)
- 그 외에도 아프리카녹색혁명연합 결성 주도, 세계인도주의 포럼 의장, 세계 퇴직 지도자들의 인권/평화를 위한 모임 The Elders 의장, 아프리카진보패널, 가나대학 (명예)총장, 싱가폴국립대학 교수, 다원주의 글로벌센터 의장 등 자신의 유엔사무총장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수많은 활동 수행 중.


퇴임 후 이런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는 10년마다 딱 한 명의 지구인에게만 주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에 출마하는 거지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국가'의 대통령에 출마하는거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쓰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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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 복무자 대학학점 인정제 도입-반대

실질적 보상 안 되고 형평성에도 위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대학생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 최대 6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복학생이 군에서 받은 교육훈련을 소속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포괄적 학점 인정제를 제안하고 최근 공청회도 열었지만 대학 자율성과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학계 및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다. 학점 인정제를 찬성하는 측은 병역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보상이 필요하며 병사 가운데 80% 이상이 대학 재학생임을 감안할 때 필요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군과 대학에서의 학습 성격이 확연히 달라 실효성이 없고 중고교만 졸업하고 입대한 장병이나 장애인과 여성 등에게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군 당국이 군 복무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군 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형평성에 어긋나고 원칙에 반하고 실효성도 없는 대책이 또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군 복무와 학점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군 복무경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대학이 추구하는 바와 군 복무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3학점 수업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강의하고 과제를 하고 복습하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지식의 상호작용을 생각해보자. 이것이 군 복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도 강의실 밖에서의 실습이나 산업체 근무 등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 스스로 그런 경험이 학점과 ‘등가성’이 있다고 개별적으로 판단해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일률적으로 군 복무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설사 대학들이 군 당국의 ‘제안’에 자발적으로 응한다고 해도 학점인정이 군 복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요즘 4년제 대학의 졸업학점이 보통 120~130학점이다. 매학기 18학점씩만 수강해도 한 학기가 통으로 남을 정도인데 6학점이 군 복무로 대체된다고 한들 대단한 혜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정상 학점인정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학점인정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될 수 없다. 대졸자를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듣고 120학점을 취득한 졸업생을 선호할까, 아니면 114학점을 수강하고 6학점은 군 복무로 대체한 졸업생을 선호할까. 더욱이 대학졸업자나 고졸자에게는 아예 해당사항이 없다. 군 복무 중인 대학 재학생은 78% 정도라고 하니 나머지 22%에 달하는 군 복무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책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단절문제 해소’를 도입 취지로 내세운 것만큼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살리려면 군 복무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보다는 군 복무 중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군 복무 중 자유시간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다행히 군 복무 중 원격강좌로 학점을 이수하는 훌륭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좋은 제도의 수혜자가 대학 재학 중 입대자의 불과 2.7% (2014년 기준)뿐이라는 점에 있다. 이들에게 학업단절의 문제를 해결해주려면 이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원격사이버수업은 이미 보편화됐으니 일과 후 자유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동영상 시청과 예습·복습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원격수업 수강이 가능해지면 21개월의 군 복무 기간 동안 12학점 정도 이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6학점을 군 복무경험으로 대체하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며 학업단절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면 대학 재학생이 아닌 전체 군 복무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문제는 학업단절이 아니라 경력단절이다. 휴식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사회복귀에 필요한 독서·자료검색·취업교육 등 경력단절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대에서의 가혹행위·자살 등의 문제의 원인은 대개 내무반 생활에 있다. 군인들이 충분한 휴식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학업·경력단절을 메우기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면 군 복무 만족도도 높아지고 각종 사고 발생률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군 복무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실질적 보상이다. 군 복무 중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충분한 임금을 받으며 일과 후 자유시간을 보장받으며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가장 원칙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틈만 나면 군 복무 학점인정제나 군가산점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이들 제도가 별다른 추가 비용도 없이 군 복무로 인한 문제를 군대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손쉬운 대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대책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의 군 복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 해소 문제에 관한 한 ‘손쉬운’ 해법은 없다. 

* 출처: 서울경제신문, 2016.3.24

http://www.sedaily.com/News/NewsView/NewsPrint?Nid=1KTVXEXE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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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학점 인정 미봉책이다

[ 아침을 열며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국방부가 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대학생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보편적인 보상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취업자에게만 혜택이 한정된 군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이 제도 역시 대학생만을 위한 것이며 15%에 달하는 고졸 군복무자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대학생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인지 의문이다. 군복무로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21개월의 군복무에 대한 보상치고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러 학점을 더 듣고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는 마당에 사실상 9학점을 면제시켜 주는 것이 과연 ‘보상’일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으로는 군가산점제에서 학점인정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나타난 접근방법을 지적하고 싶다. 첫번째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군복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보상은 군복무자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월 10만원 남짓한 현재의 군장병 월급은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은 돼야겠지만 최소한 정치권에서 이미 논의된 대로 30만~50만원 수준까지는 지체없이 인상돼야 한다. 내무반 시설 등 기본적인 병영생활의 의식주 문제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모두 돈 드는 일이다. 의무복무니까 고충이 있어도 감수하라는 식이 아니라 의무복무니까 더욱 최대한의 보상과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예산을 마련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대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군 내부에서 찾지 않고 군 외부에 떠넘기려고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군가산점제나 학점인정제는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 군 외부에서 떠맡아야 하는 일이다. 이들 기관들의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시행될 수 없는 사안이다. 예컨대 대학의 총이수학점은 대학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설정한 것이고, 수업 외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그 활동이 수업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군복무 경험이 과연 일정 학점 취득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한 대학과 사회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군복무경험이 대학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복무 경력을 학점이나 점수로 인정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 군복무가 가치 있는 경험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자연스럽게 대학과 사회가 여기에 반응하는 것이 순서다.


군복무로 인한 경력단절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군복무기간을 최소화하고 근무 외 휴식시간을 보장해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이라면 원격강좌를 통해 군복무기간 동안 10학점 정도는 학점 취득이 가능하다. 고졸자들도 다양한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원격강좌를 수강하는 군장병은 1% 남짓이다. IT강국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리 없다. 일과 후 충분한 자기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병영문화가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해 이 좋은 제도를 잘 시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까, 아니면 군복무 자체를 학점으로 인정해 달라고 군 외부에 요구해야 할까?


열악한 병영현실을 그대로 놔둔 채 외부기관에 군복무를 가산점이나 학점으로 인정받게 해달라는 건 효과도 미미하지만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여성 장애인 고졸자 등과의 차별과 형평성 문제 등 불필요한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안락한 병영시설에서 좋은 상관·동료들과 함께 지내면서 세상살이도 배우고, 건전하고 민주적인 조직문화도 익히고, 정당한 임금을 받아 저축도 하고, 일과 후에는 취미생활을 하고 공부도 하면서 18개월 이내로 군복무를 한다면 어떨까? 군복무 보상의 열쇠는 여전히 국가와 군대가 쥐고 있다. 충분한 비용을 들일 용의도 없고 병영문화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의지도 없으면서 제시되는 모든 대책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출처: 한국일보, 2014.6.10


http://www.hankookilbo.com/v/eccefc6fa4ab4ab6be2aa1114b3865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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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기에 적합한 텍스트


대통령 대리인이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하네요 @.@ 이건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 권유'할 때 적절한 텍스트인데 말이죠.


박근혜를 소크라테스/예수와 비유하다니 참 흥미로운 논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매우 기발한' 발상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이 소크라테스/예수 급이냐?"는 반론으로 직행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너무 싱겁게 논쟁이 종료되니까요.


다만 소크라테스/예수가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하게 된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들은, 탈옥을 할 수도 있었고, 자신의 무고함을 설파할 기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교의 길'을 택했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소크라테스/예수의 '흉내'라도 내고자 한다면, 지금 아무리 억울해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겠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죽음의 길을 택했고,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졌으니까요.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봅시다. 이미 탄핵의결이 된 상황에서 탄핵심판이 늘어져서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진다면, 국익 손실이 너무 큽니다. 만에 하나 기각이 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겁니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여 나머지 기간을 채운다고한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가?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억울해도'(물론 과연 억울한지 의문이지만;;) 자리에서 내려오는게 맞습니다. 닉슨 대통령도 그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중도사퇴를 단행했었죠. 소크라테스나 예수가 박 대통령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일단 사퇴함으로써 오히려 무고함을 호소했을 겁니다. 요컨대,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으니, 대통령께서도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지금 사퇴하셔야 합니다"라고 눈몰로 호소할 때 말이죠.


또 한 가지, 대중민주주의의 위험과 사법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대통령 변호인을 맡았다면 당연히 주장해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국민 다수가 원해도 헌재가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이죠. 그런데 이런 논법을 구사하려면, 소크라테스/예수 재판보다는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 문헌들을 참고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토크빌의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정치적 문제가 결국 사법적 판단에 의해 해결된다”는 말을 원용하며, 미국 건국 초기에게 헌법을 셋팅할 때 벌어진 논쟁들을 소개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거라는거죠.


아무튼 애꿎은 소크라테스/예수를 원용하여 박근혜 탄핵 반대 근거를 내세우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소크라테스/예수 재판의 예는 오히려 '대통령직 사퇴'를 권유할 때 활용하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 소크라테스 재판 관련하여,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여 잘못 인용되는 경우도 많죠. 실제로 '악법도 법이다'를 명시적으로 얘기한 사람은 베르그봄(Karl Magnus Bergbohm) 입니다. 정작 소크라테스는 명시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소크라테스 재판 역시 '악법준수론'이라고 보기에는 복잡한 텍스트인데, 항상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고 인용하는 사람들이 많죠. 베르그봄을 잘 모르거나, 소크라테스가 베르그봄보다 훨씬 유명하니까 '권위에 호소'하기에 좋기 때문이겠지만요.


* 참고자료

박홍규,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 - 반민주주의자에 대한 민주주의 재판, 필맥, 2005

권창은, 강정인,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5

박원순, 세기의 재판 - 역사를 움직인 10번의 결정적 순간, 한겨레출판, 2016 (1장이 소크라테스 재판, 2장이 예수 재판)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1, 한길사, 2002.

로버트 달,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6 (최장집의 한국어판 해설도 굿)

조지형, 미국헌법의 탄생, 서해문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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