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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_art & music

런던의 클래식 공연

by transproms 2008. 7. 28.

런던에 살게 된지 벌써 4년. 공연표 예약해 놓고, 공연을 기다리는게 여기 생활의 낙 중 하나였습니다. 비싼 물가와 환율 덕분에 퍽퍽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공연 보는 즐거움 덕분에 버텨온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있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젠 정이 푹 들어버린 런던의 공연장들이 눈에 밟힙니다. 언젠가 여기 오케스트라, 공연장, 공연문화 등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했었는데, 좋은 기사를 우연히 하나 봤습니다. 잘 정리해 놓았더라구요. 그런 김에 몇 자 끄적여 봅니다.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056124

 제가 기사내용에 몇 가지 덧붙여 보면 이렇습니다.

1) 클래식 전통이 부재한 영국

영국이 배출한 걸출한 작곡가라고는 엘가 정도 (억지로 우기면 나중에 영국국적을 취득한 헨델도 영국사람이긴 하겠습니다만...).  영국은 엘가를 정말 지겹도록 우려 먹지만, 역부족입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라면 모를까 엘가만으로는 좀.... 그나마 연주자나 지휘자들은 괜찮은 사람들이 좀 있긴 합니다 (쉬프, 뒤프레, 콜린데이비스, 래틀 등등...)

실제로 런던하면, 오페라보다는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클래식음악보다는 레드제플린, 퀸, 비틀즈 등로 대변되는 락과 팝이 먼저 떠오르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뮤지컬은 오페라 전통의 부재 덕에 발달하게되었다고 하더라구요) .

 2)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홈그라운드

그렇게 클래식 전통이 부재한 도시인데도 클래식 공연의 질은 그 어느 곳보다 높습니다. 런던심포니, 런던필, 필하모니아, 로열필, BBC. 아마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5개가 한 도시에 모여 있는 도시는 런던 외엔 없을 겁니다. (특히 런던심포니는 런던에서만 연간간 1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소화하는데 연습은 도대체 언제하는 걸까요? 해외공연도 많고, 각종 수익사업도 많이 벌이는데 말이죠…;;) 고음악 공연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계몽시대, 잉글리시바로크, Academy of Ancient Music 등 정상급 고음악 악단들이 런던에 베이스를 두고 있습니다.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와 잉글리시체임버 같은 실력파 실내악단도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파노가 이끌고 있는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여기에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니까, 정말 좋은 공연이 끊이질 않게 됩니다. 7-8월은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휴가 또는 해외공연에 나서는데, 그 기간에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축제 BBC Proms가 열립니다.

 3)  저명 연주자들의 공연

저명 연주자들의 공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에 쓰여져 있는 것처럼 우치다와 키신이 한 날 연주하는 식의 사태가 종종 벌어집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도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폴리니가 독주회를 열 때, 브렌델은 하이팅크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협 24번을 연주합니다  (저는 정말 어렵게 브렌델의 마지막 공연을 구했습니다….;; 올해 은퇴하는 브렌델은 런던과 에딘버러 등에서 수차례 공연을 갖는데, 6개월 전부터 다 동이 났었거든요). 여기에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2-3개도 연중 공연되니까, 고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시간과 돈이 문제일 뿐이죠.


4) 반복없는 레퍼토리

처음엔 정말 이상했습니다. 웬만해 가지고는 같은 레퍼토리로 두 번 연주하지 않습니다. 연습한 게 아까울 법도 한데 말이죠. 빈필이나 베를린필이 와도 공연은 두 번 해도, 각각 다른 레퍼토리로 하는게 보통입니다. (전 오히려 불만일 때도 있습니다. 좋은 공연이라도 딱 한 번만 하니까 표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5) 비교적 저렴한 공연료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이지만, 클래식 공연은 유난히 저렴합니다.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각종 (개인-기업) 후원과 런던시의 재정보조 덕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재정이 넉넉한 런던심포니에서는 프로그램도 무료로 나눠줍니다. 공연료는 공연 마다 다르지만, 보통 5파운드에서 40파운드 정도입니다. 좌석등급이 매우 세분화(10개 이상인 경우도 있음)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로열페스티벌홀에서는 학생할인이 있는데, 그 경우 50% 할인이 됩니다. 전 보통 중간급 좌석 정도 되는 20파운드 짜리는 표를 학생할인 받아 보는데, 그러면 10파운드(2만원), 저녁 한끼 값만 아끼면 볼 수 있습니다. (저녁값이 좀 비싸긴 하죠? ^^;;)

 6) 혹독한 비평

공연 보고 오면, 일간지 등의 리뷰를 읽어보곤 하는데, 제가 링크한 기사에 잘 나온 것처럼 실제로도 좀 심하다 싶은 정도의 비평이 자주 나옵니다. 혹평을 넘어 악평을 들었던 장영주의 사계 공연도 그랬죠. 참고로 전 괜찮았었는데, 너무들 하더군요….ㅎㅎ

 * 그나저나 기사에 난 것처럼, 우리 김선욱 군은 정말 런던에 살러 오나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런던 사정 잘 아는 팬이 안착 하는거 도와줄테니 연락 좀 하라 그랬다고 전해 주십시오…ㅎㅎㅎ

** 나중에 기회되면 다른 정보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