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법)_comments(law)

판결과 사회과학적 논증

by transproms 2014. 2. 9.

판결문을 보면 사회과학적 논증이 어설프게 들어가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 개 봅시다. 

1. “사실상 A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면서 A그룹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고법)
-> 논란의 여지가 많은 판단인데, 이런 것을 별다른 근거 없이 양형이류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거꾸로, 묵묵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위법행위를 판단할 때는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식의 판단은 잘 하지 않죠. 

2. “수질대책 수립 당시의 과학적 수준과 수질예측에 관한 각종 상황 등에 비추어 보아 수질대책이 실현가능하다” (대법)
-> 대규모 토목사업이 사업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는지, 또 판단해야 하는지? 실제로 이 판결(새만금사건)의 '반대의견'은 수질대책이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하죠. 어느 것이 옳은지 여부를 떠나, 어떤 토목사업의 '효과' 달성 여부가 대법관들이 '논쟁'해야 할 주제로 적절한지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3.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이를 통한 일반적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헌재)
-> 사회과학적 결론을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이렇게 단정해도 되는지? 더욱이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없다는 것은 '백과사전'에도 기술되어 있는 사실상 확립된 내용입니다. 

4. 물론 판결에서 사회과학적 논증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법관이 사회과학 방법의 쓰임새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사회과학적 결론을 판결에 활용해야 할 겁니다. 특히 법관 개인의 '느낌'이나 '인상'을 마치 확립된 사회과학적 결론인 것처럼 판결문에 버젓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