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과 소득에 따른 불평등: 사법시험이 대안인가

중위소득자에 대한 진입장벽 문제 


어제 포스팅에서 로스쿨이 하위소득자에게는 고시보다 유리한 제도지만, 중위소득자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문제는 그럼 사법시험이 중위소득자에게는 유리한 제도냐는 겁니다. 그게 맞다면, 사법시험을 존치해서 그 빈 공간을 메우는 것도 방법이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유리할게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도 역시 제가 사법시험 수험생과 로스쿨 지망생들을 지도했던 입장에서 서술해 보겠습니다. 아래에 서술하는 내용은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어떤 제도상의 차이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가계가 월소득 350만 원 정도의 중위소득에 속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제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그동안 장학금, 알바, 부모님 도움으로 어떻게 학부는 마쳤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고민입니다. 로스쿨을 간다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월 200만이 드는 로스쿨에 진학한다는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 사법시험이면 어떨까? 사법시험도 월 100만 원 정도는 듭니다. 빨리 붙으면 지금 시작해서 2~3년이면 (3차까지) 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근데 현실적으로 2-3년 내에 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합격자 평균 연령이 28세 정도이니, 졸업 후 4-5년은 공부해야 붙는게 평균이라는 것이죠. 그나마 이 평균에 들어가면 다행입니다. 사법시험 경쟁률은 보통 301이 넘습니다. 평균적으로, 30명이 준비하면 1명이 5년 내에 합격한다는 것이죠. 즉 수험기간이 5년 이상 걸릴 확률과 영원히 합격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큽니다. 시험 준비에 생활비만 든다고 해도, 소득이 없는 상태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리고 몇 년 내에 끝낼 가능성보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큰) 게임에 올인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실패할 확률에 높은 게임에 뛰어들었다가 실제로 실패하면 그 가계는 큰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봐도 국민 몇 만 명이 이런 확률낮은 게임에 인생을 거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이 도입된거고요)

 

반면에 로스쿨은 계산이 서는게임입니다. 일단, 로스쿨 준비는 영어 성적과 리트 성적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짧습니다. 재학생은 재학 신분 유지하면서 보통 6개월 정도 준비합니다. 심지어, 아무런 준비 없이 합격할 수도 있는 입시제도입니다. 리트는 적성시험이라서 심지어 아무런 준비 없이 시험을 쳤는데도 고득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거든요. 로스쿨 준비에는 사실상 돈이 들지 않는다고 봐야 맞습니다. 로스쿨 학원도 있지만, 저는 학생들에게 학원을 권하지 않습니다. 왜냐? 그동안 학원 전혀 다니지 않고도 로스쿨에 진학한 수많은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도 경쟁률이 있으니 떨어질 수 있고, 리스크가 있긴 매한가지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 사정이 좀 많이 다릅니다. 로스쿨 경쟁률은 51정도 되는데, 불합격 시 벌어지는 상황이 고시 불합격했을 때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로스쿨지망 학생들에게 취업 준비도 병행하라고 권합니다. 취업준비를 함께 해도 전혀 문제될게 없거든요. 준비하는 방법이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심지어 리트 시험은 기업에서 보는 각종 적성시험(삼성 SSAT )과도 유사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로스쿨에 떨어진 학생들도 동시에 취업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로스쿨 준비에 적합하게 학점, 경력 등을 관리해온 학생들은 취업에도 유리하거든요. 한 번 떨어졌다고 로스쿨 진학의 꿈을 바로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또 준비하면 되니까요. 로스쿨은 직장 다니면서 준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지도한 학생 중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일단 취업을 했다가 그 다음 해에 진학에 성공한 학생도 있고, 로스쿨에 떨어지고 취업을 했는데, 회사가 생각보다 적성에 맞아서 그냥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취업을 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즐겁게 다니고 있고, 로스쿨은 한 3-4년 뒤에 제대로 경력을 쌓아서 재도전해보겠다고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재수, 삼수하는 경우도 있지 않냐고요? 네 있습니다. 재수하는 학생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에서 재수는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아무런 경력이 추가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이를 먹는 것은 오히려 합격가능성을 낮추는 일이거든요. 리트는 재수 한다고 점수가 오르는 시험이 아니고요. 학점은 어차피 그대로죠. 경력도 달라질 게 없거든요. 재수에 성공한 학생들은 대개 리트점수와 영어점수를 끌어올린 경우인데요. 첫해에 영어나 리트 준비를 거의 안했기 때문에 점수가 올라가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실제로 첫해에 리트 공부를 6개월 이상 했는데도 점수가 안나온 학생은 그 다음 해에 열공해봐야 성적은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점수가 올라가면 리트 시험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리트는 단기간 공부해서 올릴 수 없는 적성시험이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처음에는 저의 조언을 무시하고(!) 로스쿨에 올인한 학생들도 재수할 때는 다 취업과 병행합니다. 여하튼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일단 직장 다니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에서도 불합격자가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고시제도 때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요컨대, 중위소득자에게 로스쿨은 장벽이 되긴 하지만, 그 대안으로서 사법시험 존치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중위소득자에게는 사법시험 역시 리스크가 너무 큰 선택지니까요. 그래서 만약 소득에 따른 불평등이 유일한 문제라면, 로스쿨 장학제도를 보완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과도한 규제만 없애면 로스쿨 등록금을 연 1천만 원 정도까지 낮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기존 장학제도를 유지하면 훨씬 사정이 나아지겠죠? 원칙적으로 변호사 될 사람에게 국가돈을 쓸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굳이 국가재정을 쓰겠다면 수백억에 달하는 사법연수원 운영 비용을 로스쿨 장학금으로 돌리는 편이 나을겁니다. 본인 부담으로 한다면, 흔히 등록금 후불제라고 불리는, 초저리 장기대출제도를 잘 설계하면 됩니다. 국가돈을 써야 한다면 차라리 여기에 이자비용을 대는 것이 낫죠. 더 좋은 방안은 원래 참여연대 안처럼 졸업 후 1-2년간 공익봉사를 하는 조건으로 로스쿨 학비를 선지급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로스쿨체제에 문제가 많이 있고,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법시험 존치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근거가 타당해야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돈스쿨, 저소득층의 법조인 진출 기회를 차단한다”, “사법시험 존치로 저소득층 희망사다리를 놓자는 것은 사법시험 존치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라면, 로스쿨제도를 조금 보완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논쟁을 할 때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논점을 하나하나 배제해야, 다른 논점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해서 집중토론을 할 주제는 오히려 학벌차별이나 연령차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법시험이 꼭 필요한가를 토론하자는 것이죠. 저는 여전히 법조인 양성제도와 관련하여 (대한변협이나 서울변회에서 제시하는) ‘공정성이라는 논점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얘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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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원 2014.05.12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사법시험 수험비용이 한 달에 100만원이라면 법학전문대학원 재학비용은 한 달에 250만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교수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차피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닌다고 학원 수강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각종 교재비가 안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사법시험 공부를 한다고 모두가 학원강의를 듣거나 고시촌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법학전문대학원은 OT, MT도 가고, 회식도 하는 등 과외 활동이 사법시험에 비하여 월등히 많기 때문에 실제 생활비부분은 더 많이 소요됩니다.

    2.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험의 개방성으로 인하여 법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하면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허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할 확률이 현재 20%~30%에 이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제한 경쟁이기때문이기도 하고(즉 졸업예정자들을 제외한 재학생들에게는 응시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미 응시료 27만원의 법학적성시험, 수십만원의 전형료, 무엇보다 연간 수천만원의 등록금으로 심리적 장벽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리고 교수님께서도 인정하시고 계시다시피 법학전문대학원은 학부를 졸업하면서 바로 들어가지 않으면 재수 삼수가 별로 의미가 없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해 마련한 스펙으로 다른 곳에 취직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될 것이라고 하시는데 법학전문대학원에 갈 수 없는 스펙으로 직장을 구한다면 얼마나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러한 직장에서 쌓은 경력이 다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 할 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작금의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사정 결과를 보면 30세 이상자들에게는 점점 더 그 진입장벽을 높여만 가고 있는데 취직했다가 다시 돌아 올 때 그 합격 가능성이 높아져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다가 다른 길로 전향하고자 할 때 그 수월성은 분명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다른 진로로 갈 때 보다 낫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 변호사가 되지 못했을 때의 비용절감효과일 뿐입니다.

    4. 규제를 완화하면 법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을 1천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하시는데, 그 완화되어야 할 규제가 교육의 질에 관련된 것이라면 현재도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에 내실이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상황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 교육의 질을 여기서 더 떨어뜨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때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준칙주의로 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25개 법학전문대학원만 해도 실무경력 교수진 부족, 전문분야 교수진 부족을 격고 있는게 현실 아닙니까? 여기서 법학전문대학원 수가 더 늘어난다면 그 부족현상은 더 심화되고 교육의 질은 낮아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님 견해와 반대로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고 나면 법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대와 강원대가 기부금으로 메워서 적자를 면하고 있지 다른 23개 법학전문대학원은 적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법시험과 비교해서 자꾸 고비용이라는 비판을 받으니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참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참여연대의 안에 대해서는 앞의 포스팅에 대한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등록금 자체에 대한 통제 없이 국고로 등록금을 메운다면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등록금 전액을 납부한 것이 되고(국가가 대납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법학전문대학원은 고비용구조 개선이나 교육 내실화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졸업 후 공익활동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 급증으로 변호사들의 구직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일종의 특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공익활동이라는 것도 결국 면제된 등록금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등록금후불제'라고는 하지만 결국 갚아야 할 대출금이고 빚입니다. 현재 법률시장의 성장은 더딘데 변호사의 수는 급증하는 업계를 생각한다면 그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transproms 2014.05.31 04: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소한 것 한 가지로, 최근에는 학원 수강하는 학생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 오티/엠티/회식 비용, 리트응시료, 전형료 등은 변수가 아니라는 점은 살짝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미 본문에도 언급했지만, 현재의 로스쿨이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문제 많습니다. 근데 그런 문제의 원인 중 상당부분은 바로 로스쿨에 대한 과도한 규제 때문입니다. 그걸 풀어주면 말씀하신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됩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규제를 푸는 것이 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저는 사법시험 존치론도 존중합니다. 그렇게 하자는 분들의 얘기도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존치할거라면 로스쿨쪽에도 로스쿨이 하고 싶어 하는데로 해주자는 겁니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규제를 풀자는 것이죠.

      규제를 풀면 (김재원 님이 지적하신 그리고 저도 동의하는)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보는데, 일단 로스쿨 등록금 문제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싼거 맞고 문제인 것도 맞습니다. 백번 공감합니다. 사법시험 폐지 후 등록금이 오를거라는 전망도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비싼 원인을 보는게 중요합니다. 대부분 과도한 설립기준 때문입니다. 강의실만 있으면 되는 법학교육의 비용이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국제회의를 해라, 법학도서관을 설치해라, 연구소를 운영해라, 저널을 내라 ... 등등 로스쿨 교육과 직접 관련 없는 수많은 규제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거 대폭 없애면 등록금은 얼마든지 낮출 수 있습니다. 등록금이 비싼 원인을 잘 보고 그 원인을 해소할 수 있으면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단) 일단 그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법시험 존치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두가지 제도가 당분간 경쟁하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근데 그 선행조건은 로스쿨을 로스쿨답게 만든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공익활동 조건부 등록금 지급에 대해서는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어서 다른 변호사들이 잘 하지 않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국가의 비용을 들여서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로스쿨이 이익보는 것도 아니고, 특혜도 아니고, 빚더미 문제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2. 김재원 2015.03.10 0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법학전문대학원 지출의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라고 합니다(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101714005240524&outlink=1). 그렇다고 명색이 석사과정인데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12명 이상으로 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게다가 위의 기사 중 "사립 법전원 재정 적자 분석" 표를 보면 인건비만해도 이미 등록금 수입을 넘습니다. 즉 교수님이 주장하시는대로 각종 설비를 설치, 운영하지 않는다고해도 등록금을 낮추기는 커녕 현재의 등록금 수준으로도 겨우 적자만을 면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2. 교수님의 공익활동조건부등록금지급 주장은, 학생이 정부로부터 공익활동조건부로 등록금을 지원받아, 법학전문대학원에 납부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그 등록금은 정부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는 공익활동에 대한 임금의 성격을 띠고, 학생과 법학전문대학원 간의 관계에서는 보통의 등록금 납입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는 정부가 학생을 고용하여 임금을 주고, 학생은 그 임금을 받아 학교에 납입하는 것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취직의 측면에서 정부가 학생에게 특혜(사법연수원 출신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으므로)를 주는 것이 되고, 법학전문대학원은 고비용문제해결에 대한 고민 없이 등로금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어서 다른 변호사들이 잘 하지 않는 업무가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이미 정부가 거기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처럼 개인이 돈을 들여 할 이유는 없지만 정부사업을 수주하여 경제생활을 하는 방위산업체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transproms 2015.03.10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로스쿨제도는 석사과정이지만, 전문석사과정이고 1인당 학생수가 지금처럼 적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로스쿨에는 5-10명 짜리 강의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것을 15-20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수업의 질이 그렇게 달라지 않을 겁니다.

      2. 저는 기본적으로 변호사 교육은 개인이 부담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변호사교육은 보편적인 고등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운 직업교육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법연수원 제도가 사실 어색한 제도죠. 대부분이 사적인 변호사 활동을 하게 되어 있는데 국가가 임금을 주면서 교육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직에는 공공성이 있긴 하지만, 공공성이 있는 직업이 변호사만 있는게 아닌데, 변호사만 국가가 임금을 줘 가면서 교육을 시키는 것은 문제일 수밖에 없고요. 순전히 교육/연수생의 관점에서, 사법연수원은 임금까지 주는데 로스쿨은 돈을 내야 한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그래서 적절치 않습니다. 그건 사법연수원 제도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전제하는 비교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양성에 국고가 투입되어야 한다면, 사법연수원 예산을 로스쿨에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계산도 해봤는데, 그렇게 되면, 사법연수원처럼 임금을 주진 못해도, 과도한 등록금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됩니다.

      여하튼 변호사 양성을 기본적으로 개인 부담으로 하되, 다만, 사정이 아주 어려운 소수에 대해서는 장학금을 지급해야 하겠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진입장벽이 있어서는 안되니까,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초저리 장기대출이나 등록금 후불제, 공익활동조건부 등록금 지급 등의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김재원 2015.03.11 0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 사법연수원 예산을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단 사법연수원의 주된 기능이 사법연수생 교육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연수원은 법관교육, 재판연구, 교재발간 등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판사로 임용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들도 사법연수원에서 8개월간 추가교육을 받기로 되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알기로는 현재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하는 실무교재로 실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국공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는 국고전입금이 370여억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예산이 370억원 정도입니다. 이미 사법연수원 예산만큼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되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연수생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생각한다면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국고전입금은 사법연수원 예산보다 많은 것일 겁니다.

    또한 사법연수원 예산을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한다고 해도 법학전문대학원의 재정적자를 다소 보완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합니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88562 기사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의 연간 적자액은 1165억원{=(37억원*10개교)+(53억원*15개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1165-370=795, 즉 사법연수원 예산을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해줘도 법학전문대학원은 연간 총 795억원 적자입니다. 따라서 사법연수원 예산을 지원해줘도 등록금 인하는 없습니다.

    나아가 사법연수원 예산을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는 것은 변호사교육비용을 교육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주장에도 배치되는 것이 됩니다.

    저도 변호사가 되는 비용의 당사자부담 원칙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국고지원에 반대하며, 사법연수생 임금지급 문제는, 사법연수생의 신분을 공무원이 아닌 교육생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임금을 주지 않으며 실비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transproms 2015.03.11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말은 그 예산을 그렇게 전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변호사 교육에 국가 예산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데 만약 굳이 그런 예산을 쓰자고 한다면 로스쿨에 쓰는 방법도 있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위에서 다 말씀드렸지만, 로스쿨의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다 계산하고 사법연수원 예산까지 보조가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을 겁니다. 매우 왜곡되어 있는 현재 상태를 고정해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죠. 여하튼 저는 국고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아님을 다시 확인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