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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_comments

독립적 '국방 옴부즈만'의 필요성

by transproms 2014. 8. 5.

왜 가혹행위의 피해자들은 자살에 이르거나 폭행으로 사망할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참고 있어야 했을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고충처리기구가 필요한 것이죠. 2011년 군인권 토론회 때 군 관련 고충처리기구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짧막한 글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군사 옴부즈만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내용인데 한번 정리해 봅니다. 2011년도에 조사한 것이니 감안해서 보시고요.


군 내부에도 인권침해를 호소할 고충처리기구가 많이 있습니다. 국방부에는 군인고충심사위원회(인사문제), 국방신고센터(구타, 가혹행위), 공익신고센터(부조리, 부패 등)가 있고요. 그리고 각 군 사단에 내부공익신고센터와 소원수리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 실적은 미미합니다. 국방신고센터의 경우, 매년 1,000건 안팎의 이용 실적이 있으나, 대부분 전역 후에 신고되는 것이고, 사단 급 내부공익신고센터는 연간 10건 미만 정도입니다 (*대통령실, “군 고충처리제도 개선방안”, 2006 참조)


군 외부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군 관련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권익위 고충처리국 산하 국방보훈민원과에서 매년 268건(2010년)의 군사 관련 진정을 접수하고 있고,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 정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군 관련 사건을 연평균 100건 내외를 접수하고 있는데 담당 인력(조사관)은 실제로 1명이 채 안됩니다. (*이상은 업무 분장과 사건 건수를 참조하여 추산한 것)


장병 60만명이 상시적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취약하죠. 게다가 실제 발생하는 사건 건수를 보면 접수되는 사건 건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른바 '숨은 범죄', '보고되지 않는 가혹행위'가 매우 많다는 것이죠. 군은 올해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 한 달 동안 가혹행위 가담자 3,900명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수행한 군 인권실태 조사(2013)에 따르면, 8.5%가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남이 구타당한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병사도 17.7%에 달했습니다. 아주 중요한 지점은 가혹행위를 당한 후 86.8%가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자 이래도, 독일식 국방감독관 같은 독립적인 고충처리기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이제는 소원수리함을 부대 곳곳에 '꼼꼼하게' 설치하고, 대대장 휴대폰 번호를 화장실에 붙여 놓고 '마음 놓고' 신고하라는 식의 대응은 그만 하자고요. 그 진정성은 이해합니다만,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군은 한번도 외부 통제기구를 제대로 경험해 본 바가 없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보기관, 고충처리기구 ... 모두 군 내부에 두고 있는 것이죠. 외부의 고충처리기구가 가져올 충격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걸 설치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해야 합니다. 외부 기구의 통제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외부 기구가 통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권친화적 군대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