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장학금 확충이 해법인가?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전혀 아니다입니다금수저론, 희망사다리론에 맞선 로스쿨의 응답은 항상, ‘우리는 충분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였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나온 홍보자료에도 장학금이 많다는 것이 크게 강조되어 있죠. 저는 이게 잘못된 응답이었다고 봅니다.

 

일단 장학금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실제로 장학금 액수는 엄청 납니다. 산술적으로 2,000명 중에 800(40%)이 연간 평균 15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한 푼도 안내고 다닐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 장학금이 모두 가계소득 기준으로 지급된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여전합니다. 상60%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로스쿨 등록금은 상당히 부담이 되거든요. 예컨대 가계소득(연봉)이 6천만원이면 상위 17%에 들어갑니다. 장학금 대상자로서는 어림도 없는 고소득층입니다. 근데 연 6천만원 버는 집에서, 대학 교육까지 시켜놓은 자식에게 추가로 6천만원의 등록금(사립)을 대는게 쉬운 일인가요? 직장 다니면서 돈을 모아서 로스쿨에 진학해도 마찬가집니다. 직장 다니면서 6천만원 모으는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고로, 생활비와 기회비용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요컨대, 등록금 총액의 40%에 달하는 장학금을 두고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걸 50-60%로 늘려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로스쿨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게 맞는지가 의문입니다. 로스쿨은 보편교육이 아닙니다. 한국의 학부는 보편교육 성격이 있어 좀 애매하지만, 로스쿨은 전혀 아니죠. 변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1년에 2천명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전문대학원입니다. 자기 선택에 의해 자기 부담으로 하는 것이 맞고, 부모님의 도움도 받지 않아야죠. 학부생에게 줄 장학금을 돌려서도 안되고, 국가가 장학금을 지급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장학금은 사회복지차원에서 차상위계층 정도까지만 지급하면 충분합니다. 어떤 분들은 공익적 업무를 하니까 지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익적인 일이 어디 변호사 뿐인가요? 그럼 약학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도 장학금을 확충해야겠죠. 설사 공익적 업무를 할 사람들이라서 장학금을 줘야 한다고 치더라도 지금의 장학금은 너무 지나칩니다. 로스쿨 다니지 않은 사람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계 형편 때문에 법조인이 되는 길이 막혀도 안됩니다. 저는 '금수저'니 '희망사다리' 같은 근거없고 악의적인 비난 대신, ‘법률가가 되기 위한 공정한 기회라는 말을 써보려고 합니다. 영국에서 이 문제를 다룬 보고서 “Fair Access to Professional Careers 2012”에서 착안했습니다. 누구나, 특히 경제적 형편에 무관하게 법률가가 되기 위할 기회를 공정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이걸 해결하는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1) 등록금 인하 2) 후불제 3) 공익활동조건부 장학금 지급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도 일단 진학이 가능하게 됩니다. 등록금은 나중에 갚는거죠.

 

1) 등록금 인하

일단, 등록금 인하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로스쿨은 현재 정원보다 1.5배에서 2배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여지가 있습니다. 각종 규제만 풀면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상식적으로도 (좀 과장해서) 분필하고 칠판만 있으면 되는게 로스쿨 교육인데 무슨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비용이 많이 들게 생긴 의대 등록금이 연 1천만원(사립) 수준입니다. 로스쿨이 왜 2천만원이나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고 등록금을 낮출 여력은 없는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상한 규제도 풀어야 합니다. 로스쿨 평가 기준 중에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습니다. 한 번 할 때마다 몇 천 만원 씩 듭니다. 왜 25개 로스쿨이 국제학술대회를 꼭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저런 불필요한 비용과 이상한 평가기준 항목들을 없애면, 일반대학원 수준(연 1천만원/사립)보다 조금 높은 정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2) 등록금 후불제

후불제는 정말 강력한 대안입니다. 비슷한 취지의 저리 융자는 지금도 있습니다. 2% 대 금리로 졸업 후 2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으니 조건은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게 잘 홍보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로스쿨이 왜 이걸 적극 홍보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로스쿨 진학할 때 이걸 모르는 친구들이 무지 많더군요. 하지만 가정형편상 진학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저리 융자 제도를 소개해줘도 여전히 부담스러워 합니다. ‘빚을 안고 졸업한다는거에 막연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합격률이 3% 정도의 사법시험에 기약없이 뛰어드는 것보다는, 대출 받아 로스쿨 다니는게 훨씬 안전한 투자죠. 그런데도 꺼려하는걸 보면 문화적인 차원의 문제도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낮은 변시 합격률과 변호사 취업난까지 겹치니 더 주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강력한 후불제를 설계하면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세까지 월소득이 200만원을 넘었을 때만 5% 한도 내에서, 300만원이 넘었을 때는 10% 한도 내에서 갚는다는 식으로 말이죠. 평생 200만원도 못벌면 어떻게 하나? (여기서 대출과 후불제가 갈립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만은,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로스쿨 등록금 재원으로 갚거나, 국가가 재원을 마련해서 대신 갚으면 됩니다. 월급까지 지급하면서 교육을 시키는 사시를 존치하자는 마당에, 국가가 이 정도 부담을 지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로스쿨이 장학금을 줄거면, 학교 다닐 때 주지 말고, 차라리, '이자'를 면제시켜주는 쪽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이런 식으로 좀 더 강력한 후불제 시스템으로 가야, ‘자기부담원칙을 견지하면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정한 기회의 확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충 생각해낸게 이 정도인데, 한국장학재단, 로스쿨, 금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훨씬 더 좋은 대안이 있지 않겠습니까?

 

3) 공익활동조건부 장학금

공익활동조건부 장학금제도도 참 좋은 대안입니다. 일단 로스쿨은 무료로 다니고, 대신 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에서 2-3년간 최저 수준의 연봉만 받고 일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죠. 정상적인 월급을 주고 10년 정도 일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해도 좋습니다. 사정에 따라 여러 트랙을 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 연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일석이조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의 재원이 필요합니다. 명목은 당연히 장학금이 아니라, ‘법률구조사업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어야 할 겁니다. 결국 국민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것이니 투자 가치가 충분합니다.

 


요컨대, 이런 대안들을 고민하지 않고, ‘장학금 확충만 내세운 것이 저는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등록금 지급율이라는 이상한 평가지표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이 문제를 의제화하고 고민하지 않은 로스쿨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장학금 확충은 그 자체로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합니다. 장학금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은 원칙에 더 어긋나고, 아무리 늘려도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합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대안’, 등록금 인하, 강력한 후불제, 공익활동조건부 장학금제도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로스쿨은 생각보다 좋은 제도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Posted by transpr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