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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법)_comments(law)

로스쿨은 불합격자가 승복할 수 있는 제도인가?

by transproms 2015. 12. 11.


로스쿨은 불합격자가 승복할 수 있는 제도인가?


로스쿨은 자원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접근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모 아니면 도"아니라, '걸'이나 '윷'도 노릴 수 있는게 로스쿨이라고 말씀드렸고요. 근데, 로스쿨은 내가 왜 계속 '도'가 나오는지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로스쿨 교수님과 저와의 경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로스쿨 교수님들은 대개 '합격한 학생'들 보시니까 이런 문제를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저는 아무래도 합격한 학생들(그들은 학교를 떠났으니 자주 볼 기회가 없어요;;)보다 불합격한 학생들을 많이 보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듣게 됩니다.


사시는 불합격해도 쉽게 납득을 합니다. 객관식 1차는 말할 것도 없고, 2차 역시 "뭔가 답안이 부족했을거야...." 자기책임화할 수 있으니, 쉽게 승복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 불합격은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로스쿨 커뮤니티 게시판에 들려 이른바 '스펙'을 공개하고, "제가 왜 떨어진걸까요?"라고 물으면, 다수설부터 소수설까지 약 30여종의 견해가 댓글로 달립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거죠.


물론 로스쿨이 좀 더 투명성을 강화하고, 제가 그동안 공정성 향상을 위해 제안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시행하면 지금보다는 승복가능성이 높아지긴 할 겁니다. 근데 아무리 그렇게 해도, 로스쿨 입시 자체는 컨셉 자체가 '깔끔하게 승복'하는 거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사실 이건 '시험'으로 줄세우지 않는한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각종 선발제도에서도 정성평가는 당연히 다 있고, 시험으로 줄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죠. 즉, 불합격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하버드 떨어지고 버클리 붙은 이유를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종종 미국 친구들한테 "너희들은 그런걸 왜 받아들이냐"고 물어보면, "뭐, 학교 나름의 인재상이 다르니까 그렇겠지" 또는 농반진반으로 "세상은 원래 운이야" 라는 정도로 받아넘기더군요. "넌, 남의 나라 문제 가지고 참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구나"라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ㅎㅎ 유럽의 경우에는 명문대/비명문대, 대졸/고졸, 변호사/비변호사 차이가 훨씬 적고, 계층상승(?)욕구가 우리보다 훨씬 낮아서 더욱 쉽게 납득하는 것 같고요. 한국사회도 법조인의 특권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이부분은 점점 나아질거라 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내가 왜 떨어졌나"를 깔끔하게 납득받고 싶어하는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저는 이걸 해결하는게 로스쿨 정착의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사회로부터 인정받는게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로스쿨제도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죠. '시험'만큼 깔끔하게 납득하게 할 수는 없지만, 선발제도라는게 깔금함만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별 탈 없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