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들이 거리를 그냥 활보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요?>


남역 살인사건이 ‘정신질환자의 범죄’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자 관리’가 해법인 것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있네요. 대충 모니터해봤더니,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도가 꽤 있더군요. 핵심을 잘 짚은 곳도 있지만요. 일단, 조현병의 위험성?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정신질환자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


더욱이 한국은 정신질환자의 3분의2가 비자의(강제)입원이며, 정신질환자의 평균재원기간은 247일로 세계 최장입니다 (스페인 18일, 독일 24.2일, 이탈리아 13.4일, 프랑스 35.7일, 영국 52일). 정신질환자를 ‘더 많이 감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충분하고도 남아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될 만큼 정신질환자를 감금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예전에 혐오표현 강의를 가서, 제가 글쎄,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은 한국에서는 이제 대 놓고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지 뭡니까. 그런데 한 장애인 청중이 이런 의문을 제시하시더군요. 정신장애인에 의한 대구지하철 사고가 났을 때, “장애인들은 집 밖으로 한 발도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이 수시로 달렸고, 그 때 자신은 “며칠 동안 무서워서 집 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장애인 입장에서 느끼는 장애인혐오표현의 문제는 다룰 수 있어요”라고 하셨고요. 저는 즉각 저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사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는 구분되지만, 차별의 대상이 될 때는 혼동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이런 사람들이 거리를 그냥 활보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강남역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문제로 치부하게 되어, 편견과 낙인이 찍히면, 치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더 어려워지고, 그들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과 편견, 배제 .... 이것은 여성혐오에 반대하고, 모든 차별과 적대와 폭력을 몰아내려는 현재의 움직임과 정반대의 방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복지를 강화하여,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존엄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야 필요한 ‘치료’도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요. 


참고로, 지난 5월 국회가 소리소문 없이 잘한 일이 하나 있는데, 정신질환자의 입원/격리 요건을 강화하는 정신보건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제는 환자가 본인/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을 때에만 입원이 가능하고, 최대 입원기간도 3개월로 줄었으며 (기존 6개월), 강제입원된 이후에도, 의사, 법조인,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오랫동안 이슈화된 문제가 간신히 법제화된 것인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참고자료1) 보건복지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6.2.23.)
○ 언론보도, 영화·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 및 폭력 위험성이 높다는 편견이 많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정신질환자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015년에 발표된 다른 논문에서도 2005년과 2015년의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범죄비율이 증가하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들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높다거나 최근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등의 오해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를 ‘일반적인 증상’으로 하는 정신질환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한가지뿐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신질환은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성향이 일반인구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일부 정신질환은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은 충동성 때문에 자타해 위험성을 보일 경우가 있지만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100 수준입니다.
○ 또한 정신증 환자의 범죄는 대부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하며,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나 감소하기 때문에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참고자료2)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 (2016.5.23.)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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