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희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게 2005년이니까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다른 논문 주제는 일반인들과 얘기하기 적당하지 않은 것도 많은데, 이 주제는 ‘일상의 문제’들이라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많이 배웠구요. 요즘 나꼼수 수영복 사진 때문에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의 ‘날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회였구요. 이왕 이렇게 된거 성희롱에 대한 공론형성에 기여하고, 저도 배움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마음에서, 차분히 한번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꼼수 사건의 '해결'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서 '성희롱/성폭력'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라고 이해해주시구요. 그리고 '수영복 사진 요구' 이후에 벌어진 문제, 정확하게 말하자면,사진 게시가 문제가 아니라 사진이 수용되는 맥락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지만 그 점은 제외하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좀 기니까 각오하고 읽으시길..^^

성희롱은 법적으로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성희롱: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일단 용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성희롱은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라 영어 sexual harassment를 번역한 것인데요. 영어에서 harass는 괴롭힌다(못살게군다, 애먹인다)에 가까운 말입니다. ‘희롱’에 해당하는 말로는 flirting이 있구요. 저는 ‘성적 괴롭힘’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데, 여기에서는 법적 용어인 ‘성희롱’을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나중에 법개정 논의가 되면 저는 ‘성적 괴롭힘’이라고 용어를 수정하자고 강력히 주장하려고 합니다)

자, 아무튼 성희롱은 일단 성적인 언동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굴욕감, 혐오감 유발)을 말합니다. 그런데 괴롭힘을 너무 넓게 정의하면 안됩니다. 세상에 괴로운 일이 너무 많은데, 그걸 다 법으로 규율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법적 성희롱은 ‘직위(권력관계)를 이용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직위를 이용해서 성적 언동을 하면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개입해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아래 사례를 보시면 명확해집니다). 성희롱은 성별을 분리하여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성차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성적 언동'하고는 다르구요. 이것은 법이 개입해서 시정해 줘야 합니다. 자, 최근 문제가 된 발언은 이렇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니 마음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 동일한 말이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서 누군가가 실제로 사진을 보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문제는 완전히 논외로 해주십시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제가 사례를 만들어 봤습니다. 

 ① 군인이 민간인 친구들한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는 편지를 보냈다
 ②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에게 애프터 신청을 하면서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는 문자를 보냈다.
 
③ 남자 10명, 여자 2명으로 구성된 친목모임에서, 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고 말했다.
 
④ 초등학교 동창회 자리에서 한 남성이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고 발언했다.
 
⑤ 대학 동아리 회장이 회원을 대상으로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고 공지했다.
 
⑥ 회원이 총 5만 명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⑦ 정년 퇴임한 대학 교수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⑧ 대학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고 말했다.
 
⑨ 여성 사장님이 남자 사원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고 말했다.
 ⑩ 부장님이 부원들한테 “수영복 사진을 보내도 좋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법적 성희롱은 단순히 성적 발언을 한다고 성립하는게 아니구요. 상대의 성적 언동이 '직위(권력관계)를 이용한 것'이고, 이에 따라 굴욕감/혐오감을 느껴야 성립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확실한 법적 성희롱은 8번, 9번, 10번 뿐입니다. ‘성적’과 ‘승진’, ‘해고’ 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수영복 사진을 보내달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당황스럽고 불쾌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는 1)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보낸다’ 또는 2) ‘사진은 안보내지만 이 상황이 굴욕적이다’ 두 개 뿐이죠. 이것은 9번에서 보듯이 이 문제는 남자와 여자가 역전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현행법이 이러한 언동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쇠고랑 안차구요. 경찰 출동 안합니다. 다만 인권위에 진정을 하면 인권위가 시정권고를 해주구요.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불법행위에 의한 민사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법적 성희롱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8번~10번의 경우에도 어떤 남성 또는 여성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장님이 마음에 들어서, 수영복 사진을 보내고 사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권력관계에서 성적요구를 했어도 그러한 상호관계가 형성된다면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원들/사원들/학생들에게 일반적으로 그런 얘기를 했다면, 그렇게 느낄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말한 순간 그 즉시’ 성희롱이 성립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7번은 어떨까요? 7번은 퇴임한 교수이기 때문에 ‘성적’을 매개로 한 권력이 없습니다. ‘문제있는 행위’일 수는 있지만, 법적 성희롱이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1번과 2번은 법적 성희롱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도 별 문제될게 없습니다. 군대에 있는 친구한테 그런 편지를 받고, 기분이 좋으면 사진 보내면 되구요. 싫으면 답장 안하고 절교하면 됩니다. 소개팅남이 그런 문자 보냈으면 그냥 삭제하고 씹으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나 소개팅남한테 성희롱 당했어”라고 일상적으로 표현하긴 합니다만, 엄밀히 그것은 사회적 성희롱도 법적 성희롱도 아닙니다. 간단히 거부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저런 편지나 문자를 지나치게 집요하게 보내면 ‘스토킹’으로 처벌대상이 되지만, 그건 성희롱하고는 별개 문제). 

문제는 3번부터 7번의 케이스입니다. 애매~합니다. 애/정/남에 사연을 보내도, 요건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애매한 이유는 권력관계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법적 성희롱이 성립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6번 케이스만 검토해 보겠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회장의 발언은, 회원들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회장이, ’여성 회원‘을 대상화시켜서 ’차별‘한 것입니다. 일부 여성들이 모욕감을 느낍니다. 물론 (소개팅남 사례처럼) 커뮤니티를 탈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커뮤니티는 그 여성회원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일부나 다름없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추억을 함께했던 회원들을 두고 이렇게 떠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합니다. 회장이 불쾌한 소리 했다고 내가 떠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상대는 회장입니다. 직장 상사나 교수처럼 권력적 지위에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반박해서 싸울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래도 문제제기 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 성희롱인지 여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런 불쾌한 얘기를 듣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커뮤니티를 떠나기도 싫으니까요. “여성 회원을 한갓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킨 회장은 각성하라!”라고 글을 올립니다. 이제 ’분쟁‘이 발생할 것이고, 커뮤니티 내에서의 정치투쟁을 거쳐 분쟁이 해결되겠죠. 6번 외에 다른 케이스들도 이런 방법으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법적 성희롱을 ’성적 괴롭힘‘이라고 표현하고, 3번부터 7번의 경우를 ’성희롱‘이라고 불렀으면 합니다. 이 때 성희롱은 '성놀이'라는 의미의 가치중립적인 표현이겠죠. 만약 현행법의 정의대로 성희롱이라면 표현을 유지하자면, 3번부터 7번은 ’성희롱이 될 수도 있는 언동‘ 정도가 될 거구요. ’사회적 성희롱‘ 또는 ’성희롱적 언동‘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3번부터 7번의 상황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3번에서 7번 케이스를 인권위나 민사법정에 가져간다면. 민사배상은 쉽지 않겠지만, 인권위는 경우에 따라 성희롱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나꼼수 사태를 저는 ‘나꼼수 수영복 요구 사건’이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봅니다. 비키니 사진을 게시한 것은 그 주체가 일반인이건 기자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 그것과 선명하게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는 ‘수영복 사진을 요구한 바로 그 순간’ 생긴 겁니다. ‘나꼼수 수영복 요구 사건’은 3번에서 7번 중 어느 지점에 있습니다. 8~10번처럼 권력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성희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송 안들으면 그만이지 웬 시비?’라고 쉽게 넘길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나꼼수를 즐겨듣는 여성청취자/지지자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정당합니다. 공영방송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유연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이 정도 문제이기에, 관계자들이 문제를 인정하고 유감표시 하는 정도로 '일단' 넘어가야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그래 우리 여성관은 구리다. 미안하게 됐다. 노력하겠다"는 정도면 된다고 하시던데(기사 링크), 저도 그런 정도면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어차피 한 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거든요. 일단 그 정도면 오케이하고, 또 지켜봐야겠지요.

한편, 이러한 주장은 성적 청교도주의(엄숙주의)의 태도하고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슬럿워크 시위 같이 권력관계와 무관한 상황에서의 성적 표현은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저는 성적 표현에 대한 법규제에 명백히 반대하고, 성적 표현의 자유를 급진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입니다(칼럼 링크). 이번 사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차별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성적으로 야한 얘기'와 '성적 대상화시키는 차별적 발언'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저는 전자에는 최대한의 자유를 후자에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지적이 불쾌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괜한 트집 잡는다고 느끼신 분도 있을거구요. 그런데 원래 '소수자'의 문제는 '다수자' 입장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래뵈도 
‘성희롱’을 연구해서 박사학위도 받고, 최근에 성희롱 관련 논문만 3편이나 쓴 사람인데요. 그래도 여성들 대할 때 실수 많이 합니다. 이론 좀 안다고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심사숙고해서 한 말이 차별적인 말이 될 때도 있습니다. 나름 인권전문가 행세도 하고 다닙니다만, 지금도 장애인이나 성소수자를 대할 때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는, 나름대로 '배려'해서 한 말이 '차별'적이라고 지적받을 때입니다. 지금도 어렵지만, 그래도 저는 남성이고, 이성애자고, 비장애인이니까 그런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성적 자유와 성희롱/성차별의 경계를 구획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박경신 교수 방심위 성기사진 게시를 성적 자유로서 옹호하는 입장에서 위의 칼럼을 썼지만, 그 사진 자체가 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찰의 계기였습니다. 참고로, 박 교수는 그런 지적을 받은 후 사과하고 블로그에서 사진을 안보이게 조치했습니다)

나꼼수가 어떤 존재였나요? 강자들의 세상에서 목소리도 한번 제대로 못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서서, 시원하게 욕지거리 한 판을 해준거 아니었나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 시원함을 느꼈던 것이구요. 그런데 그 대열에 함께 했던 일군의 여성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다수 남성들의 틈바구니에서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그냥 내버려둬라?’, '방송 안들으면 되는거 아니냐?' 글쎄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들도 여성이기 이전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닥치고 정치'에 참여했던 동지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그런 대접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문제제기한 사람들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어설프게 대응하고 있는 나꼼수 멤버들, 그리고 문제제기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한 일부 나꼼수 팬들이 문제입니다. 물론 일부 언론이 이 사건을 계기로 나꼼수 죽이기에 나선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죠. 그들에게야 말로 “그냥 나꼼수 듣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나꼼수를 애청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여성’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거구요. 

제가 여기서 이렇게 긴 글을 쓴 것은 사과를 요구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공직자였거나, 공영방송이면 끝까지 따져 묻고 싶은 문제지만, 해적방송 나꼼수에게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한다는 것도 부당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적당히 덮고 넘어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결되건 간에,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과 성차별'문제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왜 그들이 그렇게 '별 일도 아닌 일'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바뀌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번에 한 번 생각해 두면, 다음에 또 생각해야 할 때는 조금 더 나아질 겁니다. 세상은 그렇게 진보해 왔고, 또 그렇게 진보할 겁니다.


* 이 글을 쓰면서도
 비키니 사진을 올리신 분들이 마음에 걸리는데, 그분들은 스스로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한 것이구요. 이 문제에서 완전히 논외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혹시라도 그 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트위터에서도 항상 논의하기 전에 '사진 보낸 분들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님'을 전제하고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점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 성희롱에 관련한 제 논문은 이 블로그의 "학술논문"게시판에 있으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물론 '학술논문'이라는 점을 감안하시구요^^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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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가당씨 2012.02.06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에 답글 달기 위해서 티스토리 로긴 했습니다.
    진중권씨 트위터 타고 왔네요.
    글 자체의 흐름도 너무 유려한데, 중간에 다수자로서의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는 대목이 너무 사무칩니다.
    사무치고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 글 자체에 감사합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소수자로 살아온 시간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분명히 메인 스트림에 속해있는 사람인데, 메인 스트림 안에서의 소수자라면 참 아프고 힘듭니다.
    님이 정의하신 법적 성희롱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믿던 분에게 겪은 힘든 경험이었지만 결국 손해볼 사람은 저기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나온
    그런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화딱지 나고 속터지는 것은
    내가 너무 부끄럽고 모멸감을 느끼는데, 그 모멸감을 표현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
    "내가 그런 의도로 너를 대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오해하느냐?
    내 순수한 의도를 알아달라. 왜 그걸 몰라주느냐?" 라는 답변이었을 때였습니다.
    왜 내가 모멸감을 느끼는지 , 상대방의 순수한 의도(!)를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음을 왜 변명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설명해야 했을때.

    나꼼수 4인에게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의 일일 것입니다.
    믿고 아꼈던 4명에게 (물론 그들에게 도덕적 완벽함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너(희)는 단지 대상일 뿐이라고 이야기 들었던 그 때에.

    화딱지 나고 속터지는데 왜 그렇게 화딱지나고 속이터지는지, 그 인지 부조화를 조화시키려고
    화딱지나고 속터지는 내가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그들을 미워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이렇게 속시원하고 바로바로 제가 이야기하고 싶던 그것을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대두교 2012.02.07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의자체는 공감이가지만 나꼼수에대한애정을 이유로 자기의 사랑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하고싶으니 사과해라라고 말하는거는 유치한거 같아요. 나꼼수는 첨부터 안티엠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페미나 마초 프레임 논의는 이미 자기중심적인 순애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아쉬워도 사람잘못봤다고 생각하고 미련없이 떠나주는게아주는게

  3. eter 2012.02.07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꼼수의 경우, 청취자가 애정을 준 이상 의도하지 않았어도 약간의 권력관계가 생긴다고 보기 때문에, 까페 커뮤니티 분란의 예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이 싫어 떠나기 이전에 절을 바꿔보겠다는 최대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저승사자 2012.02.10 15: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꼼수는 3~7 그 어떤 경우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네요.
    3~7은 적어도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것(수영복)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권력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들 공동체내에서의 자신의 위력을 이용하여 불이익(따돌림 등)을 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 또한 그럴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꼼수의 경우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이 전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조차 수영복 사진을 보내주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 것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거에요.

    그저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불편함일 뿐이죠.
    다만, 나꼼수팀이 그런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직장과 사회에서 그런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의 입장에 대한 좀더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있을 수 있겠죠.

    그와 별개로,
    이번 나꼼수 논란과 관련한 최대의 피해자는 누굴까요?
    나꼼수? 공지영? 삼국까페?

    바로 비키니 사진을 올린 그이입니다.
    논란 초기 여성주의자들은 사실 비키니 사진을 올린 당사자에 대한 직접 타격을 먼저 시작했거든요.
    개념없는 머리빈녀(일명, 빠순이?) 정도로...
    지식인들이야...
    이런 사건들에 왈가왈부하고...자기 논리 세우면서,
    자기 할 말 하는 것이 기분좋을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오히려 이런 사태들을 즐기는 듯.)
    본인이 직접 괜찮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 당사자는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 정말 괴롭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나꼼수팀이 빨리 논란을 일단락시키지 않고....
    논의가 좀더 풍성해지길 기다렸다는 입장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들과 가치관이 다른 여성은 보호할 가치도 없다고 여기는 듯한...
    삼국까페의 입장은 말할 것도 없구요.

    여러모로 속칭 진보주의자들의 그안의 사람을 보지 못하고..
    머리와 논리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재단해버리는 못된 습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