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대립, 이것이 한국사회의 현 주소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드디어 서울에서도 경기와 광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 역사적 사건에 환영은커녕,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런 내용의 조례를 어떻게 대놓고 반대할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다.

사실 조례가 제정되기 전에도,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의해 학생의 인권은 이미 보장받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의 인권이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니까, 조례를 제정하여 학생인권의 실체를 다시 한 번 구체화하고 확인한 것뿐이다. 학생인권조례로 무슨 새로운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의 인권을 규정한 것이지,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조례에는 학생들이 ‘휴식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있다. 이렇게 규정해 놓았다고 해서 학생들이 갑자기 휴식권을 보장받는 게 아니다. 휴식권이 학생의 인권으로 확인되었으니, 이제부터 교육감, 학교장, 교직원이 합심하여 학생 휴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이 충족되도록 촉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임신으로 인한 차별 금지’도 마찬가지다. 학생인권조례는 임신한 학생에게 자퇴를 강요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조례가 규정한 것은 여기까지다. 임신한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인권보장 조치, 임신한 학생과 다른 학생들이 함께 학교를 다닐 때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대책 등은 이제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는 그 과제들이 논의되고 이행될 수 있는 제도(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종합계획 등)를 함께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혹자는 ‘학교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그런 조례를 만들어도 되는가?’라고 묻는다. 그런데, 서구에서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게 되었을 때에도, 대한민국에서 1948년 해방 후 제헌헌법이 제정되었을 때에도 현실이 그리 녹녹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권규범은 현실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선도적으로 바꿔나가는 규범적 목표이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생인권’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규범적 선언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몇몇 언론의 왜곡된 선동 때문에 최소한의 기본적 정보조차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의 오해가 여전하다. 조례 시행과정에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의 협력 없이는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내부 자문에도 불구하고 조례 재의요구안을 밀어 붙인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과 조례를 좌절시키기 위해 무도한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처사는 어떻게 볼 것인가? 경기도와 광주의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만 나라가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이 난리를 치는 저의가 무엇인가? 어떤 문제에나 이견이 있고 대립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최소한의 인간적 조건인 ‘인권’을 놓고도 이렇게 격하게 다퉈야 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불행히도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출처: 월간 인권연대, 150호, 2012년 2월 (링크)

Posted by transpr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