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법사회학> 강의자료의 일부입니다. '범죄와 형사정책'이라는 항목에서 저는 이런 내용을 다뤘습니다. 현대사회의 구조적 위험에 대해서 몇몇 개인에게 '중형'을 내림으로써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삼풍백화점 사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대형참사가 반복되지만, 항상 책임자 몇몇 처벌하고 그것으로 문제를 덮어 왔던 것이 아니었냐고 문제제기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러한 대형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사법적 해결(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갖는 한계를 고민해보자고 호소했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위험을 막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2009년에 본격적으로 대학강의를 시작했으니 5년 동안 저는 이런 얘기를 해왔습니다. <법학개론> 시간에도 '형사법의 기본원리'라는 항목에서 간략하게나마 이 내용을 다룹니다. 


위의 얘기는 제가 무척 자신있게 강의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와 해외의 여러 사례와 이론을  활용해서 꽤나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사회(철학)적 접근, 강성형벌정책 비판, 사형제도 반대 등과 연관되어 있는 저의 학문적 성찰의 일관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대형참사를 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이런 강의를 해서 도대체 무엇에 써먹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무기력하고 자괴감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수업 때 다룬 이 내용이 생각나서, 강의자료를 꺼내 들고 읽어 보는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엉엉 울었습니다 ㅠㅠ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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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n 2014.04.24 1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해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누군가 말한 것처럼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서... 정말 망연자실 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제가 배워오고 믿어 온 것들은 모조리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어느 순간, 내가 잘못 된 사람인가... 내가 '틀린' 사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믿고 기다릴겁니다
    사람들을 믿고 교육을 믿고 제 자신을 믿을거에요
    비록 평범하고 겁 많고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교수님께 배워 온 것들 깊이 새기고 끝까지 믿을거에요


    껍데기는 가라 했던 그 껍데기
    알맹이가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아는 게 없어서 그 속에 존재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어도..
    껍데기가 뭔지는 알 것 같습니다...




    • transproms 2014.04.25 0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번에는 다들 상실감도 크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안된다는 마음도 다들 단단히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정말 뭐가 문제였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죠. 우리 모두를 믿고 한 걸음 한걸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