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첫 주라서 강의 소개를 하면서 워밍업을 했는데, 잠깐 짬을 내서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의 일부를 함께 봤습니다. 왜 한국인들은 질문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질문기회를 줘도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해서, 강의실에서 질문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뒷부분에는 미국의 세인트존스칼리지 얘기도 나옵니다. 


세인트존스칼리지는 제가 틈만나면 "한국의 대학 중 몇 개는 저런 쪽으로 발전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곳이죠. 고전 100권이 커리큘럼의 전부인 대학. 서열을 매길 수 없는 대학. 왜 좋은지 아는 사람만 아는 대학. "비교적 좋은 대학"(중앙일보 순위가 높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 아니라, "비교가 불가능한 좋은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인데..... 그런 대학을 만들려면 학생과 교수가 합심해서 진정한 '공부'를 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하겠죠. 세인트존스칼리지는 좋은 모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그런 대학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닫는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지금은 제 수업에서라도 그런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 미래에 뜻있는 사람들과 그런 대학을 '창학'하게될 기회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여튼, 이번 수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1) 읽기자료는 반드시 미리 읽고 와야 한다.

2) 수업시간에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수업시간에 유난히 말할 기회가 없는) 법대 학생들에게는 너무 큰 변화일 수 있기에 읽기자료의 분량도 적고, 말을 해야 하는 시간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조정했고요. 학생들은 1차 자료를 미리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교수가 정해진 답(?)을 설명해주는 것과 일단 자기 머리로 먼저 생각해보고 그것을 수업시간에 함께 토론해 가면서 길을 찾아가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생각한 것을 말해가야 생각이 정리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작은 실험을 몇번 해본 결과로는, 학생들이 원래 질문을 안하는게 아니라, 질문할 여건을 안만들어주는 교수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건을 잘 마련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고요.


사실 우리가 사회에서 부딪히는 상황이 이러한 수업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교수 같은 이들이 나와서 고주알미주알 설명을 해주고 그것을 이해하면 되는 상황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개는 이렇게 대뜸 낯선 읽기자료가 던져지고 스스로 또는 동료들과 함께 토론해가며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죠.


* EBS 다큐가 마침 저의 그런 생각과 비슷한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수업시간에 함께 보고 시작했습니다. 링크는 일부를 캡처한 것이고요. 전편은 유료로 볼 수 있으니 EBS 홈페이지에 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ebs.co.kr/replay/show?prodId=348&lectId=10186274&inKoost=Y

핵심만 보시려면 이 블로그에서 보셔도 됩니다.

http://blog.naver.com/smsm4321?Redirect=Log&logNo=30184316660


** 예전에 유학을 갔을 때 기억이 납니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질문을 엄청나게 하더군요. 저는 학생들이 다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영어가 잘 안들렸거든요. 근데 나중에 영어가 좀 들리고 나니까... 그 질문들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질문도 과감하게 던지고, 또 교수는 귀찮아 하지 않고 그것에 하나하나 답을 해가면서 함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수업방식이었던 겁니다.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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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pinu 2014.03.30 1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보시니 어떻든가요? 학생들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