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과 법의 역할


홍성수


세월호 사건. 저는 제가 평소 연구하던 시각에 따라 나름의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 제가 이 상황에서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 일단 단상만 끄적거려 봅니다. 모든 사회문제와 범죄문제가 다 마찬가지지만 사법적인 접근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수사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외는 별도로 초당파적이고 거국적인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고요. 이 기구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모든 것들을 수십개건 수백개건 다 낱낱히 밝혀내야 합니다. 그에 따라 그 모든 원인들을 하나하나 제거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하고요. 수사는 '개인'을 처벌하는 문제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범죄는 아니지만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개인 책임 외에 '구조'의 문제인 부분도 적지 않을겁니다. 물론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밝혀내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수사에서 사고의 원인은 선장/선원의 개인적 책임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밝혀내는 것이긴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언제부턴가 사회문제가 터지면 검찰이 최전선에 서는 일이 잦은데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에서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건 문제해결의 일부일 뿐입니다. 사법적 처벌은 전체 문제의 한 단면만을 해결하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도 '불법은 아니지만 고쳐야 할 관행'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사를 한다고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처벌되지 않는 영역의 문제까지 파헤쳐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사법적 처벌이 덜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중요합니다. 단, 그 접근방향을 잘 잡아야죠. 일단, 사고를 낸 사람을 '사후'에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고 이전'에 안전예방규범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여객선 관리가 이렇게 허술한데도,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후에 처벌을 해봐야, "설마 내 배가 사고나겠어?"라는 생각이 만연되면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가끔 있는 그러나 그 피해가 엄청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 이전'에 안전예방규범을 어기는 단계부터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책임자가 일반인의 책임의식만도 못한 수준의 행동을 보였으니 개인적 차원의 엄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몇몇 개인에 대한 '강한 처벌' 못지 않게 여러 사람에 대한 '넓은 범위의 처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극소수의 사람에게 강한 형벌을 내리는 것에 집중하다가, 작지만 큰 책임이 있는 여러 사람의 책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형사처벌로 범죄억제효과(deterrence effect, 위하/겁주기 효과)를 내려면, 작은 규칙이라도 어기면 관계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이 공지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혼자 중형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작은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이 빠짐없이 작은 형벌이라고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야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전에 책임있는 모든 사람이 경각심을 가질테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적발된 성범죄자에게 더 중형을 내린다고 범죄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들이 예외없이 처벌되는 것, 즉 성범죄 저지르면 무조건 잡히고 확실히 처벌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성범죄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개인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하고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가장 위에 있는 책임자를 면책해선 안될겁니다. 그래야 조직적 차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조직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게 되는 것으로 사회가 '반응'하게 되니까요. 안전문제에 관한 한 위험한 일을 다루는 모든 '조직'이 조직적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려면 직접 실행한 사람 외에도, 내부(관리자), 외부(감독기관)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요. 다만 형사법적 한계 때문에, 조직적인 책임을 묻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노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말씀드린, '불법은 아니지만 잘못된 관행'의 문제에 대한 '비사법적인 접근'이 또한 중요한 것이고요.


조직에게 책임을 묻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법적인 손질도 필요할 겁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처럼 재해에 책임이 있는 기업 자체를 강하게 벌하거나,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안전규범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문 닫는다"는 인식이 개별 기업들에 강력히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문제에 관해서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의 이익에 반하지만 강제되어야 하는 '명령통제식 규제'(command and control Regulation)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의 경제적 유인(economic incentives)을 이용하는 '강제된 자율규제'(enforced self-regulation)가 적절히 병행될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즉, 한편으로는 안전규범을 어긴 행위자들을 처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안전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동기가 제도적으로 부여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형사처벌이 갖는 표퓰리즘에 대해서는 "형벌 포퓰리즘"에 대한 저의 글 참조.

http://transproms.tistory.com/140


* 마지막 단락의 '규제론'에 대해서는 저의 논문 (“규제학: 개념, 역사, 전망”) 참조.

http://transproms.tistory.com/37




Posted by transpr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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