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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_comments

[영어] 영어 학습론 1 - 닥치고 시간

by transproms 2013. 1. 27.

* 숙대 학생들을 위해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삼아 블로그에도 옮겨 놓습니다.



영어 학습론 1: '닥치고 시간' 


 

저는 법학부 교수 홍성수입니다. 방학을 이용해서 영어공부에 대한 저의 몇 가지 체험과 정보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연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만, 매주 조금씩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학생들하고 진로/진학 상담을 하다 보면 영어공부가 화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좋건싫건 한국에서는 영어실력이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으니까요. 저는 영어실력이 이렇게 과잉대접받는 현실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언어를 하나라도 더 할 줄 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의 삶이 더 풍요롭고 사유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저의 조언은 아마도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전혀 없고, 이른바 영어 조기교육도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딱 그랬거든요. 저는 영어 조기교육은 물론이고,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말하거나 들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후반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영어공부를 시작하는데 정말 막막하더군요.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CNN를 들어봤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미국 대통령 이름만 들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스피킹은 자기 소개를 1분 이상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고요. 생각해 보니, 저는 서른 살이 다될 때까지 영어로 누군가와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편지나 이메일을 주고 받은 적도 없었고요.

 

저는 이런 상태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필요한 토플점수를 받았고, 유학 가서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영어실력을 올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공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이나 지도학생들에게도 영어공부 컨설팅도 제법 많이 해봤고요. 좋은 효과를 거둔 적도 많습니다. (어제도 제가 알려준대로 4개월 동안 영어공부를 한 제자에게 영어실력 엄청 늘었다며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이런 경험을 함께 나눠 보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현재 영어실력은 그 때 그 시절의 저보다 훨씬 좋은 수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여건에서 출발하시는 겁니다.

 

영어 공부의 관건은 '시간'

오늘 할 얘기는 영어공부의 시간문제입니다. “교수님,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교수님 방학 때 마다 학원을 다녔는데, 영어 점수가 그대로에요제가 학생들로부터 아주 자주 듣는 얘기입니다. 저는 영어공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얘기도 나중에 해보려고 합니다만, ‘효율적인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라는 얘기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영어 때문에 고충을 털어 놓는 학생들의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이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정한 영어공부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영어실력을 늘이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물론 그 시간의 양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일정한 공부시간의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럼 영어공부를 몇 시간이나 하면 되는가? 이건 정답이 없습니다. 영어학습 전문가들은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하려면, 대략 4,000시간에서 10,0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영어공부의 목표가 원어민 수준이 되는 것은 대개 아닐테니, 좀 더 현실적인 목표 시간을 생각해 봐야겠죠. 정보기관에서 어떤 지역에 정보요원을 파견할 때, 대략 2,000시간 정도 언어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2,000시간 정도면 빨래집게 놓고 A자도 모르던정보요원이 그 나라 언어를 어느 정도 마스터하고 정보활동까지 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위에서 얘기한 4,000시간 ~ 10,000시간은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시간일 것이고요. 정보요원들은 아주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짧은 2,000시간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어린 아이들을 초등학교 보내면 대략 6개월이면 적응 가능하다고 하지요. 하루 종일 영어를 접하는 환경에 노출된 채 6개월 정도 있으면 영어가 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라서 그렇다고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잘 못하던 직원이 해외 근무를 가서 대략 1년 정도 영어로 일하게 되면, 업무에 지장없는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하죠.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고 치고, 1년이면 대략 2,000시간이죠? 자 결론 하나 나왔습니다.

 

해외 업무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영어실력을 원하신다고요? 영어공부에 2,000시간을 투자하면 됩니다

 

목표 수준을 취업/진학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으로 낮춰 봅시다. 그 정도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대략 2,000시간보다는 짧은 시간일 겁니다. 목표수준도 조금 낮고, 현재 영어 실력이 ABC도 모르는 수준은 아닐테니 말이죠. 그렇다면 대충 반으로 딱 잘라서 1,000시간이라고 칩시다. 어떤 학문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와 제 주변 학생들의 경험으로 추산해볼 때, 대략 1,000시간 영어공부에 투자하면, 영어 뉴스를 알아 듣고, 영어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취업/진학에 필요한 영어점수를 확보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취업이나 진학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원하신다고요? 무조건 영어공부에 1,000시간을 투자하십시오.”

 

목표치를 좀 낮출까요? 그냥 토익 점수 좀 받고 기초적인 의사소통만 하면 될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저는 최소 500시간을 영어에 투자해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500시간 정도 투자하면, 토익 점수 기준으로는 200점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숙명여대에 입학할 정도의 학생이면 아무런 준비 없이 토익 시험을 봐도, 600-700점은 받을 겁니다. 200점만 올리면 대충 취업에 필요한 수준은 되는 거죠? 여하튼 영어공부는 닥치고 시간입니다.

 

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단기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

근데 말이 500시간, 1,000시간이지, 이거 무지 어렵습니다. 하루에 영어공부 1시간씩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근데 하루에 1시간씩 주말까지 포함해서 영어공부를 1년 해도 365시간입니다. 이렇게 해도 500시간이 채 안되요 ㅠㅠ 이런 식으로는 공부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실력향상도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학을 이용하라고 얘기합니다. 하루 10시간 씩 방학 60일을 투자하면 600시간이잖아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 1시간씩 365일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하루 10시간씩 두 달 정도 공부하는 것이 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실천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대학 생활 중 방학이 7번이나 있잖아요. 그 중 딱 한 번만 영어에 집중 투자해 보십시오. 영어실력에 확실한 진전이 있을 겁니다. 자신의 영어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거나, 또는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휴학을 하고, 하루 8시간씩 6개월만 투자해 보십시오. 그렇게 하면 1,500시간 정도 확보가 되잖아요. 그럼 게임 끝난 겁니다. 눈 딱 감고 이렇게 한번만 공부해 놓으면, 그 다음에는 감각 유지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게 평생 영어 실력이 되는 거에요. 이 정도 투자는 할 만 하지 않을까요?

 

단기간 집중 학습의 또 다른 장점

영어실력은 공부한 만큼 정비례해서 죽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로 표현을 하자면, 위의 그래프처럼 영어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아래 그림처럼 영어실력이 향상된다는 겁니다 (그림이 좀 엉망입니다제가 직접 그렸습니다^^;; 귀엽게 봐주시길.. ㅎㅎ)


위 그래프에서, A, B에 해당하는 기간이 문제입니다. 실력이 정체되는 기간이죠. 내공이 쌓이고 있지만 점수는 올라가지 안고 스스로도 실력이 향상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이른바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실력이 정체됩니다. 임계점에 도달하려면 대략 100시간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토익 LC 점수가 잘 나와서 LC part 1을 집중공략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대략 100시간 정도 공부했을 때 점수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99시간 될 때까지는 1점도 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은 99시간까지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자, ‘난 영어하고는 인연이 아닌가봐하고 포기를 해버립니다. 1시간만 더 했으면 10점이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포기하지 않고 100시간을 채워서 10점을 올렸으면, 다시 정체기가 시작됩니다. 200시간이 될 때까지 단 1점도 오르지 않습니다. 200시간이 되면 다시 10점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한층 한층 영어실력이 쌓입니다.

 

그런데 하루에 1시간 씩 꾸준히 한다고 해보세요. 3달 동안 실력향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3달이나 꾸준히 했는데 말이죠. 너무 괴롭겠죠? 그런데 하루 10시간씩 하면, 10일이면 실력향상이 눈에 보입니다. 성취감이 훨씬 크겠죠? 그래서 집중해서 공부를 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집중공부를 하게 되면 하루에 한국말 쓸 시간이 거의 없게 됩니다. 그렇게 안하면 하루 8~10시간 영어공부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거든요. 쉬는 시간에는 영어 드라마를 보시고요. 일기도 영어로 쓰고요. 카톡 문자도 영어로 보내고요. 전화 오면, “헬로우~”하시고, 친구랑 약속 있어서 나가면 영어로만 말해야죠^^ 왕따 당하려나요? ㅎㅎ 실제로 영어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말을 쓰면서 동시에 영어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시간 동안 영어에만노출시키는 것이 두뇌에 영어가 자리잡는 데에도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여하간 집중적으로 영어에 투자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요약: 영어공부는 '닥치고 시간'

지금까지 말씀드린 구체적인 시간의 수치는 정확한 것도 아니고, 제가 영어전문가가 아니어서 구체적 수치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개인 차이도 있고, 공부방법에 따른 차이도 있고요. 여하간 정확한 시간에는 너무 구애받지 마시고요. 이것 하나만 확실히 기억해 두세요.

 

일정한 시간 확보 없이는 영어실력은 절대 늘지 않는다

 

여러분이 영어실력이 안 늘어 고민하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이 영어공부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어떻게 하면 일정한 시간을 확보할지부터 고민하십시오. 그리고 대학생은 이런 시간을 확보하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직장생활하면서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대학에는 방학도 있고, 여차하면 휴학도 할 수 있잖아요. 그걸 이용하라는 겁니다. 너무 좋은 기회에요!


 



저는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면 웬만하면 말립니다. 영어학원도 웬만하면 말립니다. 제가 말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 얘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절대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번에는 영어학원과 어학연수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공부방법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해서 먼저 이 말씀을 드린 것이지 방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기회 되는대로 영어공부방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라고 조언해 줍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여기에 다소 부정적인 이유는 그게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겁니다. 어차피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있어야 하는게 언어공부인데, 매일매일 조금씩 해서는 1) 절대적인 총 공부시간을 채우기 어렵고, 2) 수 개월 수년 동안 지속하기도 어렵고, 3) 성취감을 얻기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본인 상황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이겠지만요. 위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그 취지를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