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유엔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것>


아래의 내용은 반기문이라는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절대 아니고(!?),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에 대한 '일반론'임을 밝힙니다.


1. 당연한 얘기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자리가 아니죠.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나서 특정 국가에서 정치를 하게 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얻게 된 지식,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얻게된 기밀정보도 있는데 이걸 특정국가를 위해 사용한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공직 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유엔 결의문"(전문과 해설기사 링크)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4-(b)항.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들의 비밀을 다루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공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s,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n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 


2. 반기문 측에서는 "결의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나선 모양인데, 이건 정말 전 유엔사무총장이 해서는 안될 말입니다. 결의안 뿐만 아니라, 유엔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회원국들이 유엔의 결정에 따르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바로 유엔사무총장이죠. 여태 그 일을 하다가, 자기가 당사자가 되니까, "구속력이 없다?" .... @.@ "구속력이 없다"는 팩트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안되는겁니다. 그럼,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특정 국가에서 공직에 취임하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여 징역형을 살게 하는 규정이라도 만들까요? 그런 강제성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취지에 맞게 준수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래도 유엔이 지금껏 운영되어 왔던겁니다. 근데 유엔사무총장 출신이 유엔 결의문을 '구속력'이 없다고 하면, 그건 유엔의 존립근거와 본인이 했던 일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3. 심지어, "결의문"에 '적어도 퇴임 직후'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기 때문에 "직후"는 아니지 않냐는 주장도 있더군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퇴임일이 2016년 12월 31일이었고요. 귀국하면서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게 2017년 1월 12일이었습니다. (재직 중에도 이런저런 사전작업을 했다는 '의심'은, 증거가 없으니 일단 접어 둡니다) 이게 즉시가 아니면 뭡니까? 게다가 탄핵결정이 내려지면, 대선 후보로 2-3월에 나가야 하고, 4-5월이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결의안"에 저런 표현을 쓴 것은 사무총장 재임 후 정부 자리를 '영원히' 맡지 말라는 얘기까지는 아니라는 뜻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사무총장 재직 이후 어느 정도 '단절'의 시간이 있었다면 괜찮다는 뜻이지, 반기문처럼 퇴직 후 기다렸다는듯이 출마하는 것은 안된다는 뜻입니다.


4. "결의안"에 '회원국'이 'governmental position'(정부직)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기 때문에, 문구 그대로 해석하여, 어떤 '임명직' 취임이 제한되는 것이지 선출직인 대통령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문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기밀정보가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결의안의 취지로 보면, 임명직이건 선출직이건 마찬가집니다. 선출직에게도 적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5. 꼭 결의문이 아니어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는 '후임자'에게도 아주 나쁜 선례를 남깁니다. 당장 구테흐스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출신국인 포르투칼에 조금이라도 유리해 보이는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당신, 반기문처럼 포르투칼에서 정치하려는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전관예우를 누리는 퇴직 공직자들에게 후배 현직 공직자들에 폐를 끼치게 되는 것하고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6. 또한 유엔사무총장은 퇴임 후에 할 일이 무지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유엔 설립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게 바로 '도덕적 책무'죠.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투신할 수도 있고, 난민을 위한 세계연대를 조직할 수도 있고, 세계 유수기업들 손목을 비틀어서(?) 공익 재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퇴직자가 본인의 도덕적 지도력을 활용해서 부자들 돈 받아내서 재단 만드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박근혜/최순실과는 다른 사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강연도 다녀야죠. 정말 할 일이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그걸 다 제쳐두고, 겨우 특정국가의 대통령이 된다? 이건 정말 유엔의 설립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실제로,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쌓은, 세계지도자로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는 정말 어마어마한 겁니다. 그런 자리는 10년 마다 한 명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퇴임 후에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엔의 설립 취지'에 맞게, 즉,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써야 마땅합니다. 결의안이고 나발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세계지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이자, '양심'인 것이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퇴임 직후 가나 대통령 직을 제안받았습니다만, 그는 일국의 대통령 대신 '세계'를 위한 일에 투신합니다.

- 2007년에는 더 공정하고 더 평화로는 세계를 위한 공익재단, "코피 아난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 전개중
- 2007년 케냐선거에서 폭력사태가 발발하자, 코피아난이 중재자로 나섰고, 양 정치세력이 연합정부협정을 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 수행
- 2012년 코피 아난은 시라아 내전이 발발하자, 유엔-아랍연맹 공동 시리아 특사로 파견되어 휴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여 특사 직을 사퇴 ㅠ)
- 그 외에도 아프리카녹색혁명연합 결성 주도, 세계인도주의 포럼 의장, 세계 퇴직 지도자들의 인권/평화를 위한 모임 The Elders 의장, 아프리카진보패널, 가나대학 (명예)총장, 싱가폴국립대학 교수, 다원주의 글로벌센터 의장 등 자신의 유엔사무총장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수많은 활동 수행 중.


퇴임 후 이런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는 10년마다 딱 한 명의 지구인에게만 주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에 출마하는 거지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국가'의 대통령에 출마하는거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특정 국가'를 위해 쓰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Posted by transpr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