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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법)_comments(law)

로스쿨 입시 불공정 논란에 관한 생각

by transproms 2016. 4. 4.

<로스쿨 입시 불공정 논란에 관한 생각>


국민일보 단독보도(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77932&code=11131300&cp=nv)에 대한 논평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일단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로스쿨 입시 문제 등을 계속 언급해온 제 입장에서는 일단 공론화되는 것이 낫다고 보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제대로 짚어서 지적을 해야지 이런 식의 선정적 문제제기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엉망진창이 됩니다.


1. 일단 로스쿨 교수한테 전화가 많이 온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한국사회가 딱 그런 수준이고 대학이라고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탁전화 자체로 로스쿨 입학생들이 불공정하게 입학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스스로 "전화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 신평 교수도 불공정행위에 동참한 것인가? 아마 본인은 '전화를 받았지만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테다. 대다수의 다른 로스쿨 교수들도 똑같은 입장일 것이다.


2. 실제로, 청탁 전화를 받는다고 해서 입시에 영향을 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입시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왔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허술하진 않다. 다만, 신평 교수가 언급한 "동료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니며 청탁했다"는 사례는 다르다. 이건 문제다. 반드시 누군지 밝혀내서 처벌/징계해야 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걸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문제다. 이 점은 '법조청탁문화'와 똑같은 문제다. 실제 영향을 주건 안주었건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입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로스쿨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간 국회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영향을 줬건 안줬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문제양상은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에 잘 설명되어 있다. 법조인들도 청탁전화를 받지만, '사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법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는 없다. 법조인들은 스스로 깨끗하다고 말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문제인 것이다. 로스쿨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적으로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전화 한 통 해볼 인맥이 없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부모 덕을 못봐서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입시에 영향을 주었건 않았건 상관없이 말이다. 오는 전화를 막을 길이 마땅치 않은 이상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선정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4. 로스쿨 자소서에 부모님에 대해 적는 것 자체도 사실 복잡한 문제다. 일단 로스쿨마다 이걸 금지하는 데가 있고 아닌 데가 있다. 금지하지 않은 것은 부모님 보고 뽑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떤 학생을 보면 성장배경에서 부모님에 관한 사항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금수저 집안만 문제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흙수저 집안에서 본인이 왜 법조인의 꿈을 키우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부모님에 대해서 적을 수밖에 없다. 이걸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문제다. 부모 이름을 알 수 있게 쓴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성장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모 관련 언급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모님에 관한 모든 사항의 기재를 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선의 길은 아니지만, 장단을 고려할 때 차라리 그게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튼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로스쿨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왜 이렇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지 모르겠다. 더욱 궁금한 것은 '교육부'라는 정부기관에서 조사한 결과가 왜, '국민일보'에서 '단독'으로 보도되는가 하는 점이다. 교육부 잠입취재인가?


5. 문제가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 면접 비중을 줄이려는 것(교육부의 대안)은 정말 잘못된 처사다. 면접 비중이 줄면, 리트 줄세우기가 가중될 것이고, 그것은 로스쿨 구성의 획일화를 가속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점수를 줄을 세우면, 사회취약계층이나 독특한 이력을 가진 다양한 인재의 유입이 줄어들고, 로스쿨의 연소화나 특정학부출신 편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결과가 나와도 로스쿨은 쉽제 변명할 수 있게 된다. "저희는 점수대로만 뽑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로스쿨 설립취지가 무색해진다. 면접 비중을 줄여서 로스쿨체제를 사시와 유사하게 만들거라면, 오히려 사시가 - 장단점을 고려할 때 - 나은 제도라고 본다. 한국사회가 면접 제도를 공정하게 운용할 수준이 도저히 안된다면, 로스쿨을 폐지하는게 맞다. 사시 '존치론'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사시로 '대체'해야 한다. 매우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로스쿨이 사는 길은 어렵더라도 '로스쿨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지, 그 반대로 가는 것은 정말 최악의 수다. 나는 사시존치도 -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해 왔는데, 그것은 바로 로스쿨이 로스쿨답게 잘 운영된다는 전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