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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법)_comments(law)

로스쿨 문제를 고발한 신평 교수 인터뷰에 대한 생각

by transproms 2016. 4. 4.

<로스쿨 문제를 고발한 신평 교수 인터뷰에 대한 생각>


일단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게재된 신평 교수 국민일보 인터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484955&code=61121311&cp=nv)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인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게재된 한겨레 인터뷰(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38097.html)를 보니 내용과 뉘앙스가 사뭇 다르네요. 국민일보 인터뷰는 신 교수님의 '진의'하고 좀 다를거라고 추정했었는데,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감하는 바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아래는 제 생각을 덧붙여 봤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금수저’라는 논란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있는 집안 자식들이 극소수고, 대부분은 평범한 가정 자녀들이다. 로스쿨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모든 학생들이 특권층 자제인 것처럼 매도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평범한 집안 자식들로 힘겹게 학비를 내고 교육을 받는다. " 
-> 정확한 말씀입니다 (신 교수님 입장을 편의적으로 이용하시려는 분들 보세요....)


"(동료 교수 내부 폭로에 대해) 이 부분은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 기구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한 사례였다. 책에서 큰 비중을 둔 부분은 아니다." 
-> 이건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로스쿨 차원에서도 무턱대고 사실 무근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체 조사가 필요하겠고요.


"법조인 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소개서에 성장 배경을 써놓는다. 대다수 교수들은 법조인 자녀면, 법조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졸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학생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 중요한 지적입니다. 청탁받아서 입시결과를 조작하거나 누구의 자식이라고 합격시켜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봅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좋은 집안' 출신 학생들에 대해 대체로 호감을 가질 수는 있다고 봅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의 그러한 '편견'을 통제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참고로 대학입시의 수시(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심사위원들이 그런 편견을 갖지 않도록 연구도 하고 그에 따라 심사위원 교육이 진행됩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은 어떤가요? 너무 안이하게 '정성평가'를 운용하고 있지 않나요?


"청탁이 바로 입학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는 없다. 로스쿨에서도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3명의 면접관이 들어가서 평균을 낸다. 외부 변호사들이 면접위원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노골적인 청탁이 문제라는 것이다. 교수가 다른 동료교수한테 찾아가 친구 변호사 아들을 잘 봐달라고 청탁하는 것은 결국 로스쿨 신뢰와도 연결이 된다. 청탁 전화 역시 분명히 오해를 부를 수 있다." 
-> 어쩐지 국민일보 보도가 좀 이상했는데, 이런 입장이시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신 교수님 입장을 편의적으로 이용하시려는 분들, 보세요....2) 말씀하신대로 '청탁=입학부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청탁 자체가 입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실제로 입시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하겠죠. 또한, 동료교수까지 찾아다니는 식의 적극적인 청탁이 있었다면 그건 그 자체로 부정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로스쿨 교과과정은 철저하게 교수들의 편의만을 위해서 짜여 있다" "국가는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로스쿨을 방치했고, 교수들은 자율성 아래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 로스쿨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신평 교수님의 의도는 존중되어야 하며, 실제로 참고가 될만한 건설적엔 제안도 많습니다. 그런데 '교수 편의' 때문이고, '교수 자율성'이 문제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일부 로스쿨 비판론자들이 '기승전-로스쿨교수탐욕'으로 모든 문제를 환원시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데 저는 납득이 안됩니다. 물론 로스쿨 교수들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본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줄기차게 지적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로스쿨은 법무부, 교육부, 대법원, 변호사단체, 로스쿨, 시민단체, 정치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타협에 의해 셋팅된 것이고, 그것이 작금의 문제의 근본원인입니다. 로스쿨 교수들의 '사적 이익'은 그 실체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해도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고요.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이전보다 나은 위상을 갖게되 행복(?)해진 로스쿨 교수들도 있긴 하겠지만 법학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사익 때문에 로스쿨을 붙잡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특히 로스쿨 옹호에 나서는 교수들은 대개 메이저로스쿨 교수 또는 비주류 전공 교수들이죠. 역설적으로 그분들이야말로 로스쿨 출범으로 별 재미를 못보는 분들입니다;;) 또한 로스쿨 교육과정이 로스쿨 교수들의 사적 이익 때문이라는 것도 납득이 안갑니다. 제가 아는 한, 로스쿨 교수 중에 현재 로스쿨 교육과정이 '적절하다'고 보는 분도 거의 없고, 지금체제가 자기 이해관계(사익)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분들은 못봤습니다. 다들 문제가 있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사익' 때문에 현재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수호(?)하려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학 자율성 존중한다는 가치 아래 교수 숫자, 시설 등 본질보다 외적인 것만 집착한다."
-> 이건 뭔가 인터뷰 녹취가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교수 숫자와 시설 등 본질보다 외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것에 집착하게 만든 것은 '자율성'을 부여해서가 아니라, 로스쿨 인가/평가 기준이라는 '외적 통제' 때문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로스쿨 교육과정만 해도, 인가/평가 기준 때문에 자율성을 발휘해서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게 되어 있는데 말이죠.



* 로스쿨과 변호사단체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지금 상황이 저는 참으로 불만입니다. 위에서 로스쿨 교수가 '사익으로 뭉친 이기주의집단'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실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들도 사익을 추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변호사들은 대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들인데, 이들은 이미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후배변호사가 로스쿨 출신이건 사시 출신이건, 사익과는 별반 관계는 없습니다. 오히려 후배변호사가 로스쿨변호사들로만 일원화되는게 (그들은 로스쿨변호사들이 실력 없다고 주장하니까) 실력있다고 주장되어지는 본인들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더욱이 이들은 일단 사시-로스쿨을 병치하자고 합니다. 그런 체제로 최소한 5-10년은 또 가겠죠. 그 후에 사시의 우월성이 입증되어 로스쿨이 폐지된다고 해도, 10년 후에나 될까말까한 얘깁니다. 오히려 사시가 존치되면 당장은 신규 변호사가 매년 1500명에서 1700명(사시 200명이 도입될 경우)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사익과 반하는(!) 제안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세력들이 변협선거에서 계속 당선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던데, 로스쿨 1500명을 당장 줄이지 못하는 한,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사시가 존치되어도 별 수 없고, 전략(?)대로 된다고 해도 십수년이 지나야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저는 변호사단체들의 사시 존치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사익에 의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대화와 타협'이 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법조직역이기주의' 때문에 로스쿨을 흔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어차피 이 문제는 타협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서로를 '악마화'하고 '적대시'하는 식으로는 문제가 풀릴 수 없을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