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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제 노역'과 자유의 가치 [아침을 열며/4월 9일] '황제 노역'과 자유의 가치 벌금 249억원을 몸으로 때우겠다고 나선 사람이 나타났다. 이른바 '황제 노역'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법원 국회 검찰 등 관계기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자유'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서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의 단면을 드러내는 징후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국가에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형벌은 자유형(징역 등), 재산형(벌금 등), 자격형(자격정지 등) 뿐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사형을 형벌에서 배제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가장 .. 2014. 4. 29.
[칼럼] 법관 공직 진출의 문제 [아침을 열며/3월 19일] 법관 공직 진출의 문제 방송통신위원장에 현직 고위 법관이 내정되었다. 이전에도 현직 법원장과 대법관이 감사원장에 임명된 사례가 있었으니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사법의 독립성 확보와 신뢰 회복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퇴임 후 전관예우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점점 해소되어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가 하나 추가된 것 같은 느낌이다. 판결에서 법관의 주관적 판단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정도다. 먼저, 판결의 설득력이다. 판결이 치밀한 논증을 통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형식적인 측.. 2014. 4. 29.
[칼럼] 좋은 판결, 나쁜 사회 [아침을 열며/2월 26일] 좋은 판결, 나쁜 사회 며칠 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에 대하여 징계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세상의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은 법원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법원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로 잡아 주기에 사회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왜 자꾸 이런 일이 법원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법원의 역할은 생각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첫 번째는 시간의 문제다. 재판은 기본적으로 느리고 원칙적으로 사후판단에 한정된다. 1심만 해도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2심을 거쳐 .. 2014. 4. 29.
김연아와 '운 평등주의' "긴 눈으로 보면 결국 운이란 평등하고 공평한 것이다" - 보비 존스 (골프선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타고난 재능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 - 타이거 우즈 - "특별한 비결은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했고, 운도 좋았다. 여러가지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 김연아 - 출신배경, 신체적 조건, 재능 등 '운'(luck)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평등하게' 조정할 수 있을까? 운과 불운의 문제는 존 롤즈(John Rawls) 등 정의론을 연구한 수많은 정치(법)철학자들의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운/불운이 제대로 통제되어야 '정의로운 분배'가 가능할 수 있을테니까요. 정치철학에서는 재능, 불운, 유산 .. 201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