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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_mass media61

[기고] 법의 홍수 시대 법의 홍수 시대 1970년대 서구에서는 ‘법의 홍수’ ‘법의 폭발’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더 많은 법’이 반드시 ‘더 좋은 세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표현이었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확립된 생각, 즉 ‘법이 다스리는 세상’이 질서정연한 사회를 구축하고 시민들의 권리와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시기에 근대화를 겪었다. 우리는 더 많은 법이 필요했다. 권위주의 정권도 법을 ‘장식’으로나마 활용하려 했고, 시민들은 법을 통해 권력남용을 통제하고 권리를 보장받고자 했다. 우리 사회도 점점 법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회가 합리화되고 있다는 징표였기에 바람직한 일이었다. 한국 사회처럼 연고·정실·혈연·인정·집단윤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법을 통한 합리화가 .. 2013. 3. 27.
[기고] 괴물을 없애는 방법 괴물을 없애는 방법 시사IN, 261호, 2012 (링크)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스토리가 있다. “사형시키자!” “거세시키자!”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분노는 당연하다. 인면수심의 범죄를 생각하면, 이성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제 언론이 나선다. 언론은 선정적 보도로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괴물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자고 선동한다. 차분하게 사태를 직시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언론의 사명은 온데간데없다. 그들에게 성범죄는 판매 부수나 페이지뷰 수를 늘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슬픔에 잠긴 피해자 가족에게 ‘얼마나 슬픈지 얘기해보라’고 재촉해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언론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성범죄는 정치권에도 호재다. .. 2013. 3. 27.
[기고] 5·16이 과거의 문제라고? 5·16이 과거의 문제라고? 시사IN, 255호, 2012 (링크) 7월 한 달은 5·16에 대한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법을 공부하는 처지에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정치적·역사적 관점과는 별개로 법적 관점에서는 이 문제는 이미 ‘흘러간 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이 사태의 주인공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최고책임자인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그리고 차기 대통령 후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일은 단지 개인적인 의견 차이일 뿐이라고 넘길 수 없는 일이 되었다. 5·16을 정당화하는 가장 세련된 논리는, ‘5·16 자체는 쿠데타가 맞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혁명이나 다름없다’는 정도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 2012. 8. 8.
[기고] 재소자 인권보장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교정시설에 다녀와서 재소자 인권보장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교정시설에 다녀와서 -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지난 달, 운 좋게도 숙명여대의 지원으로 학생들과 함께 영국과 노르웨이의 교정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전 조사/연구→ 현지 방문 → 탐방보고서 제출’로 구성되어 학점까지 부여되는 학교의 공식 탐방 프로그램 덕분이다. 학생들은 이미 1년 전부터 교정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진행하고 한국의 교정시설을 방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고, 드디어 지난 6월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준비과정에서 갖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의문은, ‘우리보다 교정환경이 좋은 나라들은 무슨 근거로 교정문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세금을 내는 시민들.. 2012. 7. 31.